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UX 라이터의 노력
0. 제가 최근에 올린 UX 라이팅 시장에 관한 글은 Why-How-What으로 이어지는 논리를 취하고 있어요.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The Golden Circle)을 따온 거죠. 그래서 이번 글은 'What'에 대한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마지막 글인 거죠. 이전 글과 이어서 봐주세요.
1. 그렇다면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What)을 무기로 삼아야 할까요? 뻔한 툴 사용법이나 교과서적인 데이터 타령이 아닌, 제가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말씀 드리고자 해요.
2. 첫째, 텍스트 입력자가 아닌 '콘텐츠 시스템(Content System)의 설계자'가 되도록 노력하세요.
피그마를 다룬다는 건 단순히 텍스트 레이어를 수정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디자인이나 UX를 다루는 것도 아니죠. 개발자가 코드를 짜듯, 우리도 시스템을 짜야 정확한 방향이라 할 수 있어요.
피그미의 Variables 기능은 정말 좋아요. 더불어 Component Properties를 활용해, 텍스트가 여러 화면에서 어떻게 상속되고 변형되는지 구조를 잡아야 하죠.
"이 버튼 문구 바꿔주세요"라고 하면 100개 화면을 다 수정해야 하지만, 시스템을 잡아두면 변수 하나만 바꿔서 전체를 제어할 수 있어요. 이것은 단순한 작성 능력이 아니라,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이에요.
3. 둘째, 정량 데이터(Data)가 없다면 '비용(Cost)'과 '목소리(VOC)'를 파세요.
GA 권한이 없거나 로그 심을 리소스가 없는 회사가 태반인데요. 스타트업이라, 중소기업이라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정성을 들이지 않아서 그래요. 그런 측면에서 CPC, CPM, CTR을 못 본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대신 '돈이 새는 구멍'을 찾으세요.
CS 팀의 슬랙 채널이나 티켓 시스템을 뒤지세요. 사용자들이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 고객센터로 인입되는 불만 사항이 곧 가장 확실한 데이터가 되는 거죠. 실제로 많이들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더 친절하게 바꿨어요"는 설득력이 없지만, "이 문구 수정으로 '결제 오류' 관련 CS 문의를 주당 20건에서 5건으로 줄였어요"는 경영진이 가장 좋아하는 성과라 할 수 있죠. 회사의 리소스(돈)를 아껴줬으니까요.
4. 셋째, AI를 '글쓰기 도구'가 아닌 '방어와 설득의 무기'로 쓰세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건 누구나 해요. 이렇게만 하면 앞서 말했던 'AI가 다 할 수 있어'라는 말에 반박하지 못해요. 이때, AI를 이용해 내 논리를 방어할 '객관적 근거'를 만드세요.
이해관계자가 주관적인 취향(Brain Picking)으로 태클을 걸 때, AI를 활용하세요. "경쟁사 앱 10곳의 온보딩 문구를 AI로 분석한 결과, 80%가 이런 화법을 쓰고 있어요", 혹은 "우리 브랜드 퍼소나를 학습시킨 모델이 이 문구가 적합도 95%라고 판별했어요"라고 말이죠.
내 주관 대 상사의 주관이 부딪히면 100% 져요. 정치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대신, AI가 분석한 데이터와 패턴을 들이대서, 그것을 취향 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 가는 거죠.
5.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엔 'Before&After'가 아닌 'Conflict&Resolution'을 담으세요.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물(Output)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는 매력 없어요. 결과가 진짜 좋은지는 단순 결과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UX 라이팅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봉합을 동반해요. 그 '진흙탕 싸움의 기록'이 필요하죠.
- 왜 그 문구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기술적 제약, 법무팀의 반대 등)
- 그 제약 속에서 내가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 어떻게 개발자와 기획자를 설득해(Facilitating) 합의를 이끌어 냈는지
채용 담당자는 '글 잘 쓰는 사람'보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도망가지 않고 해결할 사람'을 찾아요. 문장은 AI가 써도 되지만, 이 치열한 조율 과정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6. 겨울이 왔다는 건, 겉치레는 떨어져 나가고 진짜 알맹이만 남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전히 춥긴 하지만요. 아니, 더 추워질 수 있지만요...
그럴수록 이 추위를 날릴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이 필요해요. 이 강점은 화려한 문장력보다는 탄탄한 논리 설계력이, 막연한 감성보다는 명확한 문제 해결력이라 할 수 있어요.
많이 아쉽고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이 글이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UXer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랄게요. 언제든지 힘이 들면 저와 가벼운 커피챗이라도 해요.
7.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매일이 행복할 순 없지만, 오늘 하루 중 행복한 일들은 몇 가지 있었을 거예요. 그 일들이 앞으로 반복될 거라고 믿고, 우리를 믿고 나아가자고요. 모두들 화이팅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