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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출판머신

NEWGRAPHY FUKUOKA ARTBOOK EXPO

202503 NEWGRAPHY FUKUOKA 이야기

by 이태원댄싱머신

작년에는 대만, 올해는 일본이다.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NEWGRAPHY FUKUOKA ART BOOK EXPO에 참가한다. 참여인원은 작년과 동일. 꽃기린, 수박와구와구, 소진수, 채송아 이렇게 넷이다. 일기를 왕창 썼는데 지금 보니 크게 재미는 없다. 그냥 뭐했고 뭐봤고 누구봤다, 뭐 그런거다. 그래서 필요없는거 다 뺐다. 당시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기 위해서 꼬깜북을 만들고 찍은 사진을 같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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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일본어로 책을 소개하는 인쇄물을 여러 종류, 여러 크기로 만들었다. 두꺼운건 인쇄소에 맡기고 얇은건 24시 프린트카페에서 인쇄했다. 4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원증처럼 걸 수 있는 걸 4개 각각 만들었다. 누가 자신의 책을 산다거나 관심을 보이면 사원증, 아니 이거 작가증,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이걸 보여주면 된다. 바로 스캔해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다. 단가표도 만들었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다 새로 만들었다.


어떤 말을 해야할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겠지만, 오늘 아침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든 미니북입니다. 키링으로 달고 다닐 수 있어요. 어쩌구 저쩌구 일본어로 번역했다. 외워서 말을 할건데, 대답을 내가 이해못하니 문제다.


기타큐슈


기타큐슈는 아주아주 작은 공항이다. 그래서 줄을 엄청 섰다. 공항이 작으니 비행기 하나가 내려도 이렇게 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동물 검역 식물 검역하는 단계에서는 사랑스러운 비글 한 마리가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내 가방 앞에 앉았다. 검역 (개를 데리고 다니는) 담당자가 강아지에게 사료를 준다. 강아지가 그냥 누워버리니 담당자가 그냥 강아지를 안아버린다. 귀여워~ 소리지르고 있었는데, 다른 담당자들이 찾아와서 내 가방을 보자고 한다. 아, 귀엽다고 좋아했는데, 그럴게 아니었다. 뭔가 냄새가 나니까 온거고, 사람들은 그 가방을 검사하는 거였다. 가방을 열었는데 온통 미니북이다. 미니북을 300권 넘게 챙겼다.


공항에 내려서 원래 ATM을 찾으려고 했다. 미리 환전도 전혀 안하고 갔기 때문에 (뭐 그런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버스표고 구매하지 못하는거 아닌가 걱정했다. 나가보니 버스표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기타큐슈에 도착했지만 바로 나간다. 고쿠라역까지 가는 버스표를 샀고 10분후 바로 출발했다. 참고로, 후쿠오카공항으로 바로 오는 비행기표는 아주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근처 기타큐슈로 간 거다.

고쿠라역에 도착하자 마자 먼저 편의점에 들렀다. 일본은 역시 편의점이지. 이것저것 둘러보다 먼저 바나나를 샀다. 왜 여기까지 와서 바나나가 맛있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 지역이 원래 바나나 수입으로 번영했다고 들었는데 암튼 그것과 상관없이 바나나를 골랐고 알로애 요거트를 골랐고 감동란도 하나 골랐다. 셋다 아주 맛있었다.


모지코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와서 바로 버스와 열차를 타고 왔으니 아직 아침이다. 바로 체크인 할수는 없어서 짐만 맡겼다. 일본어를 전혀 못한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한다. 거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어를 섞어써가며 의사소통한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 말이 더 통해면 더 재미있겠지.


모지코는 아주 작은 동네다. 인도가 넓고 크고 차도는 작다. 지나다니는 차도 작다. 우리가 한국에서 타는 차는 일본 프리우스다. 한국에서는 큰 차가 아닌데, 여기에는 큰 차다. 정말 작은 차가 많다. 귀여운 간판이 보인다. 여기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여기저기 산책도 했고 너무 좋았지만 뭐 중요한 건 아니니 생략. 이자카야는 중요하다.


들어가니 사장이 구드타이밍구 라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마침 계산하려는 손님이 몇 있었다. 대여섯명 밖에 못 앉는 바테이블 자리만 있는 작은 이자카야다. 수십년을 경영한 주인이 있고 옆에서 젊은 청년이 칼질 하고 있다. 일본 영화를 보면 식당의 주인이 나이 많은 아주머니나 할머니인 경우가 종종 나오는데 딱 그런 장면에 내가 들어간 것 같았다. 손님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일본어를 할줄 알았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일본은 손님을 상대하는 문화가 발달해있고 이야기나눌 내용도 많을 건데, 말이 안통하니 완벽한 상황에서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다. 원래 숙성회를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가끔 먹었는데 여기는 정말 장난 아니다. 내가 앉은 바테이블과 칼질하는 주방 사이가 물고기로 채워져 있었다. 어항 말고 그냥 물고기가 턱 올려져있다. 여러종류의 물고기다. 이 자체로 그냥 메뉴판이다. 추천해달라고 하니, 물고기를 만지면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몇개 가리키고 달라고 했다. 숙회니까 이렇게 냉장고에 넣지 않고 어느정도 밖에 있을 수 있나보다. 굴도 골랐다.


