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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회의의 목적은 '보고'가 아니라 '토론과 결정'이다

15. 임원 회의: 전략을 실행으로 바꾸는 대화법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III. 성장 엔진 구축하기 - 스케일업의 대화(성장기, '10 to N'으로 전환)


15. 임원 회의: 전략을 실행으로 바꾸는 대화법



"임원 회의는 당신이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답을 찾고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전 챕터에서 우리는 분산된 팀이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14장). 하지만 이 시스템 전체의 방향키를 잡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회사의 핵심 리더들이다. 전사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리더십 팀에서 먼저 하나의 목소리로 정렬(align)되지 않으면, 이 모든 소통 시스템은 혼란에 빠지고 실행력은 무너진다. '10 to N' 단계의 창업자는 더 이상 모든 실무를 직접 하지 않는다. 리더들의 리더가 되어, 이 '임원 회의'라는 조종실에서 회사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고, 왜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차라리 내가 하고 만다"

월요일 아침, 주간 임원 회의 시간이다. 마케팅 리더는 데이터의 맥락을 놓친 보고를 하고, 개발 리더는 전략에서 벗어난 우선순위를 고집한다. 당신은 그들의 대화를 듣는 내내 답답함을 느낀다. '왜 핵심을 못 짚지?', '저건 내 생각이랑 다른데.' 회의가 길어질수록 당신은 "알겠습니다. 그건 그냥 내가 직접 할게요"라며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렵다. 이 회의가 오히려 일의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최고 해결사'로 남고 싶은 유혹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창업가는 본질적으로 '실행자(Doer)'이자 '최고의 문제 해결사(Chief Problem Solver)'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설프게 답을 찾아 헤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직접 키보드를 잡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 리더들이 당신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 그리고 실무 현장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당신은 이 회의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주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당신의 스케일업은 이 회의실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10 to N' 단계에서 당신의 유일한 레버리지는 당신의 '손'이 아니라, 당신 옆에 앉은 '리더들'이다. 당신이 계속 '최고 해결사'로 남는다면, 당신의 시간은 조직 전체의 병목 지점이 되고 회사의 성장은 정확히 당신 개인의 역량 한계에서 멈춘다. 이 대화는 단순한 주간 보고가 아니다. 이것은 당신의 전략을 회사의 수백 명에게 전파하고 실행시킬 '신경망'을 설계하는 자리이며, 당신이 '실행자'에서 '리더들의 리더'로 진화하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이 회의의 질(Quality)이 곧 당신 회사의 스케일업 속도를 결정한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최고 해결사(CEO)'의 함정

창업가는 자신이 이 회의실에서 가장 똑똑하고 문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결국 결정은 내가 해야 한다. 내가 답을 줘야 리더들이 헷갈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 착각이 리더들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리더들은 더 이상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CEO에게 승인받기 위한 '문제'만 들고 오기 시작한다. 임원 회의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CEO 한 사람의 결정을 기다리는 '지시의 장'으로 전락한다.


'정보 집착'의 함정

혹은 창업가는 자신이 모든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함정에 빠진다. "나는 모든 상황을 알아야 한다. 임원 회의는 내게 모든 정보를 보고하는 자리다." 그 결과, 회의 시간의 90%가 과거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쓰인다. 리더들은 '보고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쏟고, 정작 가장 중요한 미래 전략 토론이나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한다. 이 회의는 '하나의 팀'이 모인 자리가 아니라, '최고의 외딴섬'들이 각자의 성과를 창업가에게 개별 보고하는 '라운드 로빈(Round-robin)' 세션이 된다.


'인위적 화합'의 함정

또 다른 창업가는 갈등을 두려워한다. "임원들끼리 치열하게 논쟁하면 팀워크가 깨진다. 회의는 화기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인위적 화합(Artificial Harmony)' 속에서는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회의실 밖에서 부서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다. 전략과 실행은 어긋나고, 조직 전체의 실행력은 조용히 무너진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제시

임원 회의는 '정보 공유'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정보 공유는 가능한 회의 전에 비동기적으로 끝냈어야 한다. 이 회의의 유일한 목적은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교차기능적(Cross-functional) 이슈'를 함께 토론하고 해결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당신의 역할은 답을 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리더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촉진자(Facilitator)'가 되어야 한다.


