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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19. 2018

당신을 때릴 수도 있는 남성의 행동성향

이런 글을 쓰면 으레 '여성도 남성을 때릴 수 있다'라는 댓글이 달리고는 한다. 맞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을 때릴 때 남성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연인-그것이 남성이건 여성이건-의 폭력에 대해 남성은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상대가 식칼 들고 덤비지 않는 이상 싸워이겨낼 수도 있고, 때리는 게 싫으면 적당히 맞으면서 자리를 피할 수도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자신을 때리는 남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 간의 무력 차이는 쉽게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술 유단자거나 군 특수부대에서 훈련 빡세게 받은 분들이라면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일반적인 여성보다 뛰어나기야하겠지만, 그들이 같은 조건의 남성을 싸워 이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지만 이 글에서 다룰 남성들은 그런 뜨뜻미지근한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은 큰 힘에는 그에 따르는 보상이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약한 자는 자신에게 복종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상대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지를 계산한다. 그들이 따르는 삶의 신조는 하나 뿐이다. 강약약강.


일단 주의해야하는 것은 자존감이 낮은 남성이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예민하기에 쉽게 상처 받는다. 당신이 전혀 그런 의도를 품지 않았더라도 이들은 당신의 행위나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스스로 상처 받는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중에서도 자기파괴적인 남성들은 '그나마' 좀 낫다. 이들은 관계가 좀 불안해진다 싶으면 "역시 내가 병신이야"하면서 당신을 앞에 둔채 관심을 요구하며 벽에 머리 박고 커터칼로 자해하는 정도일테니까. 그의 자해 행위를 참아낼지 말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그 폭력성이 바깥으로 향하는 자존감이 낮은 남성들은 만만한 사람을 팬다. 후배를 패거나, 빵셔틀같은 친구를 패거나, 여자친구를 패거나. 이들은 뭔 말만 하면 무시받는다는 생각에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약속에 10분을 지각해도, 화장을 옅게 해도, 화려한 치장을 안해도, 당신의 카톡을 보여주지 않아도, 콘돔을 거부해도 얘네는 '넌 이제 내가 만만하냐'며 언성을 높일 것이다. 그러다가 역치를 넘기면 폭력을 행사한다.


처음에는 언성을 높인다(욕을 섞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주먹을 날리며 뭔가를 파괴한다. 그 다음 타겟은 당신이다. 처음부터 당신을 때리지는 않는다. 그저 밀치겠지. 그는 밀치는 행위를 "폭력"으로 규정내리지 않는다. 인도적인 마음으로다가 밀친 거다. 나름의 배려다.


자, 이제 주먹이 날라올 차례.



이런 이들을 미리 걸러내기 위해서는 그의 언어 습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행위를 보고 분노할 때 "저런 새끼들은 처맞아야한다"고 자주 말하는 이들은 폭력을 통해 상대를 교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베충이 만든 말 중에 "삼일한"이라는 게 있다.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번씩 패줘야 맛있다"의 줄임말이다. 


굳이 "삼일한"이라는 말을 안쓴다하더라도 "저런 새끼들은 처맞아야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이들은 폭력 그 자체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해서, 이들은 본인이 주먹을 날리는 것에 있어서도 딱히 감정적 브레이크가 없다. 언젠간 당신도 '처맞아야 교정되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빠가", "남자가", "여자가"로 말을 자주 시작하는 이들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남자는 어때야하고 여자는 어때야한다는 맨박스와 우먼박스의 노예들이다. "오빠가 다 해줄게"라며 여자친구에게 완전 친절한 친구들도 여기에 속한다. 그 누구보다도 친절한 사람인 거 같지만, 이들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우먼박스를 탈출할 때 돌변한다. "여자가 왜 그래?"라면서 말이지. 


남자친구로서 연애할 때는 꽤나 다정한 남자류에 속할지도 모르겠지만, 결혼하면 언제그랬냐는 듯 돌변하는 게 또 이 친구들이다. "마누라"라면 응당 따라야하는 룰을 여성에게 강요하거든. "마누라는 신혼 때 확 잡아야한다"라고 줴치는 친구들이 가득한 카톡 단톡방에 속해있을 가능성도 높다. 


같은 맥락에서 군대 때의 경험을 자랑스레 읊는 친구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NLP라는 신경언어학이라는 학문이 있는데, 여기선 사람마다 각자만의 인간관계 스타일이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있다. "형이", "오빠가", 남자가"란 말을 자주 하는 이들은 관계를 수직적으로 가지는 것에 특화된 친구들이고, 이런 친구들은 군대도 유달리 쉽게 적응한다. 동갑 내기 친구들과는 수평적인 관계를 가지는 듯 보이지만, 잘 보면 그 안에서도 무의시적으로 위아래로 등급을 매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친구들은 처음 봤거나 얼마 보지도 않은 나이 많은 남성을 "형님"이라 부르며 깍듯하게 대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남성들은 연애 관계에서 자신이 알파라고 믿기 때문에 연애의 모든 영역을 주도하려한다. 이들은 데이트 장소를 선택하고 동선을 정하는 것을 자신이 무조건 담당해야한다 생각하고, 식당에서 돈 계산을 하는 것도 자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김치녀, 스시녀 타령하면서 더치페이를 고집하는 남자애들이랑은 또 다른 종이다.


오래 전에 여성P가 이메일로 연애 상담을 요청해와서 몇주간 연애 상담을 진행했었던 적이 있다. P의 연인인 남성은 P보다 1~2살이 어렸다. P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남친은 취준생이었다. 애초에 연애 상담이 온 이유는 관계가 소원해져서였다. 듣자하니 P는 '누나'이니만큼 데이트 장소는 본인이 다 정했고, 돈도 더 많으니 계산도 직접 했다. 한번은 커플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남자친구가 사기로 했었는데, P는 돈 없는 남친을 배려한답시고 자기가 직접 폰 케이스를 사서 남친에게 선물했다.


연애 상담이 왔던 이유는 이 둘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남성이 마초가 아닐까 먼저 의심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군대 때문인가) 대한민국 남성의 대부분이 마초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P의 남친이 마초이며 주도권을 빼앗겨서 여친에게 이전처럼 잘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해서, 나는 P에게 "남친에게 주도권을 줘보라"라고 했다. 데이트 신청도 자기가 하게하고, 장소 선정도 자기가 하게하고, 계산도 자기가 하게 냅두라고 했다. 진단은 성공적이었다. 남치니가 기분이 좋아졌거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빠"라고 한번 불러보라고 했는데, 좋아죽더랜다. 그렇다. 이런 애들은 "오빠"에 죽는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커플은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헤어졌고, 그 연하의 마초 남친은 (내가 알기론) 여친을 때리지 않았다. 마초적 성향이 반드시 폭력적 성향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마초적 성향이 낮은 자존감과 합쳐지면 그때는 정말 위험해진다. 




썸은 상대를 파악하고 손쉽게 털어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연애를 시작하고나면 사람이 정이 있고 의리가 있어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썸 기간 때 그의 말투와 행동거지를 잘 관찰해야하는 이유다. 마초들이 애초에 연애-결혼 때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으면 굳이 연애 한번 해보겠다고 이 귀찮은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들은 당분간 계속 위험할 거다. 그들의 변화를 도모하면서도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해야겠지. 그들이 바뀌길 기다리는 건 현기증이 나는 반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미리 피하는 건 다소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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