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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누군가의 첫 이웃이 된다는 것

이웃집의 따뜻한 편지

by 헬시기버

"어머, 저기 옆집 아가 아니야?"


수영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은 카트를 밀며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낯이 익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옆집 아기였다.


"엄마, 옆집 아기 맞아요.

며칠 전에 걸음마 연습하던 거 봤어요."


아이의 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는 현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귀여운 뒷모습이 마치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겼다.


"가보자. 인사라도 해야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 품에 안겨 다니던 아기가

작은 손으로 카트를 밀며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놀랍고, 또 기특했다.


"어머, 벌써 걷기 시작했어요?"

"너무 귀여워요."


몇 번 마주친 적 없는 옆집 아기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툭 튀어나왔다.


아직 혼자 걷지는 못하지만,

카트를 밀며 연습 중이라 했다.

며칠 전, 첫 돌을 맞았다고.


'갓난아기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이라니!'

세월의 빠름에 새삼 놀라웠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아기 첫 생일을 축하해 주면 어떨까?"

아이들은 좋다고 했다.


장 보러 나간 김에 아기가 먹을 수 있는 과자를 사고,

아이들은 작은 편지를 썼다.

그리고 아기가 늘 끌고 다니는 카트 위에 살포시 올려두었다.

다음 날,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누가 올 시간이 아닌데 말이다.


"엄마, 옆집 아가예요!"


화면에는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있었다.

문을 열자 옆집 이모가 환하게 웃으며 종이백을 건네었다.


가방에는 폭신폭신한 생식빵과 책 두 권, 그리고 예쁜 엽서 하나가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궁금해하며 얼른 엽서를 펼쳤다.

'지아의 첫 번째 이웃. 다엘, 미엘.'


첫 문장부터 가슴이 따뜻해졌다.


'우리가 지아의 첫 이웃이구나.'

누군가의 '첫 이웃'이 된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너희의 순수한 편지를 보고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서

오밤중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


몇 줄 되지 않는 아이들의 편지에

그렇게 마음을 움직였다는 그 말이

낯설고도 고마웠다.


'이 책은 아줌마가 감명 깊게 읽은 동화야.

지금 읽어도 좋지만, 훗날 커서 읽으면

다른 깊이로 다가올 거야.'


우리는 작은 과자를 선물했을 뿐인데,

그분은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선물을 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다엘 미엘이의 예쁜 마음처럼

앞으로의 모든 순간이 반짝이길 기도할게.'


그날 저녁,

집 안이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찼다.


작은 것을 나누었을 뿐인데

더 큰 따스함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지아의 하루하루가

반짝이는 기억으로 채워지길.


그리고 옆집에도

늘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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