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편안함의 역설
식세기 이모님, 건조기 이모님, 로봇청소기 이모님.
요즘 집안에는 이모님이 참 많다.
설거지를 대신해 주는 식세기 이모님,
바닥을 말끔히 쓸어주는 로봇청소기 이모님,
빨래를 뽀송하게 말려주는 건조기 이모님까지.
덕분에 우렁각시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고,
집안일하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확보된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편히 쉬고,
조금 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잃는 것도 분명 있는 것 같다.
가속노화 트렌드를 만든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레버리지를 좋아하지 말라’고 말한다.
각종 이모님들 덕분에 편해졌지만
움직임이 줄어들며 건강에는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줄어든 시간 동안의 나는
조용히 쉬기보다는
유튜브를 틀어놓거나
소파에 기대어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편안해진 삶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에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채우는 진짜 휴식이 없다면,
건강은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이모님들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덕분에 계단을 덜 오르고,
자동차를 타면서 걸음수도 부쩍 줄었다.
뚜벅이 생활을 하던 시절보다
하루 걸음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이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편안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 편안함을 얻은 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