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상황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로부터 춥다 덥다로 지하철 고객센터에 문의가 빗발친다. 아무리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개인이 느끼는 적정 온도는 다르다. 출 퇴근길, 기관사가 말하는 방송이 자주 들린다.
"지금은 최대로 냉방 중입니다. 혹시 추우신 분은 약 냉방칸으로 이동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합니다."
기관사의 방송 멘트는 더워하는 승객과 추워하는 승객들 간에 벌어지는 촌극을 예방한다. 일단은 방송을 해주면 승객들은 대체로 상황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합실과 승강장은 덥다. 아마도 지하철 냉방설비 노후와 관계가 깊다.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노령 인구증가로 무임 비용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복지 혜택을 줄일 수도 없고 참 어려운 문제다. 한 마디로 지금 돈이 없다.
퇴근 30분 전, 챙겨야 할 업무를 마무리하고 소파에 앉아 냉커피를 마셨다. 냉커피는 목을 통과한다. 뇌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무실에 울리는 경보음에 커피잔을 놓았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췄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해당 엘리베이터를 다시 작동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안 좋았다. 역무실 대형 모니터에 표시된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승객들은 놀란 표정으로 어느 한 곳을 보고 있었다.
이어서 역무실 전화가 울린다.
승객 "여기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어요. 빨리 와 주세요."
코와붕가 "네, 바로 가겠습니다."
구급 킷트를 둘러매고 해당 위치로 뛰어갔다. 할아버지 곁에는 여러 승객이 있었다. 119에 신고하는 분, 할아버지를 지혈시키는 분. 나는 직원이라 밝히고 구급킷트를 열고 할아버지를 지혈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119가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부상 부위를 치료받았다. 할아버지는 병원후송을 거부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응급치료만 받으셨고, 나는 할아버지를 지하철 노약좌석에 태워 드렸다.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끼시면 바로 병원에 가시라고 신신당부드렸다.
할아버지는 치료 중에 본인이 발을 헛디뎌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미안해요"를 반복했다.
상황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돌려봤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할아버지는 발을 헛디뎌서 생긴 사고가 아니었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잡고 가만히 서 계셨다. 그렇게 내려가던 중에 갑자기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추측컨대 더운 여름 날씨가 영향을 주었다고 짐작된다. 치료당시에 할아버지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치료당시에 순간적으로 탈수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사회복무요원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시원한 물을 마신 할아버지는 이제야 살 거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어도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출근시간에 빈혈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여성승객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