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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꼭 기록이 좋아야만 할까

러닝에 대한 생각

by 헬시기버

“션은 기록이 안 좋아.”


남편과 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금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그렇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바로 물었다.


“기록이 왜 중요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변화시켰는데?”


남편의 설명은 이랬다.


그렇게 오래, 많이 달렸다면 기록도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꼭 기록이 좋아야 하는 걸까?’


얼마 전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임자영 작가님*이 떠올랐다.


*《달리는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다》의 저자.


러닝에 관한 책이니 당연히 풀코스를 완주한 이야기겠지 싶었는데,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작가님은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쓴 것이었다.


‘이것만으로 책을 낼 수 있다고?’


처음엔 의아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오산이었다.


1분도 뛰기 힘들었던 그녀는 일상에서 틈틈이 뛰기 시작했고,


10km와 하프까지 완주할 만큼 자신을 단련해 냈다.


더 놀라운 건 그 과정에서 주변의 이웃, 직장 동료, 가족,


심지어 시어머니까지 달리게 만들고 건강한 삶을 되찾도록 도왔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면 러닝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수 션과 임자영 작가.


두 사람의 삶을 떠올리며 깨달았다.


달리기에 중요한 건 결국 ‘기록’만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 기사를 통해 알게 된 또 한 사람,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낭만 러너’도 그렇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비계공이라는 힘든 일을 하며 꾸준히 달려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며 계속 달리는 그 마음에서 더 큰 용기를 얻고 있었다.


어떻게 달리든, 얼마나 달리든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물론 마라톤은 기록이 중요한 경기다.


하지만 기록이 자신에게 성취감을 주는 것처럼,


달리는 행위 자체가 자신과 주변의 삶을 더 건강하고 밝게 바꿀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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