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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Jun 27. 2024

컴퓨터, 구매를 잘하려면


나는 21년간 기업체에 컴퓨터/서버/SW 등을 판매해 왔다. 그렇다면 스스로 컴퓨터 박사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상식을 조금 더 알 수는 있지만 컴퓨터 기술지원센터처럼 엔지니어로서 능통한 사람이 아니다. 그쪽으로는 직원들이 더 잘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능력을 그동안 키워왔던 걸까. 아마도 나름의 포지션은 구매전문가가 아닐까 싶다. 가락시장에서 좋은 과일을 고르듯 매일같이 좋은(?) 상품을 구매해 왔다. 그래서 컴퓨터를 구매할 때 기본적인 참고사항을 적어보기로 한다. 


가장 궁금해하거나, 많이 하는 질문들이 있다

1) 컴퓨터 한 대 얼마예요?

2) 백화점에서 사는 게 좋다?

3) 스펙이 높은 게 좋다?

4) 대기업 제품이 좋다?

5) 싸고 좋은 컴퓨터 주세요?

6) 신제품이 무조건 좋다?

7) 포맷과 부품업그레이드만으로도 새로 태어난?




먼저 컴퓨터라 하면 크게 데스크탑과 노트북으로 나뉜다. 기업이든 가정이든 대개 이 범주의 컴퓨터가 쓰인다. 물론 일체형 PC(본체+모니터 일체형)나 미니 PC, 산업용 PC와 같이 특화된 용도의 컴퓨터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요즘은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같이 태블릿들이 노트북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렇다고 PC시장을 무너뜨리는 건 아니다(태블릿도 기업에서 구매하니 상관은 없지만).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를 공개했던 2010년도부터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하드웨어 시장에 파란이 일어났다. 이시절 기업에 컴퓨터를 판매하는 나로서는 시장규모가 줄어들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PC들은 생각보다 견고해서 각각의 특성을 살리며 오히려 강력하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앞으로 AI시대가 본격 열리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PC는 크게 기업용과 유통형이 있다. 회사에서 사용하거나 집에서 쓰고 있는 PC들이 보통 그 둘 중에 하나인 셈이다. 그렇다고 완전 다른 상품들은 아니고 유통망에 따라 그렇게 분류한다. 기업용의 경우 기업의 특수성에 따라 여러 가지 옵션을 두고 생산할 수는 있지만 일반인이 그렇게 까지 디테일하게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의 경우, 기업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구매자가 대개 회사 전산담당자들이다. 아무래도 업무특성상 관련지식들이 많아서 원하는 사양을 정해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주변 지인들이 컴퓨터를 사려고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중 자주 듣는 질문들에 답을 한다면

 



컴퓨터 한 대 사려고 하는데 얼마예요? 

라는 말이다. 컴퓨터의 스펙도 없이 얼마인가를 먼저 묻는 경우다. 이것은 자동차가 얼마냐고 묻는 거와 같다. 자동차도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제너시스중에 뭐가 필요한지 말해주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티코로 갈 수도 있고 벤츠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게 컴퓨터의 CPU다. 


자동차와 CPU를 놓고 비유하자면

캐스퍼, 레이=셀러론, 펜티엄 CPU

아반떼=i3 CPU

소나타=i5 CPU

그랜져=i7 CPU

제너시스=i9 CPU

라 할 수 있다. 

(CPU도 계속 바뀌면서 울트라 5, 울트라 7등으로 세대가 진화하고 있다. 또는 인텔이 아닌 AMD계열이 있다)


말했듯이 뭐를 타고 가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 이동의 수단으로만 차가 필요한 사람이(경차, 소형차) 굳이 그랜저, 제너시스를 몰 필요는 없다. 반대로 개발이나 디자인 용도의 컴퓨터가 필요한 사용자가 저사양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 부하가 걸린다. 단순 사무용인지, 개발용인지, 게임용인지, 영화감상정도의 용도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적정한 컴퓨터를 고를 수 있다.


인체도 뇌(CPU)와 심장(메인보드) 같은 주요 장기가 있듯이, 

컴퓨터도 CPU를 먼저 고르고 나서 

다음으로 메인보드, 저장장치(SSD나 HDD)나 메모리, 파워 등의 용량을 정하면 된다.




