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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아빠 Apr 06. 2018

그림책 담당, 가족 대표 선발전!

우리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누가 해주면 좋을까요? 이렇게 질문드리면 보통 이런 대답들이 돌아오더라고요.  


"그냥 엄마랑 아빠 중에 그날 시간 되는 사람이 읽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님 아빠와 엄마가 요일 정해서 번갈아가면서 읽어주든지?" 


안됩니다. 아니 되옵니다. 왜 안 되는지 긴급 설명 들어가 봅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계신 분들이라면 다들 절절히 느끼시겠지만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이거 톰 크루즈 아저씨를 데려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엄청 고강도의 미션이랍니다. 


아, 물론 한두 번 정도야 누구나 가뿐히 읽어줄 수 있죠. 하지만 하루에 보통 30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씩, 주 5일 근무제 도입된 게 벌써 언제 적 일인데 이건 매일매일, 게다가 무슨 수능 준비도 아닌데 3, 4년쯤 쭉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최소한 7급 공무원 시험 도전만큼의 비장한 각오와 기나긴 인내가 필요하답니다.    


"아니 그러니까 부부가 돌아가면서 읽어주면 힘도 덜 들고 좋지 않냐고!" 


워~워~ 진정하시고 제 설명 조금만 더 들어보세요. 


아이에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려면 우선 그림책이 있어야 합니다. 신분이 공작이나 백작쯤 되고 집도 궁궐이나 대저택쯤 돼서 집 안에 개인 도서관을 떡! 하니 갖추고 있다거나 '그깟 그림책 전집, 거 뭐 얼마 안 하던데 출판사별로 다 사서 창고에 쌓아놓으라고!' 상황이 아니시라면?  네. 그렇죠. 걸어가든 차 몰고 가든 일단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 빌려와야 합니다. 


일단 도서관에 왔다. 그럼 손에 잡히는 대로 10초 만에 아무 책이나 싹! 집어 오면 될까요? 아니겠죠. 우리 아이의 이해력과 호감도를 매번 매의 눈으로 파악해 그 수준과 주제에 맞는 그림책들을 빌려와야 하겠죠. 그러려면? 그렇죠! 한 권 한 권 다 대충이라도 내용을 훑어봐야 한답니다.  


그렇게 빌려서 집에 왔다고 하죠. 그럼 요건 나중에 또 무지 강조하겠지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엄마든 아빠든 그날 읽어줄 그림책들을 언제나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다 미리 읽어봐야 한답니다.  


자, 이제 읽어봤다고 치죠.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리다면 그림책에 관심을 확! 갖도록 동화 구연 선생님이나 라디오 광고 성우 모드로 변신한 후 여기에 메소드 연기까지 더해 그림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제주아빠는 매일 1시간씩 그림책을 읽어줬는데요. 2~4세 정도 때는 글밥이 적고 페이지도 얇은 책들 중심이라 하루에 7권 정도, 4세 후반부터 5세 이후론 글밥도 좀 있고 두께도 좀 나가는 책들도 가능하니 대략 5권 정도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5~7권의 그림책을 우주의 온 에너지를 그러모아 읽어주고 나면 목은 따끔따끔 아파오고 머리는 살짝살짝 어지럽고 체력은 스멀스멀 바닥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아, 하늘이시여~ 어찌 제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바로 지 애비 힘든 것도 모르고 외쳐대는 딸의 한마디! 아, 이것이 환청이었으면 아, 이것이 꿈이었으면 싶은 바로 그 한마디, 


"아빠, 딱~ 한권만 더~"


그 순간 '하늘이 노래진다'는, 수십 번 넘게 들어본 그 말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신비한 기적을 맛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날들을 어머나! 매일매일, 아이고! 몇 년 동안 쉼 없이 채워가야 하거든요. 




이렇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만만치 않다 보니 대표 선수를 뽑지 않고 부부가 사이좋게 돌아가며 읽어주자는, 겉으로 보기엔 참참 다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면 머지않아 그림책 읽어주는 일을 놓고 엄마 아빠 간에 아래와 같은 한판 전투가 벌어지게 된답니다. 



<사태 1단계>


아이 : 아빠, 책 읽어줘~

아빠 : 어제 읽어줬잖아. 오늘은 엄마한테 읽어달라고 해.

아이 : 엄마~ 아빠가 오늘 엄마가 책 읽어주는 날이래.

엄마 : 무슨 소리야! 여보~ 월요일에 당신 차례였는데 회식있다고 해서 내가 대신 읽어줬잖아. 그러니 오늘 한번 더 읽어줘.

아빠 : 뭐? 아니 그렇게 따지면 지난주에 당신, 어머님 편찮으시다고 친정 갔다 왔잖아. 내가 그래서 3일 내내 책 읽어줬다고!

엄마 : 컹컹컹!!!!

아빠 : 멍멍멍!!!!


요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나면 그다음엔 이런 사태가 펼쳐집니다. 



<사태 2단계>


네. 그렇습니다.

엄마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 책 읽어줄 시간이라는 걸.


네. 그렇습니다.

아빠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 책 읽어줄 시간이라는 걸.


하지만 엄마 아빠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 순간 엄마 아빠의 바람은

오직 하나.


아이가 부디 오늘만큼은

그림책 생각을 깜박해주길. 


엄마 아빠는 지금 이 순간

똑같은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가족 대표, 즉 주전 선수를 반드시 뽑아야만 합니다. 또 대표선수를 뽑아야만 그림책을 고르는 안목과 그림책을 읽어주는 스킬을 계속 높여갈 수 있고 또 그림책을 다른 수업이나 놀이와 연계시키는 또 다른 노하우도 가질 수 있게 되고요.  

 

아, 물론 주전 선수가 회사에서 야근 철퇴를 맞았다거나 오래간만에 고향 친구가 올라와 폭탄주를 돌리고 있다거나 "그림책 읽어주기, 힘들어서 못하겠다! 쉬는날을 보장하라!"라며 강성 파업에 돌입했다면 그때는 후보 선수가 쓱~ 나설 수도 있겠지만요. 


그럼 다음 편에선 진짜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그림책을 읽어줘야 할까?'라는 고생문 환히 열리는 주제로 얘기 또 나눠볼게요~     



blog.naver.com/jejudaddy      



<제주아빠의 그림책 사용설명서> 연재 계획


프롤로그 | 딸에게 읽어준 그림책만 4,000권!


01. 그림책 담당, 가족 대표 선발전!

02. 엄마? 아빠?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03. 스스로 만드는 그림책 시간표 

04. 때론 액션 배우처럼 때론 스타 성우처럼 

05. 고마운 도서관, 게다가 무려 공짜!

06. 그림책 고를 땐 상상력과 감수성

07. 부모가 먼저 읽기, 효과가 어마어마! 

08. 질문이 많아지면 그림책이 싫어져요 

09. 전집 대신 소고기를 사주세요

10, 학습만화, 우리 약속 하나 할까?

11. 조바심 금물, 수학&과학 그림책

12. 영어 그림책은 공부 NO, 재미 YES! 

13. 위대한 위인전? 위험한 위인전!    

14. 그림 없는 그림책, 작가 데뷔 깜짝 찬스 

15. 혼자 읽기 시작하면 한발 뒤로 쓱~ 


에필로그 | 그림책 미션, 첫 마음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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