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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꽃 May 03. 2024

왕초보 농부가 갖추어야 할 것은?
부지런한 손길

 내 텃밭 오른쪽에 있는 텃밭 ‘채소나라’ 주인 부부를 만났다. 아저씨는 가끔 보았는데 아주머니를 뵌 건 처음이다. 과묵한 아저씨와 달리 아주머니는 친화력 있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분이었다. 분양 텃밭에선 반가운 인사를 나눈 다음 텃밭에 관한 얘기가 이어지기 마련. 아주머니와 나는 서로의 텃밭 칭찬에 나섰다.   

  

우선 나부터 시작. 

“가로가 아니라 사선으로 줄을 맞춰 씨를 심으셔서 열무들이 더 예뻐 보여요. 울타리 만들어준 것도 멋지고.”

채소를 기르면서도 멋을 낼 줄 아는구나, 그 집 텃밭을 보며 생각했던 터라 진심으로 얘기했다. 작물을 사선으로 재배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선했고, 텃밭 경계를 따라 나무 막대를 드문드문 꽂고 파란색 비닐 노끈으로 이어 예쁜 울타리를 만든 것도 채소나라가 유일했다.

“근데 그 줄이 이제 흐트러진 거 같네요?”

줄 맞춰 체조를 하듯 자라던 열무들이 좀 어수선해져 물었다.

“솎아준다면서 왕창 뽑아다 비빔밥 해먹었지. 하하하.”

어머나, 이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라니. 정말 유쾌한 분이었다.     


이제 아주머니가 내 밭 칭찬을 할 차례.

“난 농사 잘 짓는 할머니가 요렇게 밭을 잘 가꿨나 했는데, 새댁이었네?”

졸지에 새댁이 되어 풉, 웃으려다 노력상을 받은 아이처럼 자존감이 살아났다. 텃밭에 오면 왕초보의 어리버리 정서로 열심히 물이나 주고 이웃들의 코치대로 예 예 하며 따랐을 뿐인데 밭을 잘 가꿨다고?     

물론 아주머니는 칭찬 인심을 듬뿍 쓰셨겠지만, 새삼 나의 텃밭이 오밀조밀 이쁘고 귀티가 나 보였다. 모종이 조금 자라 곁가지를 잘라준 방울토마토 나무들, 씨를 너무 얕게 뿌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옆으로 쓰러진 새싹을 북주기로 일으켜 세우고 잡초와 떡잎과 잔머리 같은 싹들을 없애줘 나름 실하게 자란 열무들, 다양한 종류의 상추를 욕심 없이 적당한 간격으로 여유 있게 심어 건강히 자라는 상추들, 지난 주 유튜브에서 본 대로 심은 강낭콩 씨앗이 일주일 만에 싹을 틔운 자태……. 작업용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만져준 아이들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 그림까지 그려넣은 ‘싱싱이네’ 팻말과 그 밑에 심은 안개꽃도 한몫하는 중. 예스!     


작물이 잘 안 큰다고 걱정하는 아주머니에게 자전거 바구니에 있는 커피 찌꺼기를 가져다 드렸다. 지난번에 뿌리고 남은 것이었다. 

“아이구, 고마워라. 이거 먹고 잘 자라겠지?”

아주머니는 커피 찌꺼기를 한 줌씩 꺼내 밭에 뿌렸다. 

커피 찌꺼기와 분쇄한 달걀 껍데기는 식물에게 좋은 양분이 된다고 한다. 매일 마시는 드립 커피 찌꺼기를 꾸준히 모으고, 달걀 껍데기를 햇빛에 말려 커피그라인더로 분쇄한 가루는 이미 내 밭에 섞여 들어갔다. 가끔씩 그렇게 해주면 내가 지은 텃밭 이름처럼 싱싱한 채소들을 수확할 수 있겠지. 상추는 벌써 여러 번 뜯어다 쌈을 싸 먹었다. 과장은 1도 하지 않고, 그토록 기가 막히게 보드랍고 맛있는 상추는 먹어본 적이 없다.


텃밭에서 배웠다. 

‘실력 없고 기술이 없으면 부지런함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흙으로 뒤범벅되는 만큼, 종종걸음으로 물탱크와 텃밭을 오가며 장화가 먼지를 뒤집어쓰는 만큼 나의 채소들은 알뜰살뜰 가꾼 티를 내주고 있었나 보다. 고맙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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