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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하라, 도움 요청은 실패나 항복이 아니다

24. 이그제큐티브 코치 온보딩: 생존을 위한 대화 설계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IV. 격변기 헤쳐나가기 - 모든 어려운 대화 설계법


24. 이그제큐티브 코치 온보딩: 생존을 위한 대화 설계



엔진이 멈추기 전에, 비행기의 '생존 항로'를 설계하라


이전 챕터(23장)에서 우리는 격변기 속에서 '아니요'라고 단호히 말하며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집중력'을 지켜냈다. 하지만 이 모든 고통스러운 대화를 홀로 감당하며, 창업가 자신은 보이지 않는 암초에 부딪히거나 거친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한 한계에 부딪힌다. 이 고독한 항해를 완수하기 위해, 당신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제는 당신의 맹점을 짚어줄 전문 '항해사'를 배에 태우는 대화를 설계해야 할 때다.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고, 왜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내가 맞게 항해하고 있는 걸까?"

새벽 3시,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천장을 맴돈다. 팀원은 리더의 확신을, 투자자는 숫자의 증명을 요구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마저 바닥나는 순간, '코치'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혹시, 내 모습인가?"라고 느끼며 글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한다.


'도움 요청'은 '항복'이 아니다

"나약하게 보일까 두려워", "이 바쁜 와중에 낯선 이와 '대화'할 시간이 어디 있나"라며 애써 생각을 지운다. 창업가는 원래 모든 답을 아는 '선장'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곧 '실패'나 '항복'의 인정과 동일시하는 그 마음은, 생존을 위해 홀로 버텨온 리더에게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다.


감(感)으로 하는 항해는 여기서 멈추자

하지만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금 당신은 안갯속에서 지도나 나침반 없이 '감(感)'으로만 항해(VFR)하는 셈이다. 이 대화를 피하는 것은, 배에 물이 새는 징후를 무시하고 폭풍 속으로 배를 모는 것과 같다. 이그제큐티브 코치는 사치가 아니라, 당신의 맹점(Blind Spot)을 짚어주고 항해 지도를 함께 읽어줄 가장 중요한 '항해사(Navigator)', 즉 생존 장치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코칭이나 자문으로 '정답'을 구매할 수 있다는 착각

창업가는 '문제 해결사'라는 정체성에 매몰되어 코치에게 '정답'이나 '솔루션'을 요구한다. "배가 이쪽으로 가는 게 맞습니까?"라고 '정답'을 묻거나 "당신이 대신 키를 잡아주시오"라고 요구하는 순간, 코칭은 실패한다. 그것은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코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선장(창업가) 스스로가 최적의 항로를 찾도록 돕는 사람이다.


가장 비싼 비용은 '근거 없는 가지 확신'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으로 버티는 것이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실수다. 공동창업자와의 갈등, 핵심 인재의 번아웃, 자신의 임포스터 신드롬 같은 문제는 '더 열심히 노를 젓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암초'들을 방치하는 비용은, 유능한 '항해사'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배의 '침몰'을 야기한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제시: "솔루션이 아닌, 맹점을 비추는 '항해 지도'를 사는 것이다."


이 대화의 핵심 원칙은 이것이다. "당신은 솔루션을 사는 게 아니라, 당신이 보지 못하는 맹점과 암초를 비추는 '날카로운 거울'이자 '정밀한 항해 지도'를 사는 것이다." 코치는 당신의 생각을 '대신'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더 깊게' 생각하도록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파트너다.


프레임워크 제시: 코칭을 선택 위한 '3C' 프레임워크

이 대화는 '채용'이 아닌 '파트너십' 설계 과정이다. 다음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대화를 설계한다.


Chemistry (궁합):

"이 항해사 앞에서 내가 100% 솔직해질 수 있는가?" 이는 이력서나 명성보다 훨씬 중요하다. 창업가가 자신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부끄러운 맹점을 판단의 공포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화학적 결합, 즉 '핏(fit)'이 없다면 코칭은 피상적인 대화에 머물고 만다.


Context (맥락):

"우리가 피해야 할 가장 치명적인 '암초'(나의 맹점)는 무엇인가?" "리더십을 개선하고 싶다"와 같은 모호한 목표로는 항해를 시작할 수 없다.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배가 침몰할 수도 있는 가장 절박한 문제(예: 번아웃, 공동창업자와의 갈등, 전략적 맹점)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이 맥락의 공유가 코칭의 '북극성'이 된다.


