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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나연 Nov 19. 2020

스파이더맨으로 입문하는 마블코믹스 첫걸음

2020년 마블코믹스 입문가이드

때는 2014년 늦여름, 아직은 슈퍼히어로물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시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나온지 한 달 께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포털사이트에 영화 제목을 검색해보았는데, 아니 글쎄, 주인공 피터 파커가 원작에서 죽었다지 뭐예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구미가 있는대로 없는대로 무진장 당기더군요. 그 자리에서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화와 제목이 같은 만화책을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그날로 스파이더맨에 푹 빠져서 2020년 지금까지 일편단심 짱팬이 되었답니다.


인생을 180도 바꿔주었던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과는 별개로, 마블코믹스를 난생 처음 접했을 때에 그 당혹감은 아무리 잊을래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췌 뭘 읽어야 되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어벤저스니 시빌 워니 뭔가 많긴 한데 어떤 순서로 어떻게 읽어야하는지도 도통 모르겠단 말이죠. 제가 처음 집어들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집으로>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탄로>는 후속권이 아직 발매되지 않아서 라인이 뚝 끊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표지에 스파이더맨이 그려져 있는 거라면 닥치는대로 몽땅 사읽는다'였어요. 굉장히 무식하죠? 그 경험이 질적으로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별로"였다고 회고합니다. 처음 보는, 관심도 없는 캐릭터들이 왁자지껄 알지도 못할 얘기를 떠들고. 좋아하는 스파이더맨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쓸데없이 우르르 와아 투닥거리기나 하고 말이에요. 멍하니 그림 구경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그러면 처음 마블코믹스를 접할 때의 이상적인 접근법은 대체 무엇일까요?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마블코믹스를 독서하는 데에 있어서 절대적인 왕도는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마블코믹스의 세계는 너~무나도 넓어서, 마블코믹스 전체는 물론이거니와 스파이더맨 하나만 따져보아도 이 한 캐릭터가 나오는 책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몽땅 다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결국엔 어떤 기준에 따라서 읽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따져가며 선별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읽는 사람마다 취향과 관심사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독서의 발자취가 같아질 수가 없지요. 저만 하더라도 저렇게 "별로"였던 입문 초였지만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접 모험을 떠나듯이 저만의 독서 루트를 개척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요, "반드시 이 순서로 읽지 않으면 큰일난다!!!" 같은 건 없지만, 조금이나마 쉬운 길,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입문자에게 친절한 길은 분명 있습니다. 오랫동안 스파이더맨을 덕질하면서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 마블코믹스 입문법을 소개드립니다. 만일 그때의 저처럼 마블코믹스를 처음 읽어보고 싶은데, 스파이더맨에게 관심이 많은데 망설여진다 하시는 분들께서 이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마블코믹스를 처음 접하는 게 유독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크게는 "양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기 때문"이고 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마블코믹스의 특수한 출판 구조를 알면 극복이 가능한 문제점이고요, 후자는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캐릭터 한 명을 정해서 그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면 혼란을 덜 수 있습니다.


이전에 적었던 「나는 왜 마블코믹스를 읽는가」라는 포스팅에서 마블코믹스는 비선형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연재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마블코믹스의 가장 치명적인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일단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이에요.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마블코믹스 80년 역사, 지금껏 뭐 안 나온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마블은 여전히 "새롭다!" "당신이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색다르고 특별한 만화!" 라고 라벨링을 붙여 이야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월간 연재를 기본으로 두고 있는 마블코믹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현재성입니다. 현재, 지금 이 순간 새로 나온 신간 만화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는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회사의 시선이 지금이라는 시점에 꽂혀있다는 것은, 자연히 회사가 지금의 독자들의 니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마블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쌓여있는 구간들의 진입장벽에 많은 사람들이 가로막혀 좌절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그에 상응해 예전에 나온 책을 읽지 않아도 현재 발간되는 책을 즐기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친절하게 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간은 전혀 쓸데가 없다 라는 식으로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마블은 과거의 작품들을 쉴새없이 현재 시점으로 끌어올려서 재구성하고 재해석해서 본래의 작품성과 책에 담긴 메시지를 기립니다. 그로 인해 구간들도 생명력을 띄고 현재성을 취득하지요. 구간이 괴물처럼 잔뜩 쌓여있어서 부담스럽다고요? 괜찮습니다. 그 구간들의 대부분은 패스해도 덕질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겐 '선별적 독서'라는 전설의 무기가 있습니다. 원하는대로 정보를 찾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읽으면 그만입니다. 마블코믹스는 우리들에게 무엇이 읽을만한지 아닌지 가치판단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 읽는 것으로 대답하지요. 제가 마블코믹스가 곧 '현재 독자와의 대화'라고 평했던 속사정은 이렇답니다.


