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고양이 짤로 유명한 송길영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으로 TV에 나와서 하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말로 하는 거랑 글로 쓰는 거랑 큰 차이가 없다. 편하게 하는 말도 꽤 압축적이고, 글로 풀어쓴 내용도 간결하고 깔끔하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그걸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서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해본 티가 난다. 뭐, 티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다.
새로운 세상에서 개인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미리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책이 참 좋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나 헷갈릴 때즘에는 다시 서론으로 돌아와 방향표를 보고 돌아간다.
거의 모든 부분이 의미 있고 문장도 좋고 암기해도 좋을만했다. 밑줄도 많이 쳤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공동체도 국가도 희미해지고 있다. 대신에 개인이 뚜렷해진다.
하지만 최신 정보로 바뀐 삶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도 자신의 예전 경험이 지금도 유효하다 우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분이 이룬 사업의 분야에서라면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지 지위가 더 높다는 이유로 모든 분야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기대하는 것이 맞는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경험은 자본과 비례하기 때문에 더 큰 자본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로부터 압도당해 왔지만 무언가 이격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18p
권위는 인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수용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권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권위를 유지하려는 사람도, 권위를 찾는 사람도 원하는 것은 합당한 인정입니다. 정당한 인정이 권위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19p
그런데 실제로 전쟁 상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회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해 갖춰왔던 계급, 명령, 권위의 체계는 우리 인식 속에 계층적 사고를 형성시켰습니다. 이 계층적 사고는 같은 계급끼리의 경쟁에서 생존한 소수가 점차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는 일이 당연하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우월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주의 안의 효율성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계층 자체가 권력이 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71p
AI는 변화 속도를 높인다. 기존의 질서,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고 있다. 여기에 적응하는 능력, 혹은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많은 학자들과 몇몇 정부들은 AI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촉구하거나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경쟁 집단이 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지역적 약속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철기시대와 석기시대의 싸움처럼 명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122p
전문가들의 특징은 고유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종합소득세', '원천징수', '부가가치세', '피부양인' 이런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그 안에 함축된 규정을 단번에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은 각 영역의 고유 언어로 보호됩니다. 140p
이것은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인류에게는 축복이고 나에겐 재앙일 수 있습니다. 141p
바뀐 세상에서 어떤 개인은 AI를 활용한다. 어떤 조직도 이에 대응해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구성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처우를 제공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회사는 급여를 올리지 않습니다. 거꾸로 개인의 이직 유동성이 커지면 조직은 더 존중하고 더 배려하고 처우 개선을 고민하게 됩니다. 구성원이 늘 잠재적으로 다른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7p
결국 개인의 유동성과 조직의 역동성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역동성이 커지면 권위가 액상화됩니다. 몸값에 거품처럼 끼여 있던 충성도도 빠집니다. 실제로 최근에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의 조직도에 변화가 보입니다. 전업 관리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료제 모델은 현업에서 업무를 배우며 생기는 오류나 미숙함을 경험 있는 관리자가 교정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부터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옵니다. 177p
지금 시대는 경험이 아니라 지혜가 자산입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먼저 경험해 본 자가 유리할 수 있지만, 환경 변화가 빠르면 경험이 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생성형 AI로 빠르게 학습하며 새롭게 적응하는 구성원들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상급자의 말을 소음으로 믿고 거릅니다. 180p
개인의 선택 더 중요해졌다.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비교적 명쾌하게 설명한다.
과정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개인의 삶도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일상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고 각자의 기회와 성취 및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면, 모든 이들이 과정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현장의 동료들과 커뮤니티 참여자들에게 받은 평가로 권위가 주어지면서 새로운 상위 가치도 생기게 됩니다. '내가 해봐서 다 아는데'로 퉁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전 지구인의 업적과 자기 역량이 비교되며 초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90p
결국 글로벌 계급장만 남습니다. 이전에 제가 출간한 책에서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라고 했던 것처럼 '당신의 모든 일상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가 당도했습니다. 190p
이렇게 인생을 엑셀의 숫자와 표로 단순화하면 그 인생을 미리 살아버린 것과 같은 감상이 듭니다. 프리뷰를 보았기 때문에 본편은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결정된 삶을 살기 위해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200p
여기서 문제는 그 숫자의 정합성이 아닙니다. 인생의 모든 것이 표의 행과 열 속에서 비교 가능한 숫자로 환원될 수 있다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내 삶의 모든 것이 전부 금전적 대가를 위한 자원으로 소진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급여는 대기업과 비교하고, 근무 요건은 공무원과 비교하며, 수많은 기준으로 나의 우위와 열위를 확인하면 불행감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201p
이전에는 매스 미디어가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발굴해 유명해지도록 도왔다면, 이제 매스 미디어는 다른 채널을 통해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예를 펼칠 수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영입 대상이 되기 위한 전략은 명료합니다. 세상에 접점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증거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208p
매우 무서운 이야기다.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고, 또 빠른 속도를 달라지는지 보여주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일부 능력 있는 개인은 세상 돈 벌기 편해졌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대부분 마냥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약간의 힌트를 얻기도 했다.
1. 좋아하는 것을 하자.
2. 과정을 기록하고 포트폴리오로 만들자.
3. 전세계인에게 공개하고 인정받자.
4. 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최대한 이용하자.
5. 잘 되면 좋고, 안되면 뭐 취미다.
나름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