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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Apr 14. 2021

그 외딴 국수집은 왜 장사가 잘될까?

'상권은 매출이다' 독서 감상문

파리바게뜨 빵집에 들렀다. 프랜차이즈 빵집 주인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나이가 많으신 사장님이 카운터를 보고 계셨다. 호기심이 들어 몇 마디를 나누었다. 아마 사장님은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보상을 받고 소일거리 삼아 프랜차이즈 빵집을 개업하신 것으로 보였다. SPC의 상권 분석 실력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가게 위치를 잡으실 때 어떤 도움을 받으셨냐고 여쭤봤다. 사장님은 혀를 내두르셨다.


'나는 그냥 내자고 했는데,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몇년을 기다리게 했어요.'


그만큼 자영업에 있어 상권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해 준 일화였다.


이렇게 신중하게 상권을 선택하는 것은 입지는 한번 정하면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어떤 상권을 선택하느냐는 마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개인의 인생이 뒤바뀌는 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권을 선택하고 입지를 정하고 나면 많은 돈을 들이게 되고 그곳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가 된다.


내가 사는 파주 운정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외곽지역에는 2층짜리 국수집이 있다. 서울에서도 머나먼 파주, 거기에서도 외곽지역, 집보다 논밭이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그 국수집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상권 관점에서 봤을 때는 수십번을 망할 것 같은 국수집의 장사 비결은 무엇일까?


이 국수집은 운정, 금촌에서 약 5km 반경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일단 그 국수집은 기본적으로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라는 기본 메뉴의 맛이 탄탄하다. 그리고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국수 가격이 다른 가게에 비해 다소 비싸지만 양이 워낙 많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이 국수집에서는 새로운 메뉴들이 수시로 개발되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백종원이라면 메뉴를 10분의 1로 줄이라고 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국수집이 위치한 지역이 관광지인 헤이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들르기 좋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이 국수집이 신도시 중심에 있는 소위 A급 상권으로 들어왔다면 이만큼 성공했을까? 그저 그런 국수집 중 하나로 인식되어 얼마 못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A급 상권에 자리잡는 것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은 상권에 자리 잡지 않았더라도 철저한 준비와 손님에 대한 정성으로 승부를 보는 자영업자도 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는 첫 가게가 A급 상권에 위치하지 않았지만 손님에 대한 정성으로 성공한 요식업자가 되었다.


'상권은 매출이다'는 자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상권과 업에서 집중해야 할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배민 아카데미에서의 강연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실제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상권분석과 관련된 내용을 최대한 담기 위해 노력하였다. 저자는 GIS(공간지리분석)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좋은 상권을 찾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좋은 상권을 선택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상권을 분석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에 더하여 상권을 뛰어넘어 성공에 이른 다양한 자영업자들의 비결을 분석한다.


삶의 전부인, 실패할 수 없는 그 자리를 잘 찾기 위한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자신만의 시각으로 최선을 다해 상권을 분석해야 한다. 월가의 구루인 피터 린치는 주식 투자에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의 특성, 흥미를 느끼는 이유, 성공 조건 등 해당 주식을 선택한 자신만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권을 선택할 때도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상권요인(경쟁매장, 교차로, 군집 등), 입지요인(건물, 노변 전면길이, 매장 크기) 체크리스트를 통해 그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그 자리를 찾는 동시에 자신이 하려는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고객과의 관계 맺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동 하나, 메뉴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한번 온 손님은 절대로 잊지 않았던 우노 다카시,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가며 철저하게 음식의 맛을 관리하는 부부식당과 같은 절박함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그 가게는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 없을 것이며, 충분히 성공할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지난주 가족과 함께 찾은 카페. 상당히 외진 곳이고 길 건너편에는 우사가 있지만 낮 시간에는 앉을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주 가족과 카페를 찾았다. 위에 말한 국수집보다도 외진 위치에 위치해 있었고, 건너편에는 소들로 가득한 우사가 보였다. 그러나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온 것과 같은 별천지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나무와 꽃이 가득한 정원에 많은 사람들이 빈백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카페에서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드레스들을 무료로 대여해 주었다. 앳띄어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드레스를 입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카페에는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생각해보니 도심과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싼 가격에 넓은 땅을 확보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주차장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좋은 카페를 찾아가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없으면 차를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외져있기 때문에 더욱 카페가 주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 와닿았다. 결국 외진 곳이었기 때문에 더 좋은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커피 전문점 사장님에게는 외지고 우사가 옆에 있는 지금의 입지가 A급 상권이었다.


어떤 상권이 최적의 장소인가. 절대적인 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하려는 업에 가장 적합한 입지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객관적인 A급 상권보다는 나만의 A급 상권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절박하고 간절한 그 자리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을 함께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에겐 그 자리가 삶의 전부이며 결코 실패하면 안 되는 절박한 끝자리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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