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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1. 2019

대학로 고백

한 다발의

장미.


한 자 한 자

떨리는 손으로

쓴 편지.


10분씩

가는 시간.


겨울인데도

손에 나는 땀은

멈출 줄 모르고


찬바람은

코끝을 때리지만

빨개진 코는


내 마음의

신호등 색깔처럼

멈춰버린 채로

그 자리에 굳었다.


긴 인파의 끝에

시선이 닿는 곳.


닮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할 때

나의 고백은 드디어

시작.


한걸음

한걸음


외나무다리를 걷듯이

왼쪽과 오른쪽을

잘라내고


출렁이는 

위태로움 위에

너와 내가 

마주 보고 서있다.


그 많던 인파는

온데간데없고


어둠 속에

다가오는 것은

한 사람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거절했던

또 다른 이의

고마웠던 마음도

이랬을까.


뒷 일은 걱정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제는 이대로 갈 뿐.


소담한 꽃을 건네고

너의 반응을 살피니


꾀나 놀란 듯한 모습.


하지만 피하지 않고

꽃을 받아 든다.


이 거리의 흘러가는

인파와 날려 다니는 전단지,

불규칙하게 늘어선 노점상,


혼란스럽게 섞인 음식 냄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발가락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꼼지락거림.


등줄기를 살짝 흐르는 땀방울.


내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왜 그렇게 추하냐고

할지 모른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서있기만 하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내 시선 안에 온전히 들어와

모든 것을 채워버렸다.


이제는 그냥 한마디뿐.


같이 가자고 말한다.


삐걱이는 나무다리처럼

나의 길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은막처럼

전부 감싸주기에는

모자란 듯 보이지만


하나만 생각하고

나와 같이 가자.


배려. 

뜨거운 배려.

나의 마지막 같은 배려를 

너에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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