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Sep 03. 2024

위대한 도전

[오늘도 나이쓰] 53

'양궁이 아니라 한궁'. 지나간 여름 올림픽에서 10연패를 달성한 활 쏘는 종목에 대한 기사의 타이틀입니다. '그럼, 그렇지'하는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위대한 1점'. 우리 선수들의 화려한 결과를 저 스스로도 당연한 듯 받아들이다 만난 어느 선수에 관한 이야기의 타이틀입니다. 


공교롭게도 한궁을 이끌며 세계 정상을 10연패 달성한 우리 선수와 1차 예선전에서 맞닥뜨린 아프리카 차드 대표 선수였죠. 


그 선수 덕분에 양궁 과녁의 하얀 배경이 배경이 아닌 점수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점'. 그 선수에게 이 점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엑스텐을 쏘는 우리 선수도, 1점을 쏜 그 선수도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할 수 있는 엑스텐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렇지 않을 겁니다. 1점을 쏜 그 선수도 엑스텐이 궁극적인 목표일 겁니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종목을 치르면서 우연하게 스칩니다. 업무적으로 반복해서 만납니다. 이제 막 1점을 쏘는 순간이거나 6점을 갓 넘겼거나 시위를 잡지도 못할 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결과에 더 환호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면서도 매일 1점을 쏘는 연습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조급함만 커가죠. 활을 들고 달려가 엑스텐에 직접 꽂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헛된 꿈을 꾸느라 잠까지 설치면서 말입니다. 


푹 자고 일어나면 어제도 만나고, 내일도 만나야 하는 이들 중에는 매일매일 1점, 1점을 꾸준히 쏘는 이들이 얼마든지 보입니다. 삶이 과정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들이.  


그들은 말합니다. '난 오늘도 도전 중이야. 그냥 즐겁고, 감사하고, 좋아. 도전하는 게, 지금 도전할 수 있는 게.' 


겉으로는 너무나 평범한 그들을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은 과녘을 눈이 아니라 마음속에 그려 놓고 매일 활을 닦고 있다는 것을. 매일 조금씩 과하지 않게 작디 작은 도전들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지닌 유일한 위대함은 스스로를 흔들지 않는 꾸준함이라는 것을.  

이전 23화 #그냥 박수를 보내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