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서 탈 수 있는 대표적인 노선은 한중일 크루즈이다. 상해에서 출발해서 부산과 제주를 들러 상해로 돌아가는 항차를 우연히 타게 되었다. 중간 기항지에서 탈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원한다면 크루즈 선사에 가능 여부를 문의할 것.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이용했고, 크루즈보다는 상해 여행에 목적을 두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이지 않은가. 크루즈를 타고 우리나라 땅, 제주도에 내릴 수 있다니. 기대하면서 기항지를 나갔는데 이게 웬걸. 여유롭게 나와서일까 크루즈 항구에는 택시 한 대 볼 수 없었다. 허허벌판에 대중교통도 없고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버스라도 타려면 정말 한참을 걸어 나가야 했는데, 마침 차를 타고 나가던 직원이 허허벌판을 걷고 있는 우리를 적당한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크루즈 선이 정박하는데 인프라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해외에 나가보면 배 들어오는 날은 동네 자체가 활기찬 분위기가 되는데. 경제적인 규모도 엄청날 텐데 말이다.
너무 짧게 끝나 아쉬웠던 여행이었기에, 한중일 노선을 꼭 다시 이용해보리라 마음먹었다. 2016년에 마침 아시아 최대 크루즈인 콴텀호가 운항을 시작해서 궁금한 마음에 예약을 했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비보를 들었다. 안개로 인해 하선이 지연되어 아직 승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승선은 저녁 7시부터 가능하고 출항은 밤 10시 30분 예정.
5시간 정도가 붕 뜨게 돼서 근처 와이탄이라도 다녀올까 했더니, 직원이 상해의 러시아워는 만만치 않다며 만류한다. 근처의 작은 호텔을 대기장소로 마련했다기에 셔틀버스에 올랐다. 막상 도착하니 큰 연회장에 생수와 비스킷이 비치되어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근처나 돌아보자 싶어 길을 나섰다. 어라, 이마트? 중국의 이마트는 어떤 모습일까나. 대륙의 기상을 담은 주류 코너와 큰 개구리를 판매하는 생물 코너가 인상적이었다.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구경하면 좋겠다 싶어 길을 나서니 이마트가 보인다. 오, 상해 이마트는 어떤 모습일까나. 들어가서 한국과 다른 점등을 비교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대기장소인 호텔로 복귀를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대기 중이고 저녁 7시가 넘어도 어떠한 안내도 들을 수 없었다. 데스크에서 간식을 담당하는 직원은 영어를 전혀 못했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크루즈로 돌아와 수속을 마치니 웽~~ 하고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비상대피훈련 시간이다. 그래, 우리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공간을 이루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나. 콴텀호는 시설은 만족스러웠지만 어딜 가나 활기가 심하게 넘쳤다. 객실은 만석인지 모든 장소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밥이라도 편하게 먹고 싶어 이번 일정은 스페셜티 레스토랑 위주로 이용했다.
중국 항차답게 훠궈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몹시 맛있었다. 연어, 새우를 포함한 해산물과 소고기와 양고기 플러스 랍스터가 제공되었다(아쉽게도 이후 항차부터는 중단되었다고) 샐러드와 디저트는 뷔페 형식으로 양껏 먹을 수 있었다.
일식당에서 진행하는 갈라 디너도 인상적이었다. LA에서 활동하는 마스터 셰프를 초빙해서 사케&초밥 페어링을 진행했다. 갈라디 너를 예약하면 객실로 초대장을 보내주는데, 초대장에 적혀 있는 Bar로 가니 샴페인을 한 잔 주었다. 삼삼오오 다 모여드니 행사 담당자가 뷔페 옆에 마련된 특별 레스토랑으로 안내해 주었다. 마스터 셰프는 코스가 진행될 때마다 메뉴와 사케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분위기는 고급졌다. 단 전통 일식보다는 퓨전 일식에 가깝고, 크루즈 레스토랑 내의 일식당과 마찬가지로 초밥의 질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남미 크루즈 여행 중에 선내 일식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직원이 미리 선수를 치기도 했다.
“초밥의 질이 너네 나라에서 먹는 것이랑 비교할 수는 없어. 그래도 여기는 바다 위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거야”
그래도 서양식만 가득한 곳에서 일식당의 음식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아시아 최대 크루즈 콴텀호는 최대 인원과 무질서의 향연으로 최악의 크루즈로 기억되었다. 최악의 크루즈를 잊는 방법은 좋은 크루즈를 타서 기억을 상쇄하는 것이 최고다. 이로부터 2달 뒤 나는 알래스카 크루즈에서 빙하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