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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없는 곳에 낚싯대를 드리우지 말라

2-8. [콘텐츠 유통] 어디서 독자를 만날 것인가?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Part 2: 당신의 창작을 위한 의사결정 노트


2-8. [콘텐츠 유통] 어디서 독자를 만날 것인가?



[딜레마]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한 외침


첫 번째 비극: 사막에 차려진 진수성찬

여기, 최고의 요리사가 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기술과 영혼을 담아 완벽한 '콘텐츠(요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 요리를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 차려 놓는다. 당연히 아무도 그 요리를 맛보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독자가 없는 곳에 발행하면 의미가 없다. 이것이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유통의 첫 번째 비극이다.


두 번째 비극: 상어 떼에게 던져진 시집(詩集)

여기, 또 다른 창작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타겟 독자(어종)'가 어디에 사는지(활동 공간) 정확히 파악했다. 문제는 '콘텐츠의 형식(미끼)'이다. 그는 10대들이 열광하는 숏폼 영상 플랫폼(틱톡)에, 5천 자 분량의 진지한 철학 에세이를 업로드한다. '물고기'는 많지만, 그들이 원하는 '미끼'가 아니다. 독자들은 이질감을 느끼며 외면한다. 이것이 '형식을 고려하지 않은' 유통의 두 번째 비극이다.


콘텐츠가 아닌 ‘장소’의 문제

두 비극은 콘텐츠의 '질(Quality)'이 아닌, '선택(Decision)'의 실패다. 우리는 종종 "좋은 콘텐츠는 언젠가 알아줄 거야"라는 낭만적인 믿음에 기댄다. 하지만 수많은 콘텐츠가 매초 쏟아지는 지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형식'으로 내놓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문제 재정의] 실패는 '노력'이 아닌 '전략'의 문제다


유통 실패의 본질: '장소'와 '형식'의 불일치

우리는 종종 콘텐츠가 외면받으면 "내용이 별로인가?"라며 '노력'이나 '질'을 탓한다. 하지만 앞선 두 비극의 실패 원인은 명확하게 정의된다.


✓ '사막에 차려진 진수성찬'의 실패: 이것은 '장소(Where)의 실패'다. 독자가 없는 곳에 콘텐츠를 발행한, '독자' 변수를 무시한 결정이다.

✓ '상어 떼에게 던져진 시집'의 실패: 이것은 '형식(Format)의 실패'다. 독자는 있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한, '형식' 변수를 무시한 결정이다.


우리의 진짜 결정: '최적의 교집합'을 찾는 일

결국 유통의 실패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콘텐츠(What)', '나의 독자(Who)', 그리고 '나의 역량(How)'이라는 세 가지 변수 사이의 '최적의 교집합'을 찾지 못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문제다.


"모든 플랫폼에 다 올려야 한다"는 강박은 '나의 역량(How)'을 무시한 결정이며 , "내가 가장 편한 플랫폼"에만 올리는 것은 '나의 독자(Who)'를 무시한 결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떻게 더 많이 알릴까'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콘텐츠, 나의 독자, 나의 역량이 지속 가능하게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올바른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결정 기준] 최적의 플랫폼을 찾는 3가지 의사결정 기준


아무리 좋은 씨앗도 밭이 틀리면 싹트지 않는다. 내 콘텐츠에 맞는 최적의 플랫폼(밭)을 선택하기 위한 3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기준 1. 콘텐츠 형식 (Format): "당신의 미끼는 무엇인가?"

이것은 당신이 독자를 낚는 '핵심 무기'이다. 당신의 강점은 깊이 있는 '글'인가, 시각적 '이미지'인가, 생생한 '영상'인가, 혹은 친밀한 '소리'인가?

+ (결정) '글'이 무기라면 '브런치'나 '블로그'가, '이미지'가 무기라면 '인스타그램'이, '영상'이 무기라면 '유튜브'가 적합하다. 숏폼 영상 플랫폼에 장문의 글을 올리는 것은 '형식'과 '플랫폼'의 불일치이다.


기준 2. 타겟 독자의 활동 공간 (Playground): "당신의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다. 물고기가 없는 곳에 낚싯대를 드리우지 말아야 한다.

+ (결정) 2-3 챕터에서 정의한 나의 '대표 독자(페르소나)'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놀이터'를 찾아야 한다. 10대들은 유튜브에, 20-30대 여성은 인스타그램에, 30-40대 직장인은 브런치나 링크드인에 모여있을 확률이 높다. 내가 편한 곳이 아니라, 독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기준 3. 나의 운영 리소스 (Resources): "나는 얼마나 오래 낚시할 수 있는가?"

이것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자기 객관화이다.

+ (결정) '유튜브'가 최적의 플랫폼임을 알아도, 내가 매주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면 잘못된 선택이다. 이는 '운영 리소스'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차라리 나의 리소스로 매일 꾸준히 발행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가, 2-7 챕터의 '존재 기반 신뢰'를 쌓는 데 훨씬 더 현명한 결정이다.




[적용과 사례] 3가지 기준의 교집합 찾기


적용: 이 책 <창작은 결정이다>의 유통 전략

이 3가지 기준을 '필터'로 삼아, 이 책의 콘텐츠를 유통할 최적의 교집합을 결정해 본다.


