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록
지하철 직원에게 명절은 따로 없다.
지하철은 쉬지 않는다.
운행 간격만 달라질 뿐이다.
승객들을 태운 열차는 종료 시까지 가고 오고를 반복한다.
이제는 주변 가족들에게 근무라는 명분으로 명절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친척들과 잦은 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서로의 소식을 건너서 들을 뿐이다.
명절날 근무는 평소보다 한가하다.
그렇다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볼 일만 보는 시간을 갖지는 않는다.
한가로움을 주는 데 있어서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가 역직원에게는 큰 선물이다.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
명절 연휴 동안은 더 긴장감을 갖고 근무했다.
왜냐하면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많아서이다.
한 승객이 열차가 들어오는 초입에서 서성거린다.
열차는 역에 들어오기 전 멀리서 열차 라이트를 켜고, 경적을 울린다.
그런데 초입에 있던 승객은 사라지고, 열차는 승강장 중간쯤에서 멈춘다.
역직원 들은 선로에 내려가서 시신을 수습한다.
명절날,
대부분 가족들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한다.
그런 행복한 모습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 날은 누군가에게 가장 쓸쓸하고 우울한 날이 된다.
고향을 가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에 가고 싶은 않은 취업준비생.
"몇 등하냐?"로 학교생활을 평가받는 학생.
"결혼 언제 하냐?"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노총각/노처녀.
여러 다른 이유로 외로운 이들이 많다.
이번 명절도 나에게 3가지를 다짐한다.
하나, 입 조심
둘, 행동 조심
셋, 참견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