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하철 1호선.
차창 거울로 승객들은 자리를 탐하기 위한 눈치를 살핀다.
자리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환승역에 열차는 천천히 다가간다.
한 승객이 내 레이더망에 잡혔다. 짐을 챙기며 일어서고 있다.
누구도 탐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내가 유리한 위치다.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자리가 비자마자 세상의 모든 생존 본능이 폭발한다.
반응속도는 0.5초를 기록한다.
반사신경은 날랜 치타의 움직임.
각도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닌자급의 민첩성.
'그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
냄새를 맡고 저 멀리서 매의 눈으로 쳐다본다.
검은 팔토시, 장바구니, 크로스 백, 손엔 생선냄새 가득한 비닐봉지가 있다.
좌석 앞을 가로막던 승객들을 밀치고 피하면서, 정확이 내 앞자리에 터치다운을 성공한다.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내가 먼저 탔거든요."
난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언제부터 지하철을 먼저 탄 사람이 좌석에 우선 앉을 자격이 있었던가.
한 어르신이 승차해서 그녀 앞으로 섰다. 내심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어르신, 날도 더운데 왜 나오셨어요~ 집에서 쉬셔야지."
라고 말할 뿐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약속 장소로 향하던 나는 깨달았다.
자리는 앉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하철은 평화의 장소가 아니다.
이곳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경쟁과 전투의 장소다.
"언젠가... 나도 저 전투력에 도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