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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Gas Writing

UX 라이팅 시장 겨울인가, 진화의 과도기인가?

UX 라이팅과 채용 시장

by 글쓰는개미핥기

0. 불과 2~3년 전만 해도 IT 업계, 특히 핀테크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UX Writer'였어요. 토스(Toss)를 필두로 많은 기업이 사용자 경험의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해 UX 라이팅이라는 직무를 신설했고, 이는 곧 기업의 혁신성과 사용자 친화적인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죠.


1. 하지만 2024년 현재, 채용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네요. UX Writer 채용 공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관련 커뮤니티의 열기도 예전 같지 않음을 체감해요. UX 라이터로 살아가기 컨퍼런스가 처음 시작되던 해와 작년까지는 80명을 모으는데 24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올해는 일주일이라는 긴 기간이 필요했죠. 시간이라는 데이터로 보면 확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2. 그러면 현업의 관점에서 '왜 UX Writing 시장은 빠르게 차가워졌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크게 세 가지의 거시적, 미시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3. 첫째, '혁신의 상징'에서 '기본 소양'으로의 인식 변화예요. 과거 UX 라이팅이 별도의 직무로 분리되었던 이유는 기존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챙기지 못했던 '마이크로 카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인데요. 시간이 흐르며 이 역량은 직무(Job Title)가 아닌 스킬(Skill)로 흡수되기 시작했어요. 정보가 없던 과거와 다르게 이제 기업들은 별도의 라이터를 고용하기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PD)나 PO(Product Owner)가 기본적인 UX 라이팅 역량을 갖추기를 요구하게 된 거죠. 즉, UX 라이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프로덕트 메이커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기'로 내재화(Internalization)된 거예요.


4. 둘째, ROI 관점에서 채용 한파와 비즈니스 우선순위의 재편이에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역시 '시장 경제'인 거죠. IT 투자 빙하기(Tech Winter)가 길어지며 기업들의 채용 기조는 '성장'에서 '생존'과 '수익성'으로 옮겨갔어요. 이 과정에서 채용의 우선순위는 냉정하게 재배치되죠.


- Must have: 매출을 직접 만드는 개발자, 영업, 그로스 직군

- Nice to have: 제품의 결을 다듬고 퀄리티를 높이는 직군


안타깝게도 경영진의 시각에서 UX Writing은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서비스는 돌아간다"는 판단 하에, 전담 인력을 뽑는 대신 기존 인력의 겸업(R&R 통합)으로 효율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채용 현실인 거죠.


5. 셋째, 생성형 AI의 등장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풍조예요. 어쩌면 가장 뼈아픈 타격이자, 패러다임을 바꾼 요인이죠. ChatGPT, Claude 같은 LLM(거대언어모델)의 등장은 '글쓰기 기술의 장벽'을 사실상 0으로 만들었어요. 과거에는 톤앤매너를 맞추고 비문을 교정하는 데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었지만, 이제는 AI에게 프롬프트만 잘 입력하면 꽤 준수한 결과물을 3초 만에 얻을 수 있어요.


6. 이로 인해 경영진과 실무자 사이에는 "문구는 AI가 쓰면 되지 않나?"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어요. 물론 AI가 서비스 전체의 맥락(Context)과 정보 구조(IA)까지 완벽하게 설계할 수는 없지만, '비용 절감'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 AI는 UX Writer를 대체하거나 채용을 보류할 충분한 명분이 되어버린 거죠.


7. 그렇다면 UX Writer의 미래는 어떨까요? 시장의 이러한 변화가 UX Writing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단순히 글을 잘 쓰고 다듬는' 역할로서의 UX Writer 수명은 끝났다고 보는 거죠. 이제 시장은 'Writer'가 아니라, AI를 도구로 활용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UX 흐름을 설계하는 'Content Designer' 혹은 'Strategist'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8.UX Writer라는 직함보다는 UXer로서의 확장을 꾀해야 하는 시기인 거죠. 미래를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시장에 맞춰 업의 본질을 재정의할 것인가?' 지금이 바로 그 질문을 던져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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