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점심 친구 안녕~
수빈(가명)이는 내가 근무하고 있을 때 서류를 들고 사무실로 왔다.
방금 훈련소를 마치고 와서 머리는 매우 짧았고, 어리숙한 표정으로 나와 만났다.
수빈이는 우리 반 사복(사회복무요원을 주여서 말함)이 아니었다. 후에 내가 반을 옮기게 되면서 수빈이와 같이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됐다.
대게 신규 사복이 오면 질문은 비슷하다.
"집은 어디냐?"
"밖에서 뭐 하다 왔냐?"
"무슨 이유로 사복이 됐냐?"
"여자 친구는 있냐?"
수빈이는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사복으로 왔다고 했다. 곡을 만들었는데 중간에 중개인? 가 사기를 쳤고, 그래서 충격으로 불면증이 생겼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곡을 만드는 중간중간에 비트코인과 주식으로 단타를 친다고 했다. 차트공부를 조금 했고 적은 돈이지만 수익 나는 횟수가 많다고 했다. 나에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빈이가 들어오고 나서 6개월이 지나서 직원 발령이 났다. 한 반이 모두 발령이 나면서 내가 반을 옮겨야 했다. 그렇게 수빈이와 함께했다. 사복에게 바라는 1순위는 '근태'다. 근무날 정시에 와서 정시에 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수빈이는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2순위는 '인사성'이다. 출퇴근하면서 누구와도 밝게 인사를 했다. 수빈이를 싫어하는 직원들이 없다.
수빈이는 나와 있으면서 투자 마인드가 바뀌었다. 수빈이는 코로나시절 전 국민의 주식 '삼성전자'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높은 매수가를 자랑했다. 물려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트를 보면서 하는 코인투자로 돈을 잃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웠다.
자본주의와 주식 투자에 대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알려주었다. 수빈이의 장점 중 하나는 실행력이 빠르다는 점이다. 바로 증권사에 가서 ISA계좌 서민형을 만들었다. 내가 추천해 준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지수 ETF의 힘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월급을 타면 조금씩 매수를 했다. 난 수빈이에게 비록 지금은 자본이 작지만 나이가 젊고 일을 하면서 꾸준히 매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줬다. 무서운 복리의 힘을 알려줬다.
수빈이는 헬스도 시작했다. 헬스를 나와 비슷하게 시작했다. 수빈이는 PT를 받고 식단까지 하면서 몸을 키웠다. 그렇게 10KG를 찌웠고 굵은 팔뚝을 보유하게 됐다. 이왕 시작한 거 프로필 사진까지 찍어보라고 했다.
수빈이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캐나다로 떠나면서 서로가 자연스레 멀어졌다. 수빈이는 헬스장에 있는 여성에게 먼저 다가가 호감을 표시했다. 수빈이는 키가 조금 작을 뿐이지 생김새도 성격도 빠지는 게 없다.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수빈이는 능력자다. 부럽다.
수빈이가 성실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매번 점심을 내가 사주었다. 수빈이는 미안해서 1,2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를 사주었다. 이제는 점심도 쓸쓸히 먹어야겠구나.
밖은 지옥이라고 말한다. 사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의 땅이다. 성공확률이 적지만 이뤄낸다면 크기는 짐작할 수 없다. 수빈이는 돌아갈 곳이 없다. 바로 사회에 몸을 던져야 한다. 네가 만들었고 들려주었던 곡들이 생각난다. 아직 임자?를 만나지 못해서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돼 있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수고했고, 고생했고, 반가웠다. 내가 겪어본 사복 중에 좋은 놈이었다. 내가 농담으로 "잘 되면 연락해라"말했지만 언제든지 연락해라. 주변에 아는 사장님이 계시다면 너를 써보라고 추천하겠다. 그 정도로 넌 괜찮은 녀석이다.
마지막으로 며칠 후 있을 우리 반 회식 날, 너와 인증숏을 남겨야겠다.
네가 유명한 작곡가가 되면 자랑해야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잊히겠지만, 우리 서로 웃으면서 보자.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