잠깐만. 이제 막 첫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입문자가 그런 가치판단을 제대로 내릴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올드비인 제가 어느정도 팁을 드리는 게 맞지요. 우리는 가장 관심가는 캐릭터가 '스파이더맨'이라고 전제를 깔아둔 상태입니다. 그러면 스파이더맨의 책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볼까요?

스파이더맨은 1962년 첫 데뷔를 해서 2020년 현재까지 쉬지 않고 연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아득하게 방대한 분량인데요. 이걸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이런 표로 표현해볼 수 있겠어요. 저는 이걸 하나의 기차라고 상상해보고 싶습니다. (칙칙폭폭 츄츄!) 기차 칸마다 해당 년도에 발매된 책들이 잔뜩 쌓여있는 거예요. 오른쪽 앞칸으로 갈 수록 새 책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앞서 마블코믹스가 현재성을 추구한다고 했으니, 적어도 당장의 입문 단계에서는 기차의 뒷칸은 싸그리 다 패스해도 괜찮습니다. 제 추천은 00년대와 10년대 칸에 중도탑승해서 독서를 시작해보는 거예요. 2000년대와 2010년대 코믹스를 입문서로 추천하는 이유는 총 셋입니다.


첫째, 일관성이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라는 작가가, 2010년대에는 댄 슬롯이라는 작가가 스파이더맨을 오랫동안 도맡아 써줬기 때문에 캐릭터성과 주변 보조 인물들과의 관계성이 일관적으로 서술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어라 갑자기 왜 이러지?" 라고 당황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지요. 아주 훌륭한 메리트 아니겠습니까.


둘째, 접근성이 좋습니다. 2000년대 스트라진스키*과 2010년대 댄 슬롯런은 이미 정갈하게 번역이 쭉 뽑혀있어서 언어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어로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공사의 정발 중에는 배트맨 다음으로 잘 나온 것이 스파이더맨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이시기 스파이더맨 코믹스는 기차 뒷칸에 비해서 그림이 촌스럽지 않고, 또한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일본망가의 작풍에 비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세련된 색채와 작화수준이 꾸준하게 유지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잖아요. 냠냠굿.

*런: 한 명의 작가가 오랫동안 맡아 쓴 연재 구간을 통틀어 이르는 용어.


셋째, 가독성이 좋습니다. 이건 번역본보다는 원서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마블코믹스는 별칭이 '그래픽노블'일 만큼 줄글이 많습니다. 이는 형태소 요소요소가 한데 뭉쳐 구성되어 경제적인 한글에 비해서 영어는 복수의 알파벳을 수평적으로 늘여놓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의미의 대사라고 하더라도 영어가 지면을 더 많이 차지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대사량의 압박은 처음 마블코믹스에 입문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헌데, 그 많고 많은 대사들이 꼬부랑 필기체로 써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요, 정말 죽을맛이더라고요. 이게... 이게 외국인 독자인 저희로서는 도저히 할 짓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부터는 대부분의 대사를 정갈한 컴퓨터 폰트로 입력하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00년대 전까지는 그 모든 대사를 레터러가 손으로 하나하나 써넣었다는 뜻이죠?)


오케이 알겠습니다. 마블코믹스의 모든 책을 읽으려하지 말것, 그리고 이왕 읽는 거 우선적으로 2000년대, 2010년대에 발매된 스파이더맨 코믹스를 읽어볼 것. 어느정도 선택지가 좁혀졌네요. 그러면 그 시대에 발매된 책 중에 정확히 어떤 걸 읽으면 좋을까요.




비슷한 주제의 영화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동시에 업로드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여러분은 어떤 걸 먼저 시청하시겠어요? 2시간으로 콤팩트하게 끝나는 영화? 아니면 40분짜리 에피소드가 n개 있는 시즌제 드라마?

영화를 고르신 분들께는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스파이더맨 블루>는 제프 롭이 쓰고 팀 세일이 그린 컬러 연작의 대표적인 수작입니다. 2002년에 첫권이 연재됐으며 한국에 정발된 것은 2019년이에요. 피터 파커가 대학시절 사랑했던 죽은 연인 그웬 스테이시를 그리워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피터 파커의 과거가 주요 시간적배경이기 때문에 아주 클래식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웬 스테이시는 물론이거니와 피터의 핵심 친구들인 메리 제인 왓슨, 해리 오스본, 플래시 톰슨이 있어요. 여러차례 실사영화로 만나본 캐릭터이지만 이번 기회에 원작에서는 어떤 성격을 가진 친구들인지 익혀볼 수 있어 좋아요. 뿐만 아니라 라이노, 벌쳐 등 피터의 가장 초기의 클래식 빌런들이 이슈마다 다채롭게 등장해주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어요. 입문서로 굉장히 적합합니다.

