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9 - 균열의 틈
학교는 조용했다.
마치 모든 일이 일어난 뒤의 무대처럼, 어딘가 비워진 느낌. 복도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웃음도 울음도 없었다.
그저 고요한 정적, 그리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공기.
이든은 운동장 끝 작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자비 일행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도 이제, 멀리서 흐름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이든 옆에 조용히 앉았다.
검은 코트, 낮은 목소리.
미라주뉘: 수고했어. 잘 해냈어.
이든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미라주뉘는 상관없다는 듯 조용히 말을 이었다.
미라주뉘: 이제 네가 가진 그 힘이 뭔지, 알아야 할 시간이야.
네가 바꾼 건 단지 교실 하나가 아니야.
구조야. 위계야. 세상의 판이야.
그 말에 이든의 눈이 아주 살짝 흔들렸다.
미라주뉉: 자비는 기다리겠지. 이해하고, 보듬고, 말없이. 하지만 기다리는 자는 선택하지 못해.
네가 선택하는 자가 돼야 해.
이든은 묻는다.
이든: 네가 원한 건… 그저 무너뜨리는 게 아니었지?
미라주뉘: 아니. 나는 다시 세우고 싶었어. 단지, 이번엔… 우리가 위에 있는 구조로.
침묵.
미라주뉘: 누군가는 꼭 위에 서게 되어 있어.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졌거든. 넌 이제 그 자리에 설 수 있어.
이든은 아무 말 없이 일어선다. 그의 발끝이 가볍게 먼지를 일으킨다.
멀리, 자비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다가가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는다.
자비 (속으로): 이제… 이든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그것만을 기다릴 뿐이야.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 다시 꺼져있던 방송실 불이 조용히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