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부터 면접, 그리고 예상 밖의 합격까지
학교 알리미에 방송반 모집 공고가 떴다.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방송반’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멋진 이미지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 방송반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사연을 읽어주고 음악을 틀던 즐거운 기억도 있어서인지 더 그런 것 같다.
여자 중학교라 드라마 같은 로맨스는 없었지만, 그 시절의 설렘만은 또렷하다.
그래서일까.
아들도 한 번쯤 방송반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공고문을 보여주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방송반 모집 공고가 떴는데… 한 번 도전해 볼래?”
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저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 한마디로 아들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방송반은 중·고등학교와 달리 선배가 아닌 선생님이 직접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먼저 글짓기부터 제출해야 했다.
‘자기소개’와 ‘기자가 되어 좋아하는 책 소개’의 두 가지 주제였다.
아들은 제출 하루 전, 늦은 저녁에서야 글을 완성했는데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기소개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코딩’을 쓸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별 관측’이 등장한 건 의외였다.
얼마 전 농장 체험에서 마음껏 별을 바라보던 시간이 아이에게 꽤 깊이 남았던 모양이다.
다양한 경험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자원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책 소개 글도 예상 밖이었다.
자주 읽던 해리포터도, 수학 도둑도, 삼국지도 아니었다.
아들이 선택한 책은 바로 『위험한 과학책』.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니 소개하기엔 오히려 더 좋았다.
무사히 글이 통과되고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은 안도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지원했다고 해서 혹시 면접 전에 탈락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면접 당일.
아들은 끝나자마자 전화를 줬다.
궁금해서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지원 동기를 묻는 말에는
“작년에 상장을 받으러 갔을 때, 촬영하고 있던 방송반 선배들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카메라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묻자 ‘렌즈’라고 답했다며 “잘 닦고 소중히 다루겠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꽤 괜찮은 답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없을 때를 대비해 준비된 글을 읽어보는 테스트도 있었는데 두세 부분 정도 틀렸다고 했다.
며칠 뒤, 결과 발표가 있었다.
아들은 장난스럽게 “엄마… 저 방송반 안 됐어요…”라고 말하며 잠시 눈치를 보다가 곧 환하게 웃었다.
“저 합격했어요!”
순간의 장난에 놀라긴 했지만 기쁨이 더 컸다.
경쟁률이 특히 높았던 아나운서 분야엔 많은 친구들이 지원했고 다른 분야에서도 탈락자가 꽤 있었다는데
아들은 다행히 합격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이 경험이 아들의 일상과 생각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그리고 아이가 배운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곳에 쓰이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