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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보배 Sep 12. 2018

퇴사가 유행인것 같길래. 나도 한번 생각은 해봤다.

퇴사를 못한다고 용기가 없는건 아니야!

내마음이 사표를 날리고 싶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아니면 꾸준히 직장을 다니는사람은 "나는 열심히 직장을 다닙니다"라는 글을 쓰지 않는 대신, 사표를 날린 사람들이 "난 던졌지롱! 나는 용감했지롱! 내보면 별거 아니지롱!" 하면서 글을 정말 많이 써서일까. 아니면 사실 그런 사람 몇 안되고, 그런 글 몇 안되데, 모두 모아 SNS나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기 때문일까.


 퇴사가 유행인듯 보였다.


브런치에도 퇴사한 이야기들이, 백수가 되었으나 잘 지낸다는 이야기들이,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나름 나쁘지 않더란 글이 많이 보였고, 블로그나 다른 SNS에서도 "응! 나는 때려쳤어! 그렇지만 괜찮아! 자유야!"라는 "퇴사 자랑글"이 많이 보였다. 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자랑글"이 되는 것이다. 부러워서. 부~우러워서.


"하는 일이 지겨워서.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지금 이 시간을 이 돈과 바꾸는게 맞는가 싶어서. 내 젊음이 아까워서.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적으로" 배울건 딱히 없을것 같아서. 사람이 싫어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나를 잃어버려서. 적성에 안맞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지금이 아니면 안될것 같아서. 하고 싶은건 딱히 없지만, 지금 하는 이것도 싫어서." 


수많은 퇴사의 이유들 중 내가 해보지 않은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저 모든 생각을 이미 다 해봤지만 그들은 퇴사를 했고, 나는 아직도 부러워 하며 회사를 다닌다. 나는 왜 이 유행같은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아직도 "아 관두고 싶다"를 되뇌이며 이곳에 버티고 있는것일까.




생각의 흐름이 결국 ""에 가서 닿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사람이 살아갈때 가장 중요한건 돈이고(돈보다 중요한게 많다고 얘기하지만 당장 돈이 하나도 없다면 그 다른 중요한것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메마른 감성이라고 해도 좋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내가 받고 있는 돈은 내가 이 시점에서 지금의 직업을 포기하였을때 다른곳에 가서 쉽게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아니었다.(나는 그냥 우리나라 100대 기업정도에는 들지 않나 싶은 회사에 다닌다. 해외에서도 이름만 대면 아는 그런 회사까진 되지도 않는 그냥 적당한 대기업.)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대기업 직장인의 월급은 다른 중소기업의 월급에 비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월급쟁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에 비해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옴은 물론이고 대기업이기때문에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될 리스크도 훨씬 적다. 물론 전문직들보다야 분명히 적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내 시선으로 바라본 대기업의 월급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대학의 더 좋은과에 가서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서 살수 있지 않는 한, 이 시점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는 "급여"라는 기준으로 보았을때는, 결국 비슷한 수준의 회사에 가봐야 급여도 비슷할테고, 여기보다 좋은것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이다.


퇴사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나의 역량, 내 가치, 내가 하는 일의 양"에 비해 "받는 가치(돈)"이 적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그러니까 급여 조건은 매우 열악한데 근무 환경은 더 열악하고 일의 양은 상대적으로 엄청 많은 소규모 회사에 재직했거나, 포기해도 그정도는 쉽게 찾을수 있는 정도 수준의 회사거나, 이직을 해도 비슷하거나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신 분들(능력자들) 이었거나, 그 어느쪽도 아니지만 자신은 해낼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가득한 정말 용기있는 분들인 경우였던 것 같다. 혹은 아예 "내사업" 해버리신 분들. 혹은 정말 집에 이미 돈이 많아서 내가 지금 이거 버나 안버나 내 삶을 영위하는데 큰 의미 없는 분들.


그래서 "대기업 퇴사자"를 검색해 보았는데, 갑자기 퇴사 글의 양이 확 줄어들었고, 오히려 "대기업에 다니는데 퇴사를 해도 되는건가"라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버티시는 분들의 고민이 더 많았달까. 또 대기업 퇴사자들의 이유는  "이직이 가능하니까" 혹은 "더 좋은 조건의 offer를 받아서" 이런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여기도 아예 "내사업"해버리신 분들. 그리고 여기도 정말 집에 이미 돈이 많아서.... 그러니까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어진 조건과 현재의 조건을 비교했을 때 더 좋은것이 확실할때만 그만두는 양상은 비슷했으나, 그럴 경우가 적기때문에 퇴사자의 수가 적은게 아닌가 싶었다.


