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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러닝, 여행의 루틴이 되다.

농촌, 해변, 일출 러닝. 모든 여행지가 러닝 코스가 되는 마법.

by 헬시기버

러닝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게 러닝이란 피트니스 센터 트레드밀 위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마라톤을 시작하고 함께 밖에서 뛰자고 권했을 때도, 나는 바깥 러닝이 힘들다며 러닝머신을 고집했다.


그런 내가 조금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10분, 다음엔 20분. 답답한 실내가 아닌 바람을 맞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밖이 위험하기만 한 공간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도, 거리도 조금씩 늘어났다.


새벽에 일어나 잠깐이라도 뛰고 출근하면 몸이 개운하고, 떠오르는 태양이 하루의 기운을 건네준다. 이제는 날씨가 좀 춥거나 가랑비가 내려도 나가서 뛰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잘 뛰는 건 아니다. 그저 바깥의 공기와 풍경을 즐기며 내 리듬대로 달린다.


러닝을 즐기게 되면서 여행에서도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바로, 여행지 러닝.


어디를 가든 러닝복과 운동화를 챙긴다.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설렌다.

여행지 아침이 밝으면 조용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족들이 깰까 조심조심 밖으로 나선다. 새벽 공기와 아침 바람을 깊게 들이마신 뒤, 미리 지도로 살펴둔 길을 천천히 달려본다.


전날 걸었던 길을 다시 달려보기도 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발을 내딛기도 한다. 낯설지만 신선한 풍경 속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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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빨리 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여행지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아침을 운동으로 여는 그 순간이 주는 뿌듯함과 행복감이 크다. 사람들로 북적일 낮과 달리 고요한 해변, 아침 운동을 즐기는 이들과 스치면 괜스레 "파이팅"을 외치고 싶어진다.


가끔은 작은 사건도 생긴다. 시골 마을을 달릴 때는 마을을 지키는 큰 개를 만나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또 어떤 날은 지도에서 본 길을 따라갔다가 인도가 없어 차도 옆을 아슬아슬하게 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경로를 틀어 들어선 길이 오히려 더 아름다웠던 기억도 있다.


정해진 길 대신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기쁨도 있다. 이어폰을 빼고 달릴 때는 자연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 좋다. 속도에 얽매이지 않고 달렸을 뿐인데 오히려 더 좋은 기록이 나와 놀랐던 날도 있다.


여행지에서의 러닝은 순간순간을 선명하게 남긴다. 그 기억들이 또 다른 여행지의 아침을 기대하게 만든다. 농촌 러닝에서부터 일출 러닝, 해변 러닝, 호수 러닝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달리는 즐거움이 있다.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경주를 달려보기도 하고 바다가 아름다운 해운대와 강릉을 뛰기도 하고, 작은 섬이지만 꽃이 아름다운 동백섬을 달리기도 하고.


다음에는 또 어디를 달리게 될까.

그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아침이다.

청포호 러닝
일출 러닝/ 농촌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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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러닝/ 해운대 러닝
강릉바우길 러닝(송림숲길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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