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의 정의: 통찰로 다시 쓴, 사전에 없는 일의 언어
연봉, 국어사전은 이를 '1년 동안에 받기로 계약한 임금의 총액'이라 정의합니다.
우리는 흔히 연봉(年俸)을 직장 생활의 유일한 목적이자, 내가 흘린 땀방울의 '물리적 가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은 연봉 계약서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내가 지난 1년간 야근한 시간,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 포기한 주말을 돈으로 환산하려 듭니다. "내가 이만큼 고생했으니 이만큼은 받아야 해"라며 숫자에 집착하고,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내 노력은 헐값에 팔렸다"며 자조하곤 합니다.
이들에게 연봉은 노동과 자본의 건조한 교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연봉은 단순한 '일의 대가'가 아닙니다.
매년 12월, 임원실 책상 위에는 수십 명의 팀원 인사평가표와 연봉 계약서가 올라옵니다. 만년필을 들고 그 서류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묘한 중압감을 느꼈습니다.
많은 후배가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고작 몇 퍼센트의 인상률에 목숨을 겁니다. "김 과장은 얼마 받는데 저는 왜 이것뿐입니까?"라며 비교의 늪에 빠지거나, 회사가 돈을 아끼려 한다며 분노합니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숫자'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재권자인 제가 서명할 때 보았던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금액은 회사가 당신에게 보내는 '자본주의적 고백'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판단을 신뢰합니다." "당신이 우리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 줄 유일한 사람임을 인정합니다."
회사는 결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수익을 내야 하는 냉혹한 조직이 한 개인에게 높은 연봉을 책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의 경험과 직관을 믿고 의지하겠다는 무거운 인정(認定)의 표시입니다.
그러니 숫자의 크기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를 '비용'으로 격하시키지 마십시오.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많은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는 '존재의 증명'입니다.
연봉 계약서는 당신이 회사에 노동력을 판 영수증이 아닙니다. 당신이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 회사가 당신을 얼마나 귀한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의 인증서'입니다.
이번 연봉 계약서에 서명할 때, 당신은 무엇을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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