드라마를 고르신 분들께는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저를 스파이더맨이라는 늪지대에 물귀신으로 끌고 들어온 원흉,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집으로>입니다. 스토리작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총 7년을 꽉꽉 채워서 스파이더맨의 연재를 담당했었는데요. 첫권부터 피터 파커의 Stasus quo를 제대로 재정립하고 들어가는 모습이에요. 피터 파커는 메리제인과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이어온 유부남이지만, 현재는 불운한 사고를 계기로 부인 메리제인과 별거한 상태입니다. 자신이 다녔던 고등학교 모교에 과학선생님으로 취직해서 그 예전 자신이 그랬듯 곤경에 빠진 아이들을 케어해주기로 마음 먹기도 하지요. 스트라진스키런의 최대 장점은 정발이 정말 성실하게 뽑혀있다는 점이에요. 읽을 거리가 풍성합니다. 읽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집으로>―<탄로>―<별이 식을 때까지>―<거미의 삶과 죽음>―<시빌 워: 스파이더맨>(시빌워 본편 안 읽어도 됩니다.)―<백 인 블랙>(피터 파커 백 인 블랙은 스킵해도 됩니다)―<원 모어 데이>

드라마를 고르신 분들께 또 하나의 추천작. 2014년 연재된 마블 나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입니다. 제가 입문 초기에 "뭐?! 피터가 죽는다고?!" 라고 놀랐던 부분이 이 책과 연관이 있어요. 피터가 한번 죽었다가 멋지게 부활해 제자리에 돌아온 직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와중에 피터는 평행우주 온세상의 스파이더맨들이 흡혈귀들에게 사냥당하는 멀티버스 이벤트 '스파이더버스'에 휘말리게 됩니다. 대형 이벤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너무 정신 없고 복잡스러워서, 스파이더맨 코믹스에 대해 약간의 배경지식이 쌓인 뒤에 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특히 저 위의 스트라진스키런을 다 읽고 보시면 시너지가 굉장합니다. 동일한 빌런이 등장하거든요.




위의 책들을 모두 다 읽으신 분들, 정말 축하드립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나 스파이더맨 읽어봤다"라고 말하고 다녀도 될 정도라고 생각해요. 저 책들은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야말로 스파이더맨의 정수가 담겨 있는 책들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아직 정발되지 않은 원서에도 손을 뻗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 영어울렁증을 파파고 찬스로 물리치고,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더욱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잘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안내를 도와드릴게요.


먼저 마블코믹스를 원서로 읽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지요. 우선 플랫폼에 따라 1)종이책으로 읽을 건지 2)디지털 E북으로 읽을 건지로 나뉩니다. 1) 무조건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분들은 국내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해외배송비용을 정직하게 부담하고 간편하게 구매하실 수도 있고, 아마존직구를 하는 것도 괜찮겠어요. 동방북스라는 원서 전문 서점도 추천드릴게요. 이왕 사는거 할인 왕창 받아서 화끈하게 잔뜩 사고 싶다 하신다면 VPN을 사용해서 칩그래픽노블스닷컴을 이용해보세요. 미국내 배송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끔 배송대행서비스를 추가로 쓰셔야 합니다.


2)디지털 E북으로 읽으신다면 다시 둘로 나뉩니다. (2-a) 책을 영구소장으로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코믹솔로지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2-b) 또는 기간제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가 시간이 많아서 기간 내에 풍족하게 읽을 자신이 있다 하신다면 월별 구독료 만원을 내고 '마블 언리미티드'에 가입해보세요. 저는 6년째 즐겨 쓰고 있답니다. 11월 현재 연말휴일 기념으로 연간회원권을 대폭 할인한 6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니 참고하세요.

아까의 질문에서 영화를 선택하신 분들, 이어서 추천드리겠습니다! 쓸데없이 질질 끌지 않고 단권에 파팟 끝나는 단편의 매력이 돋보이는 <패밀리 비즈니스>와 <후 앰 아이?>입니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어느날 피터 파커에게 자신이 숨겨진 여동생이라 주장하는 여성 '테레사 파커'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후 앰 아이?>는 엉뚱하게도 스파이더맨이 기억을 잃고 대뜸 빌런들의 범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특이사항으로는 E북 플랫폼에서 빛을 발하는 '인피니트 코믹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컷과 컷을 넘기는 연출이 마치 애니메이션 TV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굉장히 독특하고 새롭게 느껴져요.

