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문과 순차적 행동의 비교
UX 라이팅 업무를 하면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해요. 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2가지 문장을 두고 결정의 시간을 갖게 되죠. 이때, 저는 2가지 방법을 쓰는데요. 첫 번째는 주변 동료의 리뷰예요. 동료가 보기에도 납득할 만하고, 받아들이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을 고르는 거죠.
두 번째는 근거자료 수집이에요. 이 문장이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거죠. 예를 들어 두 문장의 구조는 어떠한 차이점을 지니는지 그리고 이 차이점에 따르면 사용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비교해 보는 거죠. 아무때나 사용자를 불러서 테스트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잖아요. :D
그러면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느냐?
첫 번째는 방법은 리뷰이기 때문에, 동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이 문장을 구성한 이유'에 대해 설명드리는 거죠. 그럼 피드백이 오가고, 우리는 더 나은 결과물을 취합할 수 있어요. 어쩌면 대중지성을 활용하는 방식일지 모르죠.
두 번째 방법은 백번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제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보여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D
1. 일정을 동기화하려면 앱을 실행해 주세요.
2. 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
두 문장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문법적 구조와 의미적 강조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여요. 이 두 문장 구조의 차이점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게요.
"일정을 동기화하려면 앱을 실행해 주세요."
이 문장은 '-(으)려면' 연결어미를 사용한 조건문 구조예요. '-(으)려면'은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의향이 있는 경우를 가정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죠. 이는 '-(으)려고 하면'에서 온 표현으로, 의도와 가정이 결합된 형태라고할 수 있어요.
"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
이 문장은 '-아/어' 연결어미를 사용하여 두 행동을 순차적으로 연결한 구조예요. 이는 먼저 하는 행동과 나중에 하는 행동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어요.
목적과 수단의 관계: 일정 동기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앱 실행을 제시하고 있어요.
선택적 행동: 청자가 일정을 동기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에만 앱을 실행하면 돼요.
조건부 지시: "만약 ~하려면, ~하세요"라는 형태로 사용자에게 '은은한 지시'를 내려요.
순차적 지시: 앱을 실행하고 나서 일정을 동기화하라는 두 가지 행동을 순서대로 안내해요.
필수적 행동: 두 행동 모두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하죠.
직접적 지시: 청자에게 두 가지 행동을 '직접적으로 지시'해요.
사용자 매뉴얼이나 도움말에서 특정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할 때 적합해요.
사용자가 일정 동기화를 원할 경우에만 해당 행동을 하도록 안내할 때 적합해요.
"서울역에 가려면 지하철 1호선을 타세요"와 같은 방식으로 조건과 그에 맞는 행동을 안내할 때 적합해요.
단계별 지시사항을 제공할 때 적합해요.
두 행동을 모두 수행하도록 직접적으로 요청할 때 적합해요.
과업 완료를 위한 순차적인 절차를 명확히 안내할 때 적합해요.
두 문장의 근본적인 차이는 문법 구조뿐만 아니라 제품의 의도와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선택권의 정도에 있어요. 첫 번째 문장은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조건부 행동을 제안하는 반면, 두 번째 문장은 제품이 사용자에게 두 가지 행동을 모두 수행하도록 직접적으로 지시하죠.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한국어 문법에서 연결어미의 중요성과 다양한 표현 방식의 풍부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할 때 마주치는 모든 텍스트를 통해 명확하고, 간결하며, 행동을 유도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이 관점에서 두 문장 구조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여요.
두 번째 문장(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은 두 행동을 순차적으로 바로 안내하여,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이는 UX 라이팅의 핵심 원칙인 "간결하게, 핵심을 먼저, 능동태, 현재 시제" 등에 부합하죠.
첫 번째 문장(일정을 동기화하려면 앱을 실행해 주세요)은 조건문 구조로, 사용자가 '일정을 동기화'하고 싶을 때만 앱을 실행하라고 안내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앱 실행'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사용자가 두 단계를 머릿속에서 따로 정리해야 하죠. 정보 전달이 다소 우회적이에요. 사용자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까요.
UX 라이팅에서는 사용자가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명확한 지시를 선호해요.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사용자가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는게 중요하거든요. "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는 사용자가 따라야 할 행동의 순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불필요한 해석이나 추론 없이 바로 행동할 수 있게 도와요.
반면, 조건문 구조는 사용자가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요. 이는 UX 라이팅에서 권장하는 '즉각적이고 명확한 행동 유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나쁘다고만 할 수 없어요. 사용자가 취하려는 목적을 상기시켜주거든요.
UX 라이팅에서는 문장이 위치한 맥락과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텍스트를 조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이미 '일정 동기화'를 원한다는 맥락이 명확하다면, 두 번째 문장처럼 바로 행동을 안내하는 것이 효율적이에요. 이는 텍스트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적을 때도 포함할 수 있겠죠.
첫 번째 문장은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묻고(동기화하려면), 그 다음 행동을 안내하고 있어요. 이는 상황에 따라 불필요하게 장황해질 수 있고, UX 라이팅에서 지양하는 '불필요한 조건'이 될 수 있죠.
UX 라이팅에서는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관된 문장 구조와 어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순차적 지시 구조(두 번째 문장)는 여러 플로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용이해요. 대부분의 문장을 통일시키기 좋거든요. '조건 + 결과'로 사용자의 행위(행동)과 부합하여 작성하면 되니까요.
"일정을 동기화하려면 앱을 실행해 주세요."
조건이 필요한 상황에서 명확하나, 행동 유도가 우회적, 불필요하게 장황해질 수 있어요. 선택적 안내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
간결하고, 즉각적이며, 행동 유도에 적합하나, 모든 맥락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앞서 말한 선택적 안내 맥락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UX 라이팅에서는 사용자의 맥락과 목적에 따라 두 구조 중 '앱을 실행해 일정을 동기화해 주세요'와 같은 직접적이고 순차적인 안내가 더 명확하고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관성있는 문장을 만들어 낼 때는 '일정을 동기화하려면 앱을 실행해 주세요'와 같이 공통된 형태로 안내할 수 있는 문장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문장의 측면에서는 위와 같이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했을 때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돼요. 우리가 생각하는 사용자의 퍼소나(Persona)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