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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남매의 값진 수영 대회

부모도 아이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배움과 경험

by 헬시기버

D-day.


올해로 두 번째 맞이하는 아이들의 수영대회 날이었다.

작년보다 조금은 마음이 복잡했다.


딸은 여전히 수영을 좋아하며 꾸준히 강습에 나갔지만,
아들은 예전처럼 의욕적이지 않았다.

한때 주 3회 꼬박 다니던 수영장이었는데,
요즘은 주 1회도 버거워졌다.


대회 공고문이 붙었을 때,
‘나가기 싫다’는 말이 돌아올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


“수영대회 안내가 떴어. 이번에도 나가볼래?”


잠시의 정적 후,
“좋아요!” 하고 밝게 대답한 딸.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 “그럴게요.”라고 말한 아들.
그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딸은 25m 접영과 배영,
아들은 50m 접영과 자유형으로 접수했다.

하지만 대회가 다가올수록 아들은 강습에 자주 빠졌고,
빈뇨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불편함까지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들뜬 분위기에 이끌려 결국 대회장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대회장은 이미 북적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 튀는 소리,
부모들의 긴장된 시선이 한데 섞여 있었다.
우리는 겨우 자리를 잡고, 숨을 고르며 경기를 기다렸다.


‘접. 배. 평. 자.’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순서로 시작된 대회에서

남매는 접영 첫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Take your marks.”

“삡!”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딸이 힘차게 출발했다.
나는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딸, 파이팅! 끝까지 힘내!”


지난여름, 어색했던 접영 자세는 온데간데없었다.
두 팔을 힘차게 뻗고 나아가는 딸의 모습은
단단했고, 안정적이었다.


가장 작은 키였지만,
가장 먼저 터치를 했다.

순간, 딸이 도착한 등수보다
그저 ‘성장했다’는 확신만으로 마음이 벅찼다.


이어서 아들의 차례.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린 아이.
‘정말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데 출발 신호와 함께,
아들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했다.
물살을 가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착!’ 하고 터치하는 모습에
가슴속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찾아왔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어지는 딸의 두 번째 경기, 배영.
“경쟁자가 많아서 걱정돼.”라는 내 말에
딸은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즐겁게 하면 되죠.”


그 말에 부끄러워졌다.
나는 언제부터 결과만 걱정하는 어른이 되었을까.


딸은 여유롭게 출발했고, 끝까지 자신감 있게 완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결과표가 붙었다.


“엄마! 저는 1등이에요!”
“엄마, 저는 두 번째예요!”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

딸은 3학년 1등,
아들은 5학년 2등.
그리고 딸은 배영에서도 3등을 했다.


순간 터져 나온 탄성, “꺄!”
그건 놀라움이자,
믿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자유형 경기가 이어졌다.

첫 경기보다 더 자주 화장실을 드나들며 불안해했다.


'과연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는데
결국 끝까지 도전했다.

이번엔 4등.
1초 차이로 메달을 놓쳤지만,
우리 부부는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노력의 크기만큼 결과가 따라야 한다는 걸
아이가 배우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날의 금, 은, 동메달보다 값진 건
믿음과 성장의 기록이었다.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감을 얻은 딸,
포기 대신 도전을 택한 아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배운 부모.


아이들의 수영 대회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부모에게는 자녀를 믿는 법을,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믿는 용기를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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