드라마를 선택하신 분들께는 스파이더맨 읽는다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호호호평작 <빅 타임>과 <얼티밋 스파이더맨>을 추천드립니다. <빅 타임>은 2010년대를 주름잡은 작가 댄 슬롯런의 첫 단추 역을 맡은 책입니다. 순수하게 재미가 있는 책이에요. 피터 파커가 과학에 대한 비상한 재능을 뽐내며 세상을 구하는 걸 보면 참 신이 나요. <얼티밋 스파이더맨>은 여태까지 나온 모든 실사영화의 토대이자 씨앗이 되어준 책입니다. 피터 파커의 오리진 스토리의 무대를 2000년대로 옮겨서 피터가 컴퓨터를 두들기고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요. 초인기리에 연재되어 롱런한 작품입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여기까지 전부 읽으셨을 정도면 캬아, 이제 스파이더맨 고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요. 기초는 다 뗐으니 본격적인 심화과정에 들어가보고 싶다! 하시는 분 계신가요?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 이번엔 포스팅 맨~~처음에 얘기했던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구간'을 읽어볼 차례입니다. 대체 어떤 책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작가들도 독자들도 좋아하고 환장해서 몇번이고 반복해서 언급되던가요.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은 80년대 코믹스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Tiger'를 소재로 해서,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 중에 무겁게 깔리는 시적인 독백들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머리가 쭈뼛 서요. 스파이더맨을 '거미'라는 짐승과 '인간'으로 이분해서 바라보는 사냥꾼 크레이븐. 어떻게든 사랑하는 메리제인의 곁으로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생매장 된 무덤을 뚫고 나오는 피터의 강인한 의지력은 정말 눈부시지요.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은 2011년에 <그림 헌트>로 한 차례 오마쥬 되었고, 2019년에 <헌티드>로 또 한 차례 트리뷰트 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의 간판 타이틀에 두 번이나 재해석 됐을 정도라니 오리지널의 위상이 대단하죠?

<스파이더맨: 라이프 스토리>는 시리즈 그 자체로 스파이더맨 50년 역사 전체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특히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들을 현실 시간 흐름에 맞춰 각색했는데요. 70년대에 연재된 고전 명작을 70년대의 역사적 사실--이를테면 냉전--과 연관지어서 이야기한다는 식입니다. 미니멀리즘에 충실한 표지에서 어떤 작품을 모티프로 삼았는지 은은하게 드러내면서도 아주 확실하게 독자의 예상을 깨트리는 충격적인 전개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이 책은 스파이더맨 역사를 알고 봐야 진짜 의의를 갖는 시리즈예요. 모르는 채로 보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그래서 심화 과정에 넣었어요.

아까 위에서 그렇게 현재성이 어쩌구저쩌구 했는데, 우리 그 잘난 '현재 지금 이순간 연재중인' 만화(를 온고잉 시리즈라고 부른답니다!) 한 번 안 읽어볼 수가 없겠죠? 정발된 <앤트맨: 두 번 사는 남자>의 작가 닉 스펜서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쭉 펜대를 잡고 쓰고 있는 최신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입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스트라진스키런 마지막에 눈물의 이별을 했던 메리제인과 피터 파커 커플이 어언 10년 만에 다시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닉 스펜서는 스콧 랭도 그렇고 유머스러운 평범남 캐릭터를 굉장히 재기발랄하고 재미있게 잘 써내는 것 같아요. 블로그에 초반 리뷰를 진득하게 써놓았으니 한번 참고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




이쯤 되면 피터 파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여봐라! 더 많은 스파이더맨을 가져와라! 라고 하실 분이 분명 계실 거예요. 후훗 마블은 모든 것을 다 안배해놓았습니다. <스파이더버스> 이벤트 이후로 폭발적으로 넓어진 거미 파생캐의 세계에 어서 오세요. 여러분의 덕력은 누구보다도 우수해서, 이젠 제가 따로 코멘트를 달아둘 필요도 없지요? (사실 리뷰도 세세하게 다 써놨다구요~ 찡긋!)

마블코믹스는 참 그래요. 다양한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우먼은 물론이고, 스파이더맨의 친구들 동료들 주변인물들을 전부 알아보고 싶은 마음만 든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도록 책이 마련돼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해나가는 독서. 한번 같이 읽어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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