프레임워크 제시: 전략 실행 회의(L10) 3단계

매주 또는 격주로 진행되는 정기적인 임원 회의를 다음과 같이 설계한다.


1. 지표 점검 (Scorecard Review / 10분):

✓ 방식: 회의 전에 전사 핵심 지표(KPI)가 담긴 '스코어카드'를 공유한다. 회의에서는 'On Track(정상)'인 항목은 건너뛰고, 'Off Track(위험)'으로 표시된 빨간불 지표만 빠르게 확인한다.

✓ 대화: "3번 지표(신규 리드)가 목표 미달입니다. 토론이 필요하니 '이슈 리스트'로 넘깁시다." (원인 분석은 여기서 하지 않는다)


2. 우선순위 점검 (Rock Review / 5분):

✓ 방식: 이번 분기의 가장 중요한 전사 목표(Rocks)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빠르게 확인한다.

✓ 대화: "신시장 진출 프로젝트는 현재 'On Track'이군요. 좋습니다. 하지만 '핵심 기능 A' 출시는 'Off Track'입니다. 이것도 '이슈 리스트'로 넘깁니다."


3. 이슈 토론 및 해결 (IDS / 70분):

✓ 방식: 회의 시간의 80%를 지표와 우선순위 점검에서 나온 '이슈 리스트'를 해결하는 데만 사용한다. 리더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부터 하나씩 꺼내어 근본 원인을 파악하며(Identify), 토론하고(Discuss), 해결책을 결정한다(Solve).

✓ 대화: (CEO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한다) "자, 오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신규 리드 부족'입니다. 데이터상 원인이 무엇이라 봅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누가, 언제까지 이 액션을 책임지겠습니까?"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스코어카드 (Scorecard):

이는 회사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5~15개의 가장 중요한 핵심 지표(KPI)가 담긴 주간 대시보드이다. 복잡한 재무제표가 아니라, 회사의 맥박을 짚어보는 단순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구성된다. 이 스코어카드는 회의에서 유일한 '진실의 원천'이 되어, 리더들의 감이나 느낌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회의의 초점은 '어떤 지표가 문제인가'가 아닌, '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즉시 이동한다.


#이슈리스트 (Issues List):

이것은 회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의 '살아있는 목록'이다. 이 이슈들은 스코어카드에서 'Off Track(위험)'으로 표시된 항목이나 전사적 우선순위에서 발생한 장애물들이다. 핵심은 이 목록이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닌, '임원 팀 전체'의 집단 지성이 필요한 교차기능적 문제로만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원 회의의 유일한 목적은 이 이슈 리스트를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하나씩 토론하고, 해결책을 결정하고, 실행을 위한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전공유 (Pre-Read):

이는 모든 정보, 데이터, 스코어카드 등은 반드시 회의 시작 전에 비동기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타협 불가능한 원칙이다. 회의 시간은 '정보 공유(Information Sharing)'가 아닌,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아마존의 '6-Pager'처럼 , 모든 참석자가 회의 전에 동일한 맥락과 정보를 숙지하고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규칙이 회의 시간을 수동적인 '듣기'에서 능동적인 '토론'으로 바꾸는 핵심 장치이다.

* 템플릿이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로 받으실 분 메일주소 남겨 주세요. 상업용 목적의 사용은 저작권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Talk Script & Tactics)


피해야 할 표현 (CEO 중심의 회의) :

- "자, 마케팅팀부터 이번 주 뭐 하셨는지 보고해 주세요." (라운드 로빈의 시작)

-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네요. 제 생각은..." (리더가 먼저 답을 제시하여 토론을 막기)

- "알겠습니다. 그건 그냥 내가 직접 할게요." (리더의 권한을 빼앗고 성장을 막는 최악의 말)


✓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리더 중심의 토론) :

+ (회의 시작 시) "오늘 우리의 스코어카드에서 가장 큰 빨간불은 '고객 이탈률'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입니다." (개인이 아닌 '문제'를 주제로 설정)

