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

반면교사

by 열음

첫 글의 제목이 무례라니. 그러고 싶지 않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앉은 지금 가장 머릿속에 선명한 단어이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났다.

무례의 사전적 의미는 태도나 말에 예의 없음이다. 어린이들에게나 쓸 법한 낱말이었는데, 어른에게 쓰게 되는 지금도 5시간 전의 무례함이 덮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무례한 적이 없었을까? 솔직히 무례한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솔직한 것이 미덕이라 믿었다. 내 감정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게 당연했고 그것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는 사람은 위선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복잡한 관계를 맺으면서 무례한 나도 점점 다듬어졌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도, 그럴 수 있지.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이유가 있겠지. 내가 저 상황이었어도 그랬을거야.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무례한 게 아니라 무지했겠지. 아마 내 사정을 모르니 저렇게 말하는 걸거야. 뭔가 착오가 있나보다.


협의회 때 있었던 일은 말 그대로 무례했다.

A씨는 대부분의 사람이 말할 때 중간에 말을 끊고 본인 할 말을 했다. 표정은 거만하게, '너희는 이런 것도 몰라?'라는 뉘앙스를 품고 무시하는 눈빛도 장착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대답하지 않았다. 회의 내내 다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같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흥분하면 안되니까 조금만 더 진정하자고 참자고 스스로에게 경고했다.


듣다 참지 못한 B씨가 감정을 표출하자 A씨는 아차 싶었나보다. 그제서야 변명을 늘어 놓으며 사과하기 시작했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는 사과는 외면당했다. 끝까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본인의 의견만을 관철시킨 회의는 어찌저찌 끝났지만 실패했다. 회의에 참가한 A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여 합의점을 찾고자 한 회의의 목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고 저 사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저렇게 무례한 사람도 가정이 있겠지. 저런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겠지. 본인 스스로 무례한 게 아니라 유능하고 솔직하다고 믿고 있겠지. 차라리 그 믿음이 깨지지 않기를. 스스로가 무례한 것을 모르고 살기를. 변화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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