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혼란케 하는 채용 공고
과거부터 IT/스타트업 채용 공고를 보면 'UX 라이터'라고는 하는데, 하는 일은 영락없이 콘텐츠 마케팅처럼 보이는 경우가 꽤 있죠? 블로그 글 쓰고, SNS 운영하고, 막 홍보성 콘텐츠 기획하고, 원래 UX 라이팅이 하는 일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말이에요.
도대체 왜 이런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UX 라이팅이랑 콘텐츠 마케팅이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잘 모르거나, 아니면 회사 사정상 둘을 딱 나누기 어려워서 생기는 문제 같아요. '콘텐츠 브랜딩&UX Writing 에디터'와 같이 두 가지를 애매하게 합쳐놓은 직무 이름들이 이런 혼란을 딱 보여주는 예시죠.
이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진짜 필요한 전문가를 찾기 어렵고, 구직자 입장에서는 '어 내 경력은 이건데 저기는 저런 걸 요구하네?' 하면서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막막해져요. 결과적으로 채용도 비효율적이고 조직 운영도 매끄럽지 못하게 될 수 있죠.
그래서 오늘은 UX 라이팅이랑 콘텐츠 마케팅이 어떻게 다른지 좀 확실하게 짚어보고, 왜 채용 시장에서 이렇게 헷갈려 하는지 이유도 같이 살펴볼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어쩌면 놓치고 있었을지 모를 UX 라이터의 진짜 역할은 뭔지도 살짝 언급해 보고, 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채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저의 생각도 살짝 이야기해 볼게요.
둘 다 '글'을 쓰고 '사용자'를 생각한다는 점은 같아요. 하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목표가 뭐고, 주로 어디서 활동하고, 성과를 어떻게 재는지 등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랑 제품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거예요.
UX 라이터는 서비스 '안에서'
UX 라이팅은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 '안에서', 그러니까 앱이나 웹사이트 UI 화면에서 활동해요. 목표는 사용자가 제품을 쉽게 쓰고 원하는 걸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예를 들면 뭘 눌러야 할지 헤매지 않게 하거나, 오류 메시지를 보고 당황하지 않게 하는 거죠.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낼 확률을 높이고, 제품을 쓰는 데 불편함을 줄이는 게 중요해요.
주로 UI에 들어가는 버튼 문구나 안내 문구, 에러 메시지 같은 걸 만들고, 사용자 테스트나 리서치 결과를 반영하고, 디자이너나 개발팀이랑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스타일 가이드 같은 것도 관리하죠. 성과를 볼 때는 사용자가 중간에 나가버리는 비율이 줄었는지, 특정 기능을 잘 쓰는지, 하려던 작업을 끝까지 잘 완료하는지, 화면 안에서 원하는 행동(버튼 클릭 등)으로 얼마나 잘 유도되는지 같은 걸 주로 봐요.
즉, 사용자가 '제품을 잘 쓰도록' 돕고 오해 없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만들어서 '제품 사용 경험 자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콘텐츠 마케터는 서비스 '밖에서'
반면에 콘텐츠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 '밖에서' 주로 활동해요. 블로그나 SNS, 광고, 이메일, 뉴스레터 같은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죠. 핵심 목표는 잠재 고객이나 기존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리 브랜드나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가치를 알리는 거예요.
사람들이 우리를 더 잘 알게 하고(인지도 향상), 관심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얻고(리드 확보), 결국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유도하고, 우리 콘텐츠에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주로 블로그 글이나 SNS 게시글, 광고 문구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검색이 잘 되게 하거나 각 채널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고, 만든 콘텐츠를 여기저기 퍼뜨리고 홍보하는 일도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사이트에 왔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SNS에서 얼마나 공유했는지, 가입자 수는 얼마나 늘었는지 같은 마케팅 지표로 성과를 측정해요. 콘텐츠 마케팅은 사용자의 '마음', '관심', '우리와의 관계'를 잘 만들어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어요.
쉽게 비유하면, UX 라이팅은 우리가 제품을 '쓰는 바로 그 순간' 제품이랑 나누는 대화 같은 거고요, 콘텐츠 마케팅은 제품을 '쓰기 전이나 쓰고 난 후'에 우리 회사나 제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관계 맺기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이런 혼란은 여러 가지 이유가 얽혀서 생겨요.
먼저, 아직 많은 회사에서 UX가 뭔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UI(화면 디자인) 좀 예쁘게 바꾸는 정도나 사용자 경험 전체를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까지는 못 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 UX 라이팅도 그냥 화면에 들어가는 '글 쓰는 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콘텐츠 마케팅이랑 비슷하게 보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회사들 중에는 UX를 기획이나 디자인 팀의 일부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곳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특히 초기 스타트업처럼 사람도 예산도 부족한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아요. 전문 UX 라이터를 따로 두기 어려우니까, 원래 콘텐츠 담당자가 UX 라이팅 업무까지 같이 맡으면서 역할 구분이 애매해지는 거죠.
또 하나는 UX 라이팅이랑 콘텐츠 마케팅 둘 다 '글쓰기'를 한다는 표면적인 공통점 때문에 그래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그 글이 어떤 목표를 갖고 쓰이는지, 얼마나 깊은 고민이 필요한지 차이를 잘 모를 수 있거든요. UX 라이팅은 단순히 '읽기 좋은 글'이 아니라 사용자가 뭘 하려는지, 어떤 상황인지 다 고려해서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언어'를 디자인하는 건데, 그냥 외부 홍보 글 잘 쓰는 능력으로 착각하기 쉬운 거죠.