나같은 경우는 입사 초반에는 "내가 몰라서, 못본것이 많아서, 배울것이 더 많아서, 더 배우면 더 좋아질것이므로"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던 것 같다. 그렇게 아둥바둥 매일을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실수할까, 혼날까 고민하며 쌓은 시간들이 어느새 10년 정도 다니다 보니 "이제서야 익숙한 일인데, 재미같은거야 있거나 말거나 그냥 익숙하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하다보면 월급이 나오는데, 연차가 적잖이 쌓였으니 그 월급도 적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제일 큰게 아닌가 싶다. 어쩐지 신입때부터 직급이 낮을때는 야근도 훨씬 많이 하고 고생도 뼈빠지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 나도 회사에서 누릴것 좀 누리고, 고참의 으스댐도 한번 시전해보고, 높아진 월급도 받아보고, 연차도 조금더 자유롭게 쓰는 "스스로 찾아주는 과거사 보상의 시간"을 좀 가져야 하는데! 심지어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근무 환경은 조금씩이나마 나아질 것같은데. 이 시점에서 아깝고 억울하게 누구좋으라고 그만둬?! 하는 생각, 소위 말하는 "본전"생각이 나더란 말이다.


그럼 그냥 거기서 멈추고 계속 다니면 그만인데, 이렇게 열정도 없는일을 대충 주는 돈에 달달하게 취해서 받아먹으며 살다가는, 진짜 퇴사하고 싶지 않을때, 더이상 생기나 역량 같은건 다 사라져 다른곳으로 이직도 할수 없을때, 그냥 툭. 잘려나가게 된다면 뭐 해먹고 살아야 할까 하는 걱정이 또 한편을 조여온다. 그리고 또 내 생을 그렇게 쓰기엔 너무 아깝지 않냐고, 더이상 배울것이 없을때가 그곳을 떠나야 한다고, 나는 일신일신우일신해서 앞으로 정진해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진짜 행복한 삶을 살려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이런 수없이 많이 읽은 자기 계발서의 이야기들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퇴사의 고민은 무한 반복 사이클을 돌 수 밖에 없는것. 




내가 진짜 이 일이 너무 싫고, 나의 젊음과 열정을 생각하여 사표를 날리고 그만 둔다고 해도, 설마 산 사람 입에 풀칠이야 못하겠냐마는, 정말 입에 풀칠만 하고 살아야 한다 생각하니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여행도 못갈것이고, 공연도 못볼것이고, 맛있는것도 많이 못먹을 것이고, 주절주절 떠오르는 "아 이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을 보면서, "아, 결국 그만두고 싶은 욕구보다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향한 욕구의 크기가 더 큰것이구나", "결국 아직 버틸만 한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혹은 뭐 퇴사에 대한 용기 보다, 그만두고 났을때 다가오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나의 상황 같은 것들의 두려움이 더 크다거나 할 수도 있겠다.


"지금 하는 일을  똑같이 하는데,월급을 2배로 준다고 합시다.그래도 정말 그만두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에도 흔쾌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YES"를 외칠수 있을때 정도되어야, "돈" 같은건 이미 나의 강력한 퇴사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 정도의 결심일 텐데,  이미 퇴사하신 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친한 지인에게 나의 퇴사 욕구가 스멀스멀 고개를 처 들고 있어 위험함을 알리는데, 남들은 다 퇴사하고 정말 자기 하고 싶은거 하고 사는것 같은데..다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라"라고 하는데 나는 이게 뭔가 싶다고 하니 "참고사는 보통사람이 훨씬 많으니 헛바람들지 말고 잘 생각해"라는 단호박 대답이 날라온다.


그래, 퇴사가 유행이라 쳐도, 그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거다. 돌아오는 월급날을 기다리며, 그 월급으로 할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떠올리며.

 

그러니, 나의 퇴사 욕구여. 나와 좀 마주보고 다시한번 대화를 나누어 보자. 너의 크기가 다른 모든 이유들을 이겨낸다면 내 기꺼이 너를 따라 갈테니. 그러나 그 가치의 대결이 확실한 결론을 내기 전에 섣부른 선택따윈 하지 않겠다. 그리고 아직 사표를 품에 안았으나 던지지 못한 그대들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길. 우리, "때려치는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겠는가. 뭐 지금 당장 조금 (많이) 부럽더라도, 우리가 더 좋을것들도 생각해보며 오늘도 그 품에 안고있는 사표를 하루쯤 더 품어보기로 해보자. 화.이.팅.


이사람들은 그냥 밥벌이에 있어 도인이 된게다.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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