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퇴근길이었다.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분이 타셨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으레 그렇듯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분이 잠시 웃으며 말씀하셨다.
“여기 분들은 참 인사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부동산을 해서 여러 단지를 다니는데,
이 동네는 유난히 인사를 잘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좋은 동네 사시네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좋은 동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최근 단지 톡방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다른 아파트는 집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우리 아파트는 왜 이럴까요?”
“우리도 홍보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들 너무 싸게 내놓으셔서 그래요.”
대부분의 이야기는 집값에 관한 걱정이었다.
‘좋은 아파트’라는 말속에는
언제나 ‘가격’이라는 단어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가격이 올라야 좋은 아파트일까?
비싸야만 좋은 동네일까?
예전에 들은 말이 있다.
“부자다.”와 “잘 산다.”라는 말은 다르다고.
돈이 많아도 마음이 불안하면 잘 사는 게 아니고,
돈이 적어도 평안하면 잘 사는 거라고 했다.
나도 늘 ‘잘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돈이 많아서’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잘 사는 동네에 살고 싶다’라는 말도
편리하고, 교육 환경이 좋고,
솔직히 말해 집값이 오르는 곳을 의미했다.
그런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나는 이미 '좋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좋은 동네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비싸거나, 유명하거나, 핵심지에 있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곳.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짧은 순간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분 덕분에 알게 되었다.
좋은 동네는 멋진 건물이나 높은 집값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만든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