성과 측정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도 있어요. 콘텐츠 마케팅은 사이트에 사람이 얼마나 왔는지, 몇 명의 잠재 고객 정보를 얻었는지, 구매나 가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같은 마케팅 지표로 성과를 보는 게 비교적 쉬워요. 그런데 UX 라이팅은 사용성 테스트 결과나 사용자가 작업을 얼마나 잘 끝냈는지, 오류가 얼마나 줄었는지 같은 '제품 사용성' 관련 지표로 성과를 봐야 하는데, 이걸 숫자로 딱 떨어지게 보여주거나 마케팅 성과처럼 눈에 바로 보이게 만들기가 좀 더 복잡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마케팅 성과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거나, UX 라이팅 효과를 억지로 마케팅 지표에 끼워 맞춰서 보려는 시도도 생기죠.
마지막으로 회사마다 직무 이름을 너무 제멋대로 쓰는 것도 혼란을 키워요. '콘텐츠 디자이너', 'UX 카피라이터', '콘텐츠 에디터', '콘텐츠 스트래티지스트' 등등 회사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그 이름으로 어떤 일을 시키는 범위도 다르니까요. 어느 분은 이런 이야기도 하시더라고요.
"이직 공고뿐만 아니라 현업에서도 'Content Design', 'UX Writing', 'Content Strategist' 같은 명칭이 뒤죽박죽 쓰이고, 조직/기업마다 역할 정의 기준이 달라서 채용 요건이나 업무 범위가 천차만별이에요."
UX 라이터는 그냥 제품 화면에 들어가는 문구만 예쁘게 다듬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쓰는지 그 여정(User Journey)과 그때그때 상황(Context)을 깊이 이해하고, 사용자가 하려는 일을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언어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이랍니다. UX 라이팅은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고, 제품이 얼마나 쓰기 편한가와 직결되는 일이에요.
진짜 UX 라이터는 이런 일들에 깊숙이 참여해요.
사용자 리서치에 참여해서 사용자들이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생생하게 보고 듣는 거예요. 그래야 어떤 말을 써야 사용자들이 덜 헷갈리고 제품을 잘 쓸 수 있을지 개선할 부분을 찾을 수 있거든요.
PO(PM)나 디자이너, 개발자랑 엄청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새로 만들 기능이 뭔지, 사용자가 어떤 흐름으로 제품을 쓰게 될지를 분석해요. 그리고 '사용자가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하려면 이 화면에서 어떤 설명이나 안내가 필요할까?' 이렇게 단순히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함께 '설계'하죠.
제품 안에 있는 메뉴 이름이나 카테고리 이름 같은 내비게이션 텍스트가 사용자가 생각하는 흐름이랑 맞는지 확인하고, 더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해요.
우리 제품이 어떤 목소리(Voice&Tone)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지 정하고, 일관된 언어 스타일을 만들고 관리해서 사용자가 제품을 쓸 때 안정감을 느끼고 회사를 신뢰하게 돕는 일도 해요. 이건 콘텐츠 마케팅에서 만드는 브랜드 메시지랑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자기가 쓴 문구가 실제로 사용자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A/B 테스트 같은 걸 통해서 숫자로 분석해요. 클릭률이 높아졌는지, 에러가 줄었는지,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더 잘 마쳤는지 같은 데이터를 보고 '아 이 문구는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겠구나' 하면서 계속 개선해 나가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UX 라이터는 그냥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데이터도 볼 줄 알면서 제품 디자인의 '언어적인 부분'을 디자인하고 계속해서 더 좋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 설계자'라고 할 수 있어요.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제품을 쉽고 기분 좋게 쓰도록 만드는 데 정말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이건 넓은 범위에서 고객이랑 관계를 맺는 콘텐츠 마케팅과는 목표나 활동 영역이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회사든 실무자든 UX 라이팅이 원래 어떤 일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 잘하는 걸 할 때, 비로소 사용자들에게 정말 부드럽고 가치 있는 경험을 주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채용 담당자나 회사 경영진이라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먼저, 채용 공고를 낼 때 UX 라이팅이랑 콘텐츠 마케팅이 하는 일의 '핵심 목표'랑 '주요 업무'를 딱! 구분해서 명확하게 적어주세요. 애매한 직무 이름보다는 '우리 회사는 이런 일에 더 중점을 둡니다' '이런 핵심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분명하게 알려주는 거죠.
그리고 회사 안에서 UX가 얼마나 중요한지, UX 라이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 같이 잘 이해하도록 교육이나 워크숍 같은 걸 해보는 것도 좋아요. 회사 전체적으로 UX를 잘 이해하게 될수록 각자 전문 분야 역할이 더 확실해지고 서로 시너지도 잘 나거든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기준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해요. UX 라이터는 단순히 글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를 이해하려 하고, 디자인적으로 생각하고, 데이터도 볼 줄 알고, 다른 팀이랑 협력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고 이런 관점에서 지원자를 평가하고 뽑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UX 라이터이거나 UX 라이터가 되고 싶다면요?
자기소개를 할 때나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때 자신을 그냥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딱 정의하고 어필해 보세요. 단순하게 문구만 살짝 바꿨다는 경험보다는, '내가 이 문구를 바꿔서 사용자들이 헤매지 않고 원하는 일을 끝까지 잘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니 오류가 줄었다'처럼 '사용성 개선'이나 'UX 문제 해결'에 기여한 경험을 더 강조하는 거죠.
그리고 UI/UX 디자인 과정이나 사용자 리서치 방법, 서비스 기획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같은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디자이너나 제품 매니저랑 더 깊이 있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답니다.
또 하나, 자기가 쓴 텍스트가 사용자들이 제품을 쓰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데이터(A/B 테스트 결과나 사용자들이 뭘 눌렀는지 같은 것들)로 분석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해서 '이렇게 바꾸면 더 좋겠다' 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채용 시장의 이런저런 혼란 속에서도, UX 라이팅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인정받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용자들이 정말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