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동사임을 알려준 아들의 글을 읽고
주말 아침, 오랜만에 여유롭게 식탁에 앉았다.
아들이 글쓰기 숙제를 하고 있어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 아이의 공책을 들여다보았다.
한동안 글쓰기 숙제가 없다고 하더니,
요즘은 학교에서 다 쓰고 집으로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예전 글들을 훑어보다가
'꿈'이라는 제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주제는 '니 꿈이 뭐이가?'였고,
부제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였다.
'아들은 자신의 꿈을 어떻게 글로 표현했을까?'
궁금함에 찬찬히 글을 읽어보았다.
내 꿈은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 개발자가 되거나
신기한 아이디어를 열심히 알려서 내가 만든 회사를 키워나가는 사업가다.
게임 개발자가 되어 게임을 만들고
열심히 조사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게임 개발자가 될 거다.
그리고 내 수익금은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한 돈으로 사용하거나
기부를 해서 게임 개발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 것이다.
또 다른 꿈을 이루는 데 사용할 돈과 기부를 할 돈을 쓰고
남은 돈으로는 또 다른 게임을 만들거나
유튜버를 하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사업가가 되어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사업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게임 개발자가 되어 돈을 벌고 기부를 하고 난 뒤
또 다른 꿈에 쓸 돈으로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해서
그 사업으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면
또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다~!
꿈이 줄줄이 이어진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거든!
아이의 글을 읽는 내내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아이는 글 속에서
게임 개발자와 사업가,
그리고 기부가 연결된 꿈을 줄줄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을 통해 '꿈은 명사가 아니다.'라는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 꿈은 멈춰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의 '움직이는 꿈'을 보며
내가 얼마나 고정된 생각 안에 있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미스터 비스트의 10년 전에 찍은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땐 구독자 8천여 명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4억 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는,
자기 사업과 자선 사업까지 하는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되었다.
그의 영상을 보며
'꿈은 정말 이루어지는 구나.'
'꿈은 움직이는 동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다.
'내 꿈은 뭐지?'
'내 꿈은 지금 움직이고 있나?'
늘 마음 한편에는
'복의 근원이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물 댄 동산같이 주변에 물을 흘려보내 풍성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팠다.
건강한 식습관과 가족 문화, 그리고 삶 자체를 통해
조용히, 꾸준히 흘려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끔 멈칫했다.
'나는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나?'
스스로 부끄러우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힘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이제는 거창한 꿈보다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하루하루 감사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소중한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것들,
지식과 경험, 물질, 환경을
말과 행동, 글을 통해
자연스레 흘려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의 글을 읽으며
'꿈'에 대해 멈춰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아들의 글 아래에는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댓글이 있었다.
그 문장을 천천히 다시 읽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아들의 꿈도,
그리고 나의 꿈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