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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7. 2021

샹치 보러 왔다가 양조위에 빠졌어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리뷰

분명 마블 영화를 보러 왔는데, 8, 9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홍콩 영화의 여운을 안고 나왔다. 양조위의 슬픈 눈빛에 흠뻑 빠져버린 게 컸다. 오는 9월 1일 개봉을 앞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야기.

 

'샹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동양권 문화를 적극 수용해 영화에 녹여낸 점이다. 그간 다양성을 추구해왔던 MCU는 세계관을 점차 확장하면서 최근 여러 문화들을 영화 속에 반영해왔다. 예를 들면, 3년 전 개봉한 '블랙 팬서'에서 아프리카 색채를 와칸다 왕국에 입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샹치'도 마찬가지. 이 영화에선 중국 문화를 결합해 색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극중 샹치(시무 리우)의 고향인 마카오부터 전설로 불리는 탈로 마을, 용을 포함한 전설 속 동물들, 캐릭터들의 복식 등에서 중국 색채가 진하게 느껴졌다. 국내 관객에겐 매우 익숙한 풍경이긴 하나, MCU 영화에서 접하니까 또 느낌이 새로웠달까. 예를 들면, 후반부 용과 악의 세력 드웰러간 대결을 표현하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또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신들이 즐비하다. 웬우(양조위)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첫 장면부터 샹치와 텐 링즈 일당들이 맞붙는 버스 격투 장면이나 마카오 외관 신, 탈로 마을 전투까지 화려함으로 꽉꽉 채운다. 볼거리는 확실하다.


액션에서도 동·서양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샹치'의 매력. 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폭발력과 박력을 보이다가도, 곡선형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해낸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구현했다.


그리고 '샹치'의 치트키 웬우를 연기한 양조위다. 극중 웬우는 텐 링즈를 앞세워 세계를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랑하는 아내 장리(진법랍)를 잃은 슬픔을 품고 사는 빌런. 힘을 사용하는 이유 또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슬픔으로 인한 잘못된 광기 때문. 양조위는 슬픈 눈빛과 표정으로 웬우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스크린을 씹어먹었다'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다. 그의 내공은 잘 알지만, '샹치'에서 재입증했다. 


웬우의 아들이자 주인공 샹치를 맡은 시무 리우 또한 이번 영화에서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감정선과 이를 발판으로 선보인 액션으로 페이즈4를 이끌어갈 히어로 샹치를 생동감있게 살렸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친숙했던 김정과는 상된 모습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샹치와 웬우가 맞붙는 투샷의 몰입도 매우 높았다.


다만, 중요한 순간마다 플래시백이 등장한다는 게 아쉽다. 이는 샹치 가족사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이긴 하나, 너무 단조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느낌이 강하다. 이 때문에 132분 러닝타임 중 군데군데 맥이 빠지고 느슨해진다. 또 샹치와 친구 케이티(아콰피나) 간 관계성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부자연스러운 구간들이 드러나는 게 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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