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대학 시절 / 이상과 좌절
벚꽃이 만발한 봄날, 망항대학교의 교정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신입생 환영회로 붐비는 잔디밭,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 강의실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무리들. 모두가 밝아 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눈빛을 굳히고 걷는 이가 있었다.
미라뉘주였다.
그는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의 다짐을 잊지 않았다.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나는 정의를 포기하지 않겠다. 내 힘으로 실현하겠다.” 그 불씨는 대학에 와서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세상과 마주하며 시험받고 있었다.
그는 학과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류 정리를 돕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띈 지출 내역, 부풀려진 금액과 의심스러운 장학금 배분. 장학금 수혜자 명단에는 교수의 자녀 이름까지 당당히 적혀 있었다.
미라뉘주(속으로): “이건 명백한 횡령이야. 장학금도 불공정하게 나눠졌어.”
서류를 덮을 수 없었다. 그는 증거를 챙겨 곧장 학생회실로 향했다.
학생회 간부: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숨차게 와?”
미라뉘주: “이거 봐. 연구비 횡령 정황이야. 장학금도 편향적으로 지급됐어. 그냥 넘어가면 안 돼.”
학생회 간부: (한숨) “네 말이 틀리진 않은데… 굳이 네가 나설 필요가 있냐? 이런 거 들쑤시면 우리도 곤란해진다고.”
미라뉘주는 굳은 표정으로 간부를 똑바로 바라봤다.
미라뉘주: “곤란? 곤란하니까 눈감자는 겁니까? 그럼 정의는 누가 지킵니까?”
간부는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길이 막히자,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밤새 글을 써 내려갔다. 증거 자료를 곁들여, 사건의 전모를 정리했다.
“망항대 교수, 연구비 횡령 정황 드러나. 특정 학생에게만 몰린 장학금, 교육의 공정성은 어디에 있는가.”
며칠 뒤, 지역 신문에 그의 글이 실렸다.
캠퍼스는 순식간에 술렁였다.
학생1: “야, 기사 봤냐? 우리 학교 얘기래.”
학생2: “교수 이름도 나왔어. 이거 진짜 심각한데?”
학생3: “누가 쓴 거래? 내부 고발이라던데…”
신문은 빠르게 퍼졌고, 학교 명예는 추락했다. 교수는 잠시 곤란해졌지만, 학교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방어에 나섰다.
며칠 뒤 강의실.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시선이 한 사람에게 향했다. 미라뉘주였다.
학생A: “쟤가 썼다던데… 진짜냐?”
학생B: “우리 학교 욕먹게 만든 게 쟤라잖아.”
학생C: “정의? 웃기지 마. 그냥 관심 받고 싶은 거겠지.”
그의 귀에 온갖 말들이 꽂혔다.
동아리방에 가도 분위기는 같았다.
친구 A: “야… 왜 자꾸 네가 이런 걸 해.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되잖아.”
친구 B: “네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솔직히 너랑 있으면 다 힘들어. 다들 네 얘기만 하잖아.”
그 말은 칼처럼 날아와 그의 가슴을 베었다.
미라뉘주(속으로): “…나는 진실을 드러냈을 뿐인데. 왜 모두가 등을 돌리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에게 불려갔다.
교수는 신문을 책상 위에 내던지며 비웃었다.
교수: “네가 이 글을 썼다고들 하더군. 대단하다. 학생이 감히 언론에 교수 이름을 팔아?”
미라뉘주: “사실을 쓴 겁니다. 장학금이 왜곡된 건 명백합니다.”
교수: “명예를 실추시켰다. 넌 이제 어디서도 환영 못 받을 거다. 정의? 세상은 네 글 몇 줄로 바뀌지 않아.”
그는 이를 악물었지만,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
미라뉘주: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히겠죠.”
이후 그의 일상은 지옥 같았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속삭임이 따라붙었고, 식당에 앉으면 자리가 서서히 비어갔다. 그를 반기던 친구들은 하나둘 멀어졌다.
“학교 욕먹게 만든 애.”
“피곤한 정의감 덩어리.”
그는 점점 고립되었다.
늦은 밤, 빗줄기가 캠퍼스를 적셨다.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 번져 일렁였고, 벤치에 앉은 미라뉘주의 셔츠도 이미 젖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
미라뉘주: “…나는 틀리지 않았다. 진실은 드러나야 했다. 그런데… 정의를 원하는 건 나뿐인가.”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미라뉘주: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내 힘으로 정의를 지켜낼 거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그의 눈동자를 비췄다.
그 속에는 다시 한 번 꺾이지 않는 결의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