굴은 무를 썰어 올린 형태였고 회는 우리가 알고있는 숙성회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곁들인 반찬도 빠짐없이 다 맛있었다. 먼저 따뜻한 사케를 마셨고 나중엔 생맥주을 마셨다. 완벽한 아자카야. 그 자체다. 가격은 10만원 정도 나왔다. 몇종류의 숙성회와 굴 그리고 사케와 맥주까지 마셨으니 (물론 비싸지만) 가격도 적당했다.

너무 만족스럽게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며 더 일했다. 내일 북페어 부스를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미려면 쉴 수가 없다. 우리를 전혀 모르는 독자도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에서 인생 이자카야를 만난 것처럼 놀랄 수 있게, 칼을 갈아야지.


대만에서는 여러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1. 우리 미니북이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다.

2. 한글 책도 사랑받는다.

3. 너무 많은 책을 가져갈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그림책과 사진집 위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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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와서 미니북을 파는 일 자체가 처음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대만 북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언어가 가능하니, 대만은 오로지 재미있기만 한 곳이었다. 일본은 다르다. 말이 전혀 안 통한다. 언어에 대한 걱정을 몇달 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송아님을 보고 나서 많이 안심을 했다.


필요한 문장을 미리 번역해두었다. 그걸 달달 외우고 독자에게 말하는 타이밍이 되면 말했다. 그래서 변칙적인 상황,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되면 한마디도 못하고 굳어있었다. 송아 작가님은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도, 책 보는 독자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할말이 있으면 파파고를 켜고 말한다. 이 책은 어떻고 저 작가는 어떻고, 그리고 그걸 그냥 보여준다. 번역이 잘 되니 독자는 다 알아듣는다. 작가님은 몇시간만 있었는데도 책을 엄청 많이 팔았다.


이후에는 할말이 있으면 먼저 파파고를 이용해서 말하고 그걸 캡쳐해놓았다. 미리 몇번 말해보고, 또 비슷한 말을 할 경우가 있다면 그걸 보고 다시 말했다. 여전히 어설펐지만 그게 재미였다. 어설프게나마 소통하는 재미가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일본에 있으니까, 공부를 미리 해올걸, 이라는 후회가 막심하다. 원래 시험 기간 되면 느끼는 그런 감정말이다. 당연히 얼마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가도 절대 공부하지 않을게 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내년 북페어는 더 많이 준비해야지.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독자를 종종 만난다. 행사가 열리는 오호리공원이 번화가가 아니라 그런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만나면 너무 기쁘다. 특히 소진수 작가는 거의 묵언수행을 하다시피 있는데, 말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지 참았던 말을 마구 쏟아낸다.


비 와서 다 젖어서 신발과 양말은 구석에 던져놓았다. 맨발에 호텔 슬리퍼를 신고 종일 행사장에 있었다. 마침 빨간 츄리닝을 입고 있었다. 맨발에 호텔 슬리퍼에 빨간 츄리닝이라니, 작가로 보이진 않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하면 한국 사람은 다 이렇다고 해야지.


고양이와 지렁이는 가장 작은 크기여서인지, 매우 많은 독자들이 먼저 집었으나 한국어로 되어있어서 십중팔구는 그대로 내려놓게 되는 비운의 책이다. 5권 더 만들었다. 미리 내지와 표지와 만드는 도구를 다 챙겨왔다. 진수 작가님이 독자를 응대하는 동안 옆에서 몰래몰래 만들었다. 나는 손이 느려서 작은 책 5권을 만드는데 오전을 다 써버렸다. 내년에는 이렇게 작은 책을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겠다고 결심했다.


한국도 북페어 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퍼블리셔스테이블은 젊은 사람들이 많고 인천아트북페어는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온다. 뉴그라피는 가족 단위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공원 한가운데에 있어서인것 같다. 아이들은 고양이산을 많이 찾았고, 어른들은 불닭 먹은 동물들을 많이 샀다. 일본 독자와 이야기 하다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중년 남성도 말을 걸면 반응이 귀엽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말투나 반응이 귀여운 느낌이다.


북페어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과 후련한 마음으로 포스터를 땠다. 미니북도 상자에 넣었다. 하나하나 챙기는데, 쓰레기가 두봉지나 쌓였다. 물어보니 쓰레기 버리는 곳이 없다고 한다. 너무 신기하고 황당. 생각해보면 여기 뿐 아니라 길거리가 다 그렇다.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없도 쓰레기통도 없다. 다들 각자 알아서 집에 가져가서 처리하나보다.


꼬깜북 300권을 가져와서 200권은 다시 가져간다. 새로 구입한 미니북으로 채우니 올때랑 짐은 비슷하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같은 장소에서 타는데도 공항선이 있고 다른 선이 있었다. 잘못 타서 다시 돌아가서 공항선으로 갈아탔다. 파랑 아니고 주황으로 타야한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1. 우리 미니북이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다.

2. 한글 책으로는 부족하다. 번역해야 한다.

3. 할말을 미리 준비하고, 일본어를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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