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라이팅의 방향성
1.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을 '작성자(Maker)'에서 '조율자(Facilitator)'로의 전환에서 찾고 싶어요. AI가 '텍스트'라는 결과물을 쏟아낼 수는 있어도, 조직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까지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2. 현업에서 우리는 늘 '사일로(Silo)'와 마주하죠. 개발자는 시스템의 상태값(State)을 말하고, 기획자는 정책을 말하며, 디자이너는 시각적 흐름을 고민해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 사이에서 "그래서 사용자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를 정의하고, 용어와 정책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인간 UXer가 가져야 할 대체 불가능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3. 또한, 우리는 '빈틈을 메우는 설계자'가 되어야 해요. 모두가 서비스의 성공 케이스(Happy Path)만 바라볼 때, 시스템 오류나 예외 상황(Edge Case)을 찾아내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일 말이에요. "이 에러가 났을 때 사용자는 무엇을 할 수 있죠?"라고 질문을 던지며, 기획의 구멍을 텍스트로 미리 막아내는 것. 이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명백한 '제품 설계'의 영역이죠.
4. 마지막으로 '감성'이 아닌 '비즈니스'를 이야기해야 해요. "사용자가 편안해할 거예요"라는 정성적 설득은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어요. 대신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추고 "이 문구 변경으로 전환율이 X% 올랐습니다", "이탈률을 X% 줄였습니다"라고 숫자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죠. 경영진에게 UX 라이팅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5. 시장이 차가워진 것은 맞지만, 역설적으로 '진짜'가 가려지는 시기이기도 해요. 단순히 글만 다듬는 라이터는 AI로 대체되겠지만, 언어를 도구로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Product Maker'로서의 UXer는 여전히, 아니 더 절실하게 필요할 테니까요.
6. 겨울이 왔다는 건, 곧 봄이 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제 'Writer'라는 껍질을 깨고, 이제는 'UXer'로 나아가야 할 때예요. 저부터 실천하고자 하는데, 이게 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걸 깨부셨을 때, UX Writer의 '진정한 가치(True Worth)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