1단계 (형식 필터): 이 책의 콘텐츠는 '창작자의 의사결정법'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깊이 있고 논리적인 '장문의 글(Text)'이다.

+ (1차 필터링: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단독) 탈락. / 브런치, 블로그, 뉴스레터 적합)


2단계 (독자 필터): 이 책의 타겟 독자는 2-3 챕터의 '최 작가', 즉 '글쓰기'와 '창작'에 관심이 많은 '예비 창작자' 집단이다.

+ (2차 필터링: 이들은 '글'을 읽기 위해, 그리고 다른 '작가'들을 팔로우하기 위해 '브런치'에 가장 밀도 높게 모여있다.)


3단계 (리소스 필터): 저자(나)의 핵심 역량은 '영상 편집'이나 '이미지 디자인'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글쓰기'이다.

+ (3차 필터링: '브런치'는 나의 핵심 리소스(글)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최종 결정]

1. '브런치'를 메인 허브(Hub)로 결정한다. 3가지 기준(형식, 독자, 리소스)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2. '인스타그램, 링키드인'을 서브 스포크(Spoke)로 활용한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의 핵심 문장(예: 헤드카피, 한 문장 규율)을 '이미지'로 가공해 유통한다. 이는 적은 리소스로 '형식'을 맞추면서 '독자'가 있는 곳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사례: '브런치' 플랫폼, 장르별 좋은 결정 vs 나쁜 결정 (Hub & Spoke)

'브런치'라는 동일한 플랫폼 안에서도, 글의 장르와 작가의 전략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


사례 1: 소설가 A 씨:

콘텐츠 형식이 '연재소설(장문 글)'이고 타겟 독자가 '문학 독자'나 '웹소설 독자'인 경우


✓ (나쁜 결정)

브런치에 소설 전문만 연재한다. → 브런치는 소설 독자 밀도가 낮아 '독자 불일치'(기준 2) 발생. 또한 글만으로는 확산이 어렵다.

✓ (좋은 결정 - Hub & Spoke)

- Hub: 개인 블로그 또는 웹소설 플랫폼 (독자가 있는 곳)에 소설을 연재한다.

- Spoke 1 (브런치): 소설의 세계관, 캐릭터 설정 비하인드, 집필 과정의 에세이 등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발행하여 팬덤을 구축하고 Hub로 유입시킨다. ('형식'과 '독자' 고려)

- Spoke 2 (인스타그램): 소설 속 명대사나 삽화를 이미지로 공유하여 확산을 유도한다.



사례 2: 여행 작가 B 씨:

여행 에세이 (글 + 사진)의 콘텐츠츠형식, 타겟 독자는 여행 계획 중인 사람, 감성 에세이 독자


✓ (나쁜 결정)

브런치에 여행 정보만 건조하게 나열한다. → 브런치 독자는 정보와 함께 '감성'을 원하므로 '형식 불일치'(기준 1) 우려. 또한, 이미지만 보고 싶은 독자를 놓친다.

✓ (좋은 결정 - Hub & Spoke)

- Hub (브런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인 에세이와 양질의 사진을 함께 발행한다. (형식, 독자, 리소스 일치)

- Spoke 1 (인스타그램): 브런치 글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사진과 짧은 글귀를 선별하여 발행, 브런치로 유입시킨다. (사진 선호 독자 공략)

- Spoke 2 (유튜브/릴스): 여행 중 촬영한 짧은 영상 클립을 편집하여 공유, 다른 형식의 독자층을 공략한다. (리소스가 허락한다면)



사례 3: 시사 평론가 C 씨

(콘텐츠 형식) 정치/사회 이슈 분석 (장문 글), (타겟 독자) 시사 문제에 관심 많은 고관여층


✓ (나쁜 결정)

논쟁적인 주제를 짧고 자극적인 문장으로 요약하여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로만 발행한다. →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는 '독자'의 기대를 배신하고(기준 2), 플랫폼 '형식'에도 맞지 않으며(기준 1), 오해를 유발하기 쉽다. ✓ (좋은 결정 - Hub & Spoke)

- Hub (브런치/블로그): 깊이 있는 분석과 논거를 담은 글을 발행하여 핵심 독자층의 신뢰를 얻는다.

- Spoke 1 (페이스북/X): 브런치 글의 핵심 논지를 짧게 요약하고 링크를 공유하여 토론과 확산을 유도한다. (플랫폼 특성 활용)

- Spoke 2 (뉴스레터): 브런치/블로그 구독자 중 심층 분석을 원하는 독자에게 비공개 분석이나 Q&A를 제공한다.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콘텐츠의 완성은 '발행' 버튼이 아니라 '독자'의 눈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독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유통은 창작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독자와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물고기를 따라가라, 낚시터를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말했다. 동일한 내용이라도, 그것이 '어떤 플랫폼'에 담기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결국 최적의 플랫폼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이란, '나의 형식', '독자의 위치', '나의 리소스'라는 3가지 기준의 교집합을 찾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독자가 원하는 곳에서 꾸준히 만나는 약속을 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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