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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인바디 숫자보다 중요한 것

우리 몸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by 헬시기버

추석 연휴.

온 가족이 함께 한의원을 찾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요즘 우리 집 남자들이 유난히 아팠기 때문이다.


남편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일 년 내내 잔병치레를 했다.

만성 피로는 기본 세팅.


아들은 요즘 들어

어지럽다,

쉬가 자주 마렵다,

화장실에 가도 막상 나오지 않는다며

하루가 멀고 증상을 호소했다.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아봤지만

결과는 늘 “특이 소견 없음.”


다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둘 다 수술과 장염으로

오랫동안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것.


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보기로 했다.

진맥이라도 받아보고

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한의원을 선택했다.


친구의 소개로 간 곳은

시장의 골목 안쪽에 자리한 한의원이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약재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대기실에는 이미 어르신들이 앉아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이 따뜻한 차를 권하셨다.

“기다리시는 동안 차 한 잔 드세요.”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렸다.


차례가 되어 가족 모두 인바디 검사를 했다.


한의사 선생님은 결과지를 보시더니

눈을 크게 뜨셨다.


“이렇게 균형 잡힌 가족은 처음이에요.”


아들은 80점, 딸은 90점.

체지방과 근육량, 중요한 수치 모두 정상.


"결과가 80점을 넘으면 정말 훌륭한 거예요.

이런 수치는 처음 보네요."


남편과 나도 수치상으로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렇게 ‘정상적인’ 가족이 왜 병원을 찾았을까.


맥을 짚으시던 선생님이 말했다.

“두 분 다 스트레스로 상체에 열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심장은 뜨거운데, 장과 신장은 차가워요.

순환이 막혀서 생긴 증상이에요.”


상반신의 열을 아래로 내려주는 한약재를 쓰면 된다고,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이

긴 불안 속에 들려온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검사 수치도 ‘정상’이었지만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인바디보다 더 정확한 건

우리 몸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다.


“요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자꾸 속이 불편하다.”

이런 사소한 말들이 바로 몸의 신호였다.


신호가 왔을 때,

몸을 쉬어주고,

먹는 것을 바꿔도 보고,

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게 진짜 건강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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