+ (토론 유도 시) "영업팀 리더님, 이탈률 증가가 현장에서 어떻게 느껴집니다? 제품팀 리더님, 데이터상 보이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교차기능적 관점 요청)

+ (결정 시) "좋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은 'X'로 정하죠. 이 액션은 A님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책임지고 실행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모두 동의하십니까?" (명확한 책임과 마감일 설정)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사례 분석: 아마존(Amazon)의 '6-Pager'와 침묵의 회의


제프 베이조스가 설계한 아마존의 'S-Team(시니어 리더십)' 회의는 전략과 실행을 정렬하는 대화 설계의 정점이다. 그들은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가 아닌 '어떤 대화를 설계했는가?')

아마존의 리더십 회의는 PPT 발표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회의 안건을 제안한 사람이 서사 구조를 갖춘 '6페이지짜리 문서(6-Pager)'를 미리 작성해 온다.


1. 침묵의 독서 (30분): 회의가 시작되면, 모든 참석자는 그 자리에서 30분 동안 이 6페이지 문서를 조용히 읽는다. 파워포인트의 요약된 글머리 기호가 아닌, 문제의 배경, 데이터, 대안, 그리고 제안하는 해결책이 담긴 완성도 높은 글을 읽으며 모든 리더가 동일한 '맥락(Context)'을 갖게 된다.


2. 치열한 토론 (60분):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에서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이 대화는 정보 공유가 아닌, 문서의 논리적 허점, 숨겨진 위험,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치열한 '전략 토론'이 된다.

서론 (Introduction): 왜 이 문서를 읽어야 하는가? (문제 정의)

목표 (Goals): 이 제안을 통해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목표.

원칙 (Tenets): 이 결정을 내리는 데 기반이 되는 핵심 원칙.

현황 및 배운 점 (State of Business & Lessons Learned): 현재 데이터와 과거의 실패/성공에서 배운 것.

전략적 우선순위 (Strategic Priorities): 문서의 핵심. 제안하는 해결책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

리스크 및 해결 전략: 예상되는 위험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


이 방식은 리더들이 '발표 기술'이 아닌 '사고의 깊이'로 경쟁하게 만들며, CEO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설계한 최고의 대화 사례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Checklist & Next Steps)


Takeaway & 행동 강령


다음 주 임원 회의에서 당신의 '의견'을 말하는 대신, 리더들에게 "당신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져라. 당신이 말하는 시간을 1/3로 줄이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체크리스트

[ ] 나의 임원 회의는 '보고'가 아닌 '이슈 해결'에 80%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가?

[ ] 회의 전에 모든 핵심 지표와 정보가 '사전 공유'되는 시스템이 있는가?

[ ] 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했는가?

[ ] 모든 논의가 명확한 '액션 아이템(담당자, 마감일)'으로 끝나는가?

[ ] 회의가 끝났을 때, 모든 리더가 '무엇이 결정되었고, 왜 그렇게 결정되었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지식의 무기고 확장하기

(해외 도서) 지노 위크먼(Gino Wickman), 『Traction (트랙션)』: 이 챕터의 L10 회의, 스코어카드, 이슈 리스트 프레임워크의 원전. 스케일업 기업의 실행 시스템을 위한 최고의 교과서.

✓ (해외 도서) 콜린 브라이어, 빌 카, 『Working Backwards (워킹 백워드)』: 아마존의 6-Pager, 싱글 스레드 리더십 등 독특한 실행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 ( 국내 도서) 이승건 저, 『유난한 도전』: 토스(Toss)가 어떻게 '전략 실행 회의(Alignment Meeting)'를 통해 전사의 속도를 맞추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엿볼 수 있다.



다음 챕터로의 연결

이제 당신의 리더십 팀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전략을 실행으로 바꾸고 있다(15장). 이렇게 내부적으로 완벽하게 정렬된 실행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제 외부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 즉 '주주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시간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주주총회 보고법: 숫자를 넘어 신뢰를 쌓는 대화법"을 통해, 단순한 실적 보고를 넘어 투자자를 당신의 전략적 파트너로 만드는 대화법을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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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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