Contract (계약):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소통하며 성공을 측정할 것인가?" 이는 관계의 '운항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주 1회 1시간인가, 위기 시 긴급 통화도 가능한가? 소통 방식(메일, 전화)과 6개월 뒤 어떤 상태가 되는 것을 '성공'으로 볼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이 명확한 계약이 선장(창업가)과 항해사(코치) 간의 신뢰를 담보하고 기대를 관리한다.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맹점발견 (Blind Spot Discovery):

이 대화의 목표는 나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장 깊은 취약성과 내가 보지 못하는 맹점을 솔직하게 여는 것이다.


#솔직한대화 (Honest Conversation):

코치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문제를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느끼는 두려움, 불안, 혼란을 100% 솔직하게 드러낼 때 코칭은 시작된다.


#성장파트너 (Growth Partner):

코치는 '선생'이나 '해결사'가 아니다. 선장(창업가)의 성장을 돕는 '항해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동등한 파트너로서 대화해야 한다.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Talk Script & Tactics)

피해야 할 표현 (정답 요구와 책임 전가):

-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스스로 내려야 할 결정을 떠넘기는 말)

-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코치를 컨설턴트로 착각하는 말)

- "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장 흔한 실수)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솔직한 자기 고백과 날카로운 질문):

+ (About You / 자기 공개):

"솔직히 말해, 저는 지금 번아웃 직전인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A입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B를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C가 가장 어렵습니다."+ (To Coach / 핵심 질문):

"저와 같은 초기 창업가를 코칭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기업 임원 코칭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는가?"

"당신의 코칭 철학은 무엇이며, 저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전'을 줄 것인가?"

(실전 팁: 상대가 얼마나 날카롭게 당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지,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지 테스트해야 한다.)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사례 분석 (Good):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코치' 빌 캠벨

구글의 CEO로 부임한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이사회 멤버 존 도어로부터 코치를 추천받았을 때 격렬히 반대했다. "난 이미 성공한 CEO인데 코치가 왜 필요한가?" 그는 코칭을 자신의 역량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하지만 그는 결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코치, 빌 캠벨(Bill Campbell)을 만났다. 빌은 경영 전략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배의 '키(Wheel)'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선장(슈미트)의 바로 옆자리, '항해사'의 자리에 앉았다. 그는 회의에 동석해 이렇게 물었다. "방금 그 대화에서, 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뭐였는가?", "당신의 말이 팀원들에게 어떻게 들렸을 것 같은가?" 그는 슈미트가 스스로를 볼 수 있게 하는 '거울'이 되어주었고, 슈미트는 훗날 코칭이 자기 인생 최고의 조언이었다고 회고했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Checklist & Next Steps)


Takeaway & 행동 강령:

"가장 뛰어난 선장도 혼자서는 모든 바다를 알 수 없다."


당신의 '항해사'를 찾는 대화를 시작하라. 스스로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것이며, 배가 침몰하기 전에 항해 지도를 펼치는 일이다.


체크리스트

[ ] 내가 해결하고 싶은 '생존' 문제는 명확한가? (e.g., 번아웃, 공동창업자 갈등, 리더십 맹점)

[ ] 컨설턴트(해결사)와 코치(항해사)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했는가?

[ ] 최소 3명의 코치 후보와 '케미스트리 핏' 미팅 일정을 잡았는가?

[ ] 그들에게 나의 가장 부끄러운 고민 하나를 솔직하게 말할 준비가 되었는가?


지식의 무기고 확장하기

(해외 도서) 에릭 슈미트 외, 『빌리언 달러 코치 (Trillion Dollar Coach)』: 빌 캠벨이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을 코칭했는지 보여주는 필독서다.

(국내 도서) 김상보, 『리더의 나침반』: 한국 상황에 맞는 리더십과 코칭의 본질을 탐구한다.

(해외 아티클) "What Can Coaches Do For You?" (Harvard Business Review): 코칭의 효용성에 대한 경영학적 분석을 제공한다.


다음 챕터로의 연결

가장 강력한 '항해사'가 옆자리에 합류했고, 내면의 지도와 나침반을 정비했다. 이제 당신의 '배'가 커짐에 따라, '선장'으로서의 '역할' 자체를 재설계할 때다. 다음 챕터(25장)에서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최고 실행자'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리더'로 진화하는, "이제 내 진짜 일은 무엇인가?"라는 대화를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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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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