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5 - 흔들림
이든의 눈이 흔들리는 순간,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교실 바닥에서부터 벽과 창을 따라 조용히 번져나갔다.
민재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주먹 쥐듯 움켜쥐었다. 그 손 안에는 찢어진 연습장 조각이 구겨져 있었다.
지후는 팔을 책상 위에 얹고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깊이 들이켰다. 그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멈추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막고 있는 손의 진동처럼 보였다.
아림은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발끝에서 서서히 의자 다리가 끼익, 밀렸다. 그 누구도 울지 않았다.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외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은 이미 교실 안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안개처럼 퍼지고 있었다.
형광등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창문 유리에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 커튼이 흔들렸다.
이든 (속으로): 이건… 감정이다. 숨기지 못한 채, 흘러넘치는 감정.
그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주변이 감정을 통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의 발끝에서, 작은 진동이 번졌다.
그 진동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의 반응이었다.
위에서 미라주뉘는 말이 없었다.
그는 웃지도 않았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그저 두 손을 뒤로 깍은 채 교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라주뉘 (속으로): 감정은... 누군가의 명령 없이도 군단이 될 수 있다. 이들은 그걸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반대편.
스트라이프는 바람결 없는 옥상에서
갑자기 오른쪽 어깨를 위로 튕기고, 고개를 격하게 세 번 끄덕였다.
스트라이프: (틱처럼) 끄… 끄응… 쯧…
지금이 가장 위험해.
그의 눈동자는 점점 잦아드는 회색빛 속에서 무언가를 막으려 애쓰는 듯 흔들렸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작은 이상.
책상 하나가, ‘툭’—스스로 움직였다.
누구도 손대지 않았지만, 바닥에서 미세하게 밀린 것이다.
이건 시작이었다.
아직은 누구도 울지 않았다.
아직은 누구도 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이 곧 형태를 갖게 되리라는 예감만이 교실 전체를 조용히 조여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