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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이중

굿바이 대만

by Mong

대만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타이중투어였다. 공항 시간이 초저녁이라 그전까지 특별히 정해진 계획 없이 하루 종일 시내버스를 타고 끝에서 끝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일단 아무 버스나 타고 버스노선을 확인한 다음 뭔가 볼만한 것이 있을 것 같은 곳에서 내리거나 버스창으로 내다본 풍경에 뭔가 좀 특이한 것이 보이면 한 정거장 갔다가 되돌아오거나 하는 식이었다.

마침 처음 탄 버스가 지나치는 정류장 중에 무슨 대학교가 하나 있었다. 대학교, 종교시설, 시장 뭐 이런 종류들은 늘 뭔가 볼 만한 것들이 있으니까 일단 이곳에서 하차하기로 했다. 루스메모리얼 예배당이라는 유명한 건축물이 대학교 교내에 있었다. 2014년에는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건축물로 선정된 적도 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세워진 예배당은 멀리에서도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얇은 콘크리트 패널을 이어 붙여서 기둥 없이 높은 내부공간을 확보했고 유리기와의 마감은 빛의 온도 변화를 그대로 반사해서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웨딩촬영 명소인 듯 드레스를 입은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건물이 만들어 준 그늘을 따라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다. 우리도 건물의 그늘진 부분 벽에 기대어 잠시 멍때리며 쉬어 본다. 낮잠을 청하기 딱 좋은 날씨다.

둥하이대학 버스 정류장은 다른 정류장들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뭔가 더 조형미가 있는 모습이다. 이곳은 2014년부터 1년간 운영됐던 BRT 노선의 정류장이었다. 타이완다다오(대만대로)에 설치되었던 BRT노선은 시작하자마자 정쟁으로 중단되었고 지금은 중앙버스전용 차선으로만 운용하고 있다. 대만 시내에서 간혹 만나게 되는 굴절버스가 BRT시절에 도입된 것이다.

타이중버스는 무료다. 기차처럼 연결된 굴절버스도 많다. 대만 버스에서는 떠들거나 통화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차내에는 조용히 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기도 하다. 언젠가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버스 뒤편에 줄지어 앉아 조금 시끄럽게 하자 기사분이 그 즉시 차내에서 떠들지 말라고 야단을 쳤고, 그러자 또 자기들끼리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는 쉿 하며 서로 주의를 주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대만에서는 공교육의 권위가 아직까지는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는 어설픈 짐작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타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리, 이중가이다. 큰 도로 한가운데로 공원 같은 보행로가 길게 이어져 있고 다양한 노점들과 캐리커쳐를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야시장으로도 유명한데 저녁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우리 주차장에는 오토바이 한 대를 일반 차량처럼 세워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세워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 일본과 대만의 잘 정리 정돈된 도로들은 늘 부럽다.

소금커피로 유명한 85°C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샵이다. 미량의 소금만으로 커피의 맛과 풍미를 조절하는 아이디어로 대만 커피시장을 점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달고나 커피의 영역을 끝내 깨지 못하고 잠시 유행하다 사그라들었다. 최근에 나트륨의 가치를 새롭게 보는 인식이 생겨서 저염보다는 적정염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으니 언젠가 한 번쯤 더 유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소금커피만의 독특한 풍미가 있다.

목이 말라서 편의점을 찾다가 들어간 골목이 마침 카페거리였다. 오래된 주택들을 개조한 카페들이 좁은 골목길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낡고 오래되어 쓸모 없어졌다고 다 부수고 멋진 건물만 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미래 도시의 경쟁력 중 하나가 얼마나 멋진 골목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 즉 얼마나 그 도시의 굴곡진 역사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가에도 있지 않을까?

최근 외신에 서울 양평동 거리가 많이 소개된다고 하는데 이제 서울에는 그만한 거리들이 많이 남아 있지도 않다. 그런 면에서 대만의 도시들은 우리의 도시들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중국인 듯 중국 아닌 중국 같은 대만. 한편으로는 일본인 듯 일본 아닌 일본 같기도 했던 대만에서의 열흘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자연경관이 뛰어나다는 동부도 다녀보고 싶다. 타이베이와 타이중, 가오슝으로 이어지는 서부여행은 다양하고 충분한 대중교통과 먹거리, 볼거리로 편리하고 만족스러웠다.


대만서부여행은 특히 가성비 면에서 훌륭했다. 저렴한 숙소와 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고, 야시장 등의 먹거리는 가심비까지 만족시켜 줬다. 곳곳에 편의점도 많아서 짐을 가볍게 하고 다녀도 필요할 때마다 식음료를 쉽게 취할 수 있어서 좋다. 대만이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 선진국이고 우리처럼 고도 경제발전기간이 있었음에도 비교적 옛 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눈길 닿는 곳 어디든 눈에 담을 만한 것들이 많았다. 대체로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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