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X Gas Writing

완료 대체 모대..

서술어 더 써봤는데?

by 글쓰는개미핥기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버튼을 누르고, 정보를 입력하고, 무언가를 신청하고 있어요. 그 중요한 행동이 끝난 후에, 화면에 나타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사용자의 경험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많은 서비스에서 우리는 ‘완료’, ‘저장’, ‘전송’과 같은 명사형 단어로 사용자의 행동에 답하곤 하는 데요. 간결하고 명확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무심하고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 적 없나요? 마치 대화 도중에 "응, 알았어."라며 짧게 끊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딱딱한 명사형 커뮤니케이션을 서술형 문장으로 변경하여, 사용자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 있나요? 저는 매일하고 있어요. 그 결과로 '필요합니다'를 조져버리고자 하는 시도도 있있었어요. 필요에 따라 변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모든 것은 1:1로 대치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는 그 작은 변화, 작은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어떤 측면인지 함께 보시죠.


왜 ‘완료’ 한 단어로는 부족할까요?


UX 라이팅의 목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서비스를 편안한 마음과 니즈를 일치시키는 데 있어요. 즉, 서비스 이용에 의구심이 들지 않아야 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명사형 표현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에 세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어요.


1. 명확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뭐가 완료된 거지?'


예를 들어 '제출 완료’라는 단어는 상태를 나타낼 뿐,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어요.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제대로 제출한 걸까?'라는 작은 의구심을 품게 되죠. 반면 '신청서를 제출했어요'라는 문장은 ‘나의 행동(제출)’과 ‘그 결과(성공)’를 명확히 연결해 주어 사용자를 안심시키죠.


여기에 목적어를 더하면 더욱 명확해지지만, 모바일 세상에서는 문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할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앞선 예시처럼 '사용자의 행동'과 '결과'를 연결해주는 형태로 문장을 작성하면 효과적으로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어요.


2. 인지 부하를 높여요.


'스스로 해석해야 하잖아!'


사용자의 뇌는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받으면 그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죠. 쉽게 말해 ‘인지 부하’가 걸린다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완료'라는 모호한 단어가 사용자의 인지 부하를 만들기도 해요. 사용자가 그 맥락을 스스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죠.


'방금 전에 하던 행동인데, 인지 부하가 걸린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의 뇌는 최대한 부하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이나 일 등을 쉽게 처리하려고 노력해요.


Susan Fiske와 Shelley Taylor가 제시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론은 인간이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로 인해 가능한 한 적은 인지적 노력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설명해요. 쉽게 말해, "사람들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할 때마다 지름길을 택한다"는 거죠.


반면, “프로필 사진을 바꿨어요”와 같은 서술형 문장은 그 자체로 완결된 정보를 제공하여 사용자가 아무런 고민 없이 상황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요. 동시에 '완료'라는 단어도 제거할 수 있죠. 이러한 방법이 바로 인지 부하를 줄이는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3. 친밀감을 주기 어려워요


'기계랑 대화하는 기분이야.'


기계적으로 대화하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요. UX 라이팅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서비스와 사용자가 대화하듯이, 문구를 작성한다.'라는 건데요. 이 전제 때문에 명사형 위주의 문구보다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놓은 문구들이 선호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했어요’, ‘~해드릴게요’와 같은 서술형 어미는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서비스에 인간적인 숨결을 불어넣는다 할 수 있죠. 사용자는 마치 친절한 안내원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 서술어로 대체해볼까요?


백 마디 설명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와닿겠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명사형 표현을 위 3가지 내용을 바탕으로 바꿔볼게요. 그렇다고 결과물이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에요.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요. 항상 말하지만 1:1 대치는 존재하지 않아요. (여기는 대치동이 아니,,, 아니,, 아니에요.)


1.

개선 전

회원 가입

회원가입 완료


개선 후

OOO의 가족이 되신 것을 환영해요!


2.

개선 전

정보 저장

저장 완료


개선 후

소중한 기록을 안전하게 저장했어요.


3.

개선 전

메일 발송

전송 완료


개선 후

메일을 잘 전달했어요.


4.

개선 전

파일 업로드

업로드 완료


개선 후

사진 5장을 앨범에 쏙 담았어요.


5.

개선 전

결제

결제 완료


개선 후

결제가 안전하게 이루어졌어요. 주문하신 음식을 시간 내에 배달해 드릴게요.


6.

개선 전

구독 취소

삭제 완료


개선 후

구독이 정상적으로 해지되었어요. 언제든 다시 찾아주세요.


7.

개선 전

이벤트 신청

신청 완료


개선 후

이벤트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서술형으로 여전히 바꾸기 어려워


위 예시는 제가 그동안 찍어놓은 스크린샷에서 빼온 것들인데요. 어떠세요? 저는 바꾸면서도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매번 바꿀 때마다 맥락에 따라서 제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각종 도전을 하곤 하죠.


모든 상황에 서술형으로 바꾸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항목(사진, 문서, 동영상)을 한 번에 ‘처리’하는 버튼의 피드백을 작성하는 것과 같죠.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알려주면 '너무 길어지거나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럴 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핵심 동사를 찾아 간결하게 표현'하는 거예요. ‘선택한 항목들을 보관함으로 옮겼어요’처럼 모든 항목을 나열하기 보다는 공통 행위, 공통 집단으로 묶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아요.


서술형으로 바꿀 때는 어떤 동사를 써야 할지 애매한 경우도 있을텐데요. 저는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단어를 선택해요. ‘요청한 작업을 모두 처리했어요’와 같이 한 단계 물러서서 일반적이면서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할 필요도 있어요.


중요한 점은 ‘모든 명사를 서술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가장 명확하고 편안하게 인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죠.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 글쓰기


여태까지 제가 설명해왔던 것들을 보면 UX 라이팅은 단순히 단어를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에요. 우리는 윤문하는게 아니니까요. 그저, 화면 너머의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가장 친절한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 ‘사용자 경험을 미시적으로 설계’하는 거예요.


오늘부터 여러분의 서비스에 있는 ‘완료’라는 무심한 마침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 사용자의 마음에 다정한 쉼표를 찍어주는 서술형 문장을 작성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처음에는 당연히 어려울텐데요. 일단은 바꿔보세요. 그 작은 변화가 사용자의 불안을 확신으로, 무관심이 애정으로 변화하는 시작점이 될 테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필요합니다'를 한 번 조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