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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지아 야시장, 타이중

그들의 밤은 유쾌하다.

by Mong

해가 지면 몇 군데 레스토랑이나 펍이 아니면 갈 데가 없었던 캐나다의 한국사람들은 그곳의 밤이 너무 심심하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종로, 신촌, 강남역, 영등포 등등 유흥이 끝날 것 같지 않던 한국 도심의 밤문화는 그들에게 종종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고, 밤의 무료함을 달랠 수 없던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지인들을 초대해 맥주를 따르며 긴 수다를 나누었다.


그러던 우리의 밤문화는 코로나를 거치고, 소득이 높아지고, 물가가 비싸지는 사이에 점점 그런 캐나다를 닮아간다. 이제 우리가 예전에 누렸던 그런 밤분위기는 더 이상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곳 대만으로 오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화려하고 활기찬 밤의 시간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낮시간의 더운 열기와 뜨거운 햇살에 비해 이곳의 밤공기는 연인이 손을 잡고 걷기에 딱 좋을 만큼 선선해진다.


그래서인지 어느 도시, 어느 구역을 가든 야시장 하나씩은 꼭 끼고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야시장들의 상품과 먹거리의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여행의 초반 강렬했던 야시장에 대한 끌림은 그 흔함과 개성 없음 때문에 여행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쉽게 시들어 버렸다.


펑지아 야시장은 타이중의 펑지아 대학교 주변에 형성된 대만 최대 야시장 중 하나다. 타이중은 위치도 분위기도 우리나라의 대전과 흡사하다. 이 타이중에서는 이 펑지아와 우리의 명동거리를 연상시키는 위종스트리트마켓이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펑지아든 위종이든 타이중의 야시장은 타이베이나 가오슝의 야시장들보다 더 도회적이다. 간이건물이나 가판 위주가 아니라 건물과 골목들로 구성되어 있고 먹거리보다 액세서리나 옷가게, 핸드폰용품들을 파는 매장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타이중의 야시장 대로변에는 코스메틱 샵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유명브랜드 매장들도 눈에 많이 띈다.


뜨겁게 달궈졌던 아스팔트 위로

석양 드리운 거리에

네온사인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가로등은 말없이 눈을 비벼 뜬다.


정처 없이 떠도는 그네들은

콧길 가는 대로 기름냄새 따라가다

걸려 있는 옷들의 아우성에

잠시 멈칫, 하고는

무심한 듯 발길 옮기고

꾸깃하게 말린 종이봉투에

고단했던 하루 접어 넣어

허공에 던지는 추파에

바람은 가벼이 살랑인다. (그 시장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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