백화점에서 사는 게 좋을까?

아직도 전자제품은 백화점에서 사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사실 전자제품은(PC를 포함) 모델명과 스펙이 정해진 거라 어디에서 사나 편차가 별로 없다. 신선식품이나 의류와는 다르다. 단지 기업용, 일반 유통용, 조달용 등 유통의 형태가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반유통형 모델은 다시 온라인스토어 전용이나 백화점, 마트, 가전플라자 같은 오프라인 전용 제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나는 기업용 PC를 주로 다루지만 여기선 생략하고). 


제조사에서 가격대별로 맞추기 위해 고가의 부품을 쓰느냐 저가의 부품을 쓰느냐가 생길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 사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개발자 같은 특정 사양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에누리나 다나와등의 가격비교사이트를 보고 고르는 게 현명하다. 더러는 카드할인이나 행사가 걸린 상품을 고르면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월등히 싸게 구매할 수도 있다. 찾는 상품이 백화점에서 행사 중이라 더 저렴하다면 그땐 백화점에서 사도 되지만 늘 백화점 제품이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스펙이 높은 게 좋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용하는 용도에 맞춰서 구매하는 게 적정하다. 오버스펙으로 고사양 제품을 사게 돼도 단순업무만 본다면 비싼 부품들이 노는(?) 상황이 된다. 가령 메모리를 32G로 했는데 서류 작업만 한다면 32G를 놀리는 셈이다(8G로도 충분한 걸). 본체값보다 비싼 외장형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모델을 사서 영화감상만 한다면 그거만큼 아까운 일이 없다. 그러니 본인의 사용용도를 아는 게 먼저다.


대기업 제품이 좋다?

삼성이나 LG 같은 국내브랜드가 PC시장에서 인기다. 그만큼 잘 만들고 디자인도 좋다. 1군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AS가 편하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면 별문제가 없는데  모르는 경우라면 장애발생 시 제조사에서 빨리 해결해 주길 원한다. 그런 점에서는 확실히 대기업제품이 앞선다. 대신에 가격이 2군 제품(HP, 델, 레노버등)들보단 비싸다. 질 높은 서비스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반면 2군 제품들은 PC의 안정성은 확보되고 단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기업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처럼 AS가 편하진 않다. 가끔 글로벌브랜드들의 처리과정이 한국인으로서 이해 안 되게 답답할 때도 있다. 직접 제품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가거나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 아무튼 1군이든 2군이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구매하면 된다. 그 외 3군 (중소기업 PC나 조립) 제품도 컴퓨터 이해도만 조금 있다면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싸고 좋은 컴퓨터 주세요?

그런 건 세상에 없다는 걸 아실 테다.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이 좋은 컴퓨터다. 고사양이 필요한 용도라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선택한 제품을 제일 저렴하게 사는 방법은 있지만 제너시스를 사는데 아반테값만 낼 수는 없다. 


신제품이 무조건 좋다?

컴퓨터를 분류하는 기준 중에 하나가 보통 CPU가 몇 세대냐를 놓고 말한다. 일테면 현재 14세대 CPU가 나왔고 13세대와 12세대의 제품이 혼용돼서 생산되고 있다. 심지어 재고제품으로는 10세대까지 판매되고 있다. 이전 세대 제품은 그만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세대차이로 인한 퍼포먼스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굳이 신제품을 비싸게 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옷이 이월상품이라고 못 입는 경우는 없다. 잘 고르는 사람이 멋쟁이다.


포맷과 부품업그레이드만으로도 새로 태어난?

매번 신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 6개월에 한 번씩이라도 포맷을 하거나 가끔 부품 업그레이드만 해줘도 엄청(?) 빨라진 걸 느낄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새로 산 거 같은 효과를 보게 된다. 매일 접하는 자신의 PC관리는 스스로 조금만 노력해도 개선시킬 수 있다.


사실 기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의외로 놓치는 경우가 있어서 적어 보았다.

매일 대하는 우리의 친구, PC를 위해서 합리적인 선택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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