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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출판머신

2024 Taipei Art Book Fair

GROOVY QUOTE 草率季 沒有錯

by 이태원댄싱머신

독립출판을 몇년 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도 나가고 퍼블리셔스테이블도 나가고 하루에 100권, 200권도 팔았다. 이제 더이상 한국에서는 이룰 게 없으니 밖으로 나간다... 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해외에 한번 나가보고 싶었다. 도대체 해외에서는 북페어는 어떻게 할까. 마침 중국어도 할줄 아니 대만이 좋아보였다.


Taipei Art Book Fair라고도 불리는 북페어의 이름은 草率季이다. 草(초)은 초안이다. 率(솔)은 대충하는 거다. 季(계)는 계절이다. ‘대충하는 계절’로도 볼 수 있고, 조금 그럴듯하게 해석하자면 ‘가벼운 창작의 계절’, ‘자유로운 시도의 계절’로 해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외국이니 모든 미니북을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직접 만든 책중에서 그림책을 고르고, 꼬깜단 책중에서 사진집을 고르고, 꼬감북전에 참여한 책 중에서 드로잉북을 골랐다. 전날 겨우겨우 완성한 책도 있다. 다 합해서 27종을 가져갔다.


준비도 많이 했다. 벽에 붙인 QR코드를 찍으면 중국어로 우리 소개가 나오게 했다. 모든 책을 중국어로 소개하고 번역도 준비했다. 책에 나오는 모든 문장을 번역했기 때문에 AI를 이용했지만 검수하는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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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도착해서 미니북을 전시할 때는 조금 불편했다. 나무박스를 얼기설기 쌓아놓고 테이프를 적당히 붙인 구조물. 그게 우리의 테이블이었고, 우리의 벽이었다. 박스에 미니북을 올리고 박스에 포스터를 붙였다. 지나가다 툭 치면 바로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불만이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북페어의 이름처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거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어설퍼도 엉망진창이어도, 누구나 자신의 테이블을 꾸밀 수 있는 북페어였다.


삼일 내내 흥분상태였다. 우리가 만든 미니북을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이 좋아하다니. 외국인과 미니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셋이 참여했다. 좁은 부스여서 혼자서도 충분히 지킬 수 있었지만, 서로 ‘좀 쉬고 오세요’라고 말하면서도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만큼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으로 꽉 찬 순간이었다. 이 귀중한 순간을 더 오래 즐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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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꽤 시끄러웠다. 아닌 게 아니라 행사장 가운데 BJ가 종일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고 바로 앞에는 춤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 가수가 공연도 했다. 시끄러웠지만, 그 소음이 별거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정신없고 산만한 공간이었다.


그냥 책을 전시해놓고 파는 부스가 당연히 있었는데, 한국 창작자나 서점은 이런 느낌이 많이 났다. 뭔가 일러스트를 그린 것 같은데 확실치 않은 디자인 작품도 많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건,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무슨 의도로 나온 건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부스였다. 부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물음표다. 퍼포먼스를 하는 걸까, 놀러나온 걸까, 궁금했지만 적절한 리액션을 못할 것 같아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옷도 다양하게 입었다. 색상이나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드래그 퀸이 많았다. 반면 내 옷은 너무 평범해서 웃통이라도 벗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음식도 다양하게 팔았고 맥주와 칵테일도 팔았다. 어려운 시절 피 팔아서 밥 먹듯이, 개인정보를 팔면(나에 대해 뭘 자세히 적어야 한다) 맥주를 받을 수 있는 부스도 있었다. 부스 가운데 커다란 (카누 같은) 배가 있었고 뭔지 모를 무언가로 가득한 (정말 뭔지 모르겠다) 부스도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테이블 위에 사람이 누워 있었다. 복잡해 보이는 장비가 있었고,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었다. 치과인가? 하고 갸우뚱 했는데 자세히 보니 타투였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불법인 바로 그거. 타투 시술 장면을 보고, 나는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틀에 草率季를 끼워넣으려는 시도를 내려놓았다.


여기는 草率季다. 가벼운 창작의 계절, 자유로운 시도의 계절. 맥주를 마시며 춤을 추다 타투를 하고 돌아다니며 놀다 마음에 드는 부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헤테로토피아다. 미셸 푸코는 자신의 시선과 방식으로 구축한 유토피아를 헤테로토피아라고 불렀다. 현실에 있지만 신화적이고, 양립 불가능한 여러 공간이 병렬되어 있다. 아이는 이불만 뒤집어 써도 나만의 헤테로토피아를 만들어내지만, 다 큰 어른은 여기 나와야 겨우 경험할 수 있다.




인사



우리는 한국에서 온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입니다. 우리는 책을 만들고 책을 판매합니다. 출판사면서 서점이에요. 소형책과 대형책을 만들지만 타이베이아트북페어에는 소형책만 가져가려고 합니다. 북페어를 준비하며 중국어책과 중국어설명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我们是来自韩国的《Watermleonbook》。我们制作并销售书籍。既是出版社也是书店。我们制作小型书和大型书,但计划只带小型书参加Taipei Art Book Fair。为了准备书展,我们正在制作中文书籍和中文说明书。


우리 서점에는 우리가 만들지 않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서점이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매력적인 미니북도 많습니다. 중국의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미니북을 챙겨서 Taipei Art Book Fair에 가져가려고 합니다. 역시 중국어 설명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我们的书店不仅有自己制作的书,还有其他书籍。作为一家书店,很正常。我们有很多吸引人的迷你书。我们希望将这些韩国迷你书介绍给中国的读者,并计划携带它们参加上海艺术书展。我们也在制作中文说明书。


2인 2묘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일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독서모임에서 시작했습니다. 독서모임은 글쓰기 모임으로 이어졌고, 함께 써온 글을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我们是由两人两猫组成的团队运营。起初是在品尝水果,轻松交谈中开始的读书会。读书会逐渐演变成了写作小组,为了分享我们的作品,我们成立了这家出版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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