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 여전히 더위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지만, 나무들은 제 때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나무 같은 사람, 이라고 하면 주로 소나무 같은 상록수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도화지를 펼치면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그리게 되는 늘 푸른 나무.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던 물상. 나에게 ‘나무 같은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변함없는 마음과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단풍나무나 목련 같은 낙엽수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런 나무(낙엽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되고 싶은 낙엽수 같은 사람, 단풍나무 같은 사람은 때에 맞춰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려놔야 할 때 내려놓을 줄 알고, 자신을 바꿔야 할 때, 바꿀 줄 아는 사람. 목련과 단풍나무가 꼭 그랬다. 봄이면 겨울 내 소중히 품고 있었던 꽃눈을 피우고, 겨울이 되면 한 철 잠 잘 준비에 들어간다. 단풍나무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오면, 공기가 바뀐 걸 어찌 그리 기민하게 알아채고, 고운 붉은 옷으로 제일 먼저 마중나서는지. 겨울은 어떤가. 그들은 애써 양육한 이파리들을 떨어트리고, 헐벗은 몸이 된다. 겨울의 새파랗게 시린 추위를 자신의 피부로 온전히 받아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바뀌어야 할 때 바뀔 줄 알고, 내려놓을 줄 아는 나무의 성실함과 지혜에 경이를 느낀다. 그래서, 나무를 보면, 나도 부지런히 변태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닮고 싶다. 때를 알고, 바뀐 때를 알고, 그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변화해 나가는. 변화를 ‘두려움’으로 느끼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이제 가을이다. 나는 무엇을 벗고, 무엇으로 갈아입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