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에게 배우는 부모의 역할
올해 함께하고 있는 부장님이 있다.
작년에 처음 근무지를 옮겨왔는데,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함께 일하게 되었다.
같은 부서 제안을 받았을 때
'이분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승낙했다.
그렇게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일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제적인 삶의 태도,
그리고 가정에서 엄마로, 아내로, 딸의 역할까지
참 많이 배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모는 스탠바이만 하면 돼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도대체 무슨 뜻일까 싶었다.
그러자 부장님이 물으셨다.
"아이들과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세요?"
나는 잠시 멍해졌다.
'어떤 이야기라니...'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부장님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저는 아이들과 나누는 말의 95%가 대화예요.
잔소리는 5%밖에 안 돼요."
아이들에게 지시하거나 지적하는 말보다
진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잠시 내가 아이들과 어떤 말을 나누는지 돌아보았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 어땠어?"
"학교에서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어?"
이건 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말들 대부분은
"정리하자." "숙제는 했어?" "이 닦자." "잘 준비하자."
이런 잔소리들이었다.
"아니, 어떻게 잔소리를 거의 안 하실 수 있어요?"
놀라서 부장님께 물어보았다.
"참죠."
"그리고 기다려요. 아이가 원할 때까지요."
그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와, 나로서는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
"대신 아이가 원하면 즉시 나서서 도와줘요.
부모는 스탠바이만 하면 돼요."
이 말이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부장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아들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다니는 걸 보고
‘나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비로소 허락하셨단다.
그리고 아들은 스스로 원했기에 열심히 했다.
딸은 기상학과에 진학했고
기상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길이 험해도
부장님은 딸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응원 중이셨다.
그게 ‘스탠바이’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부장님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무뚝뚝한 엄마와
관심을 바라는 딸과 간극.
상담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말과 행동을 바꾸는 연습을 하며
조금씩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매일 의식하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나는 아이를 단순히 '내 아이'로 보는가,
아니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가.
부모의 작은 노력에도
아이는 금방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스탠바이' 중인 부모가 되기 위해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