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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목 Apr 01. 2019

편지 톡 떨어지는 소리

규슈올레  야메  코스

   4일간의 규슈 올레 여행 중 마지막 날입니다. 이번에 걷는 야메 코스는 11Km 정도로 평이한 길입니다. 걷기가 끝나면 공항으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좀 일찍 마치고 나섭니다. 돌아가는 날은 짐 챙기기가 수고스럽습니다.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는 배낭으로 옮기고 혹시나 해서 가지고 다니던 우산은 캐리어에 넣습니다. 마트에서 먹으려고 샀지만 어정쩡하게 남은 것들의 일부는 배낭으로 나머지는 캐리어로 보냅니다. 저녁에 썼던 편지는 우표를 붙이고 지퍼가 있는 비닐봉지에 넣어 배낭 안쪽에 둡니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난잔고분이 나오는데 쉬기에는 다소 이릅니다. 그냥 지나치기도 아쉬워 고분과 탑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따라 경사를 올라갑니다. 나무 그늘 깊은 산길에서 쉬는 중에 일행이 주는 커피를 얻어 마시고 나는 가져간 사탕을 나누어줍니다. 올레길에서는 일터에서 쉽게 마시던 커피가 귀한 마실거리가 되고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사탕이 오히려 흔한 먹을거리로 바뀝니다. 따뜻한 커피에 대한 보답으로 사탕을 건네기에는 좀 부실하지만 길을 걷는 동료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마을을 지나면서 우체통이 있나 살펴봅니다. 우체통은 자주 보이고 우체국도 웬만한 곳에서는 찾을 수 있습니다. 외국의 시골에서 보낸 편지라도 모두 받는 사람들에게 도착하는데 딱 한 군데는 몇 년째 소식이 없습니다. 러시아에서 보낸 편지들이 사라졌는데 그 이후로 외국에서 편지를 보낼 때는 가능한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에 넣습니다. 우체통 입구에 편지를 넣기 전 편지를 잡았던 손가락의 힘을 풀기 직전에 잠시 멈춥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쑥 던져 넣기에는 좀 아쉬운듯하여 습관적으로 한 번 멈춥니다. 그리고 우체통 안에서 들리는 편지 톡 떨어지는 소리. 들릴락 말락 하는 작은 소리지만 이 소리를 듣는 것이 올레길에 온 목적 중 하나이니 편지 몇 통이 우체통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남은 길을 날아갈 수 있을 듯이 힘이 납니다. 편지 톡 떨어지는 소리가 아까 산길에서 마셨던 커피만큼이나 온몸을 파닥이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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