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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SSOM Nov 18. 2021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해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10년 전, 오늘 수능을 치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수능을 경험했다. 수능 치기 며칠 전 기역이 또렷한데, 지금은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수능을 칠 때만 해도 1톤 트럭이 오면 모든 수험서들을 버리는 이벤트가 진행됐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푼 문제지와 참고서를 쌓아놓고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한 것은 아니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심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수능 당일은 평소보다 추운 날씨였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아빠 차를 타고 간 기억이 난다. 수험장 앞에는 내가 지금까지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응원해주셨고,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 함성으로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주시던 부모님이 계셨다.


 9월 모고에서 등급이 올라 자신이 있었지만, 언어영역(지금은 국어영역)을 푸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비문학 지문 두 개를 날려버리면서 고사장에 들어와서 느꼈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마 나는 언어영역에서 이미 내 점수를 예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사회탐구영역까지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그렇게 억울했었나 보다. 내 노력은 다 어디로 간 걸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수능이라는 제도에 불만을 품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혹여나 위의 말과  생각을 하는 수험생분들이 있다면 걱정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은 언젠가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실제로 수능은 망쳤지만 공부한 것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1 없다. 친구들과 지나가는 말로 야자  번이라도 빼볼걸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나는 내가 성실했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중이니까.


 그 성실함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했고, 책 읽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공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지금 나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여러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 오늘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시간 동안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푼 문제들보다 앞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풀 준비를 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라본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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