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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ANG Nov 06. 2019

영화속 미술

평소 집에서 시간이 생기면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언젠가 톰포드 감독의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영화에선 낯익은 유수의 미술 작품들이 미장센으로써 곳곳에 배치된것을 볼수가 있었다. 그리고 녹터널 애니멀스를 제외한 수많은 영화들에서도 여러 유명 작가들의 유명 작품들이 각자의 역할로써 영화에 등장하는것들을 심심찮게 봐왔다.


주로 유명 작가들의 생애를 영화로 다룬 전기 영화들이 많은데, 해당 작품들에서는 당연하게도 해당 작가의 작품들을 수도없이 볼수가 있다.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이 되왔는데 그 중에는 잭슨 폴락, 폴 세잔, 반 고흐, 프리다 칼로, 장 미셸 바스키아, 파블로 피카소 등 이 외에도 수많은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제작되어 왔다. 한때 이런 화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여럿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해당 화가에 대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습득할수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다소 드라마틱한 전개와 연출들때문에 사실관계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작품들도  있지만, 해당 화가에 대해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통해서 해당 화가를 보다 쉽게 알아 갈수가있다.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감독 톰포드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2016), 감독 톰포드

녹터널 애니멀스에서는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에이미 애덤스가 미술관의 아트디렉터 수잔 역을 연기한다. 덕분에 영화속에서 전달하고자하는 감정이나 분위기 그리고 특정 상황들을 비유하는 장치로써 여러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다. 수잔의 호화로운  대저택 옆에는 제프쿤스의 거대한 벌룬독이 공허한 안개속에서 홀연히 자리잡고 있는데, 겉으로는 호화롭고 행복하게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남편과의 불화나 자신의 일에 대한 권태같은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수잔의 상황들을, 겉으로 보기엔 귀엽고 사랑스러운 풍선 인형이지만 그 실체는 차갑고 딱딱한 스틸로 만들어진 제프 쿤스의 벌룬독으로 비유하며, 겉으로 보이는것과 그 본질이 다를수가있음을 시사하고있다. 그리고 영화 중반부에서는 데미언 허스트의 성 세바스찬을 모티브로 작업한 작품이 나오는데, 본 작품은 성인 세바스찬의 희생을 패러디한 작품으로써 로마 제국의 크리스트교 박해에 희생당한 성인 세바스찬을 데미안 허스트의 자연사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장면에서는 로마 제국의 부당한 박해에 희생된 세바스찬이 에드워드로 묘사되고, 상대편 가해자를 수잔으로 비유함으로써 과거 수잔의 잔인함과 남겨졌을 에드워드의 상처와 비통함을 비유하는 장면으로 보여진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Broadway Boogie Woogie) 피에트 몬드리안,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27cm x 127cm 뉴욕 현대미술관

이외에도 수많은 영화들에서 종종 미술작품들이 등장하곤하는데, 던칸 워드 감독의 부기우기라는 작품에서도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구경할수가있다. 우리나라에서 배급될때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배급이 되버렸기 때문에 성인영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소 엉뚱한 제목이 되어버린 작품이지만 그 내용자체는  런던 예술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냉소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여 예술계의 뒷면을 현실적으로 풍자한 블랙코메디 작품이다. 이렇게 이 영화 또한 배경이나 배역들이 미술계와 관련되있는 설정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연출로써 보여주고있다. 이 영화는 일단 제목 부터가 차가운 추상화가로써 잘 알려져있는 거장 피에트 몬드리안의 부기우기 시리즈의 그 최초 작품 부기우기를 말한다. 영화속에서 이 작품은 탐욕을 상징하는것으로 보여지는데, 부기우기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갈망과 시기들이 영화 전반에 두루두루 깔려 나타나기때문이다.  또 하나 재밌게 봤던 장면은 채프먼 형제의 ‘얼굴에 성기가 달린 작품’이 나오는 장면이다. 이 작품은 본래 모든 인간들이 본능으론 지니고있지만 외적으로 숨기고있는 성욕구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 작품이지만, 영화에서는 노골적으로 성욕구를 드러내게 하는 하나의 연출 도구로 사용되어진다. 끝으로 빠지면 섭섭할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도 극중에서 차용되어 나타나는데, 유리관안에 동물의 사체를 넣어 유명한 자연사 시리즈를 차용하여, 극중에서는 데미안 허스트가 직접 만들어줬다며 유리관안에 죽은 쌍둥이의 기형종을 담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게 죽은 쌍둥이 기형종은 그 존재 가치가 본래 가지고있던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에서 ‘예술 작품’으로써 그 가치가 변모하는것을 보여주며 현재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예술과 생명 윤리에 대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부기 우기 (Boogie Woogie, 2013), 감독 던칸 워드

익숙한 작품들을 영화속에서 적재적소에 만나는 순간은 절로 감탄이 나오게된다. 영화의 연출을 더욱 풍성하고 분명하게 만들어줘서 시각적으로도 즐겁고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도 더욱 확실하게 느껴지게한다. 앞으로도 또 어떤 좋은 영화에서 우연히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되는 그 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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