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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

by 글쟁이연어


이사 이후 텐션이 떨어져서 이번 달엔 조용히 지냈다. 약속도 가급적 잡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선지 누군가를 만나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냥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한 일상을 보내다가 활력이 필요한 듯 싶어서 아침 출근길에 유튜브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강연을 들었다. 몇 번 들었던 내용이지만 자극이 필요해서 그런지 또 듣게 되었다. 한 번씩 명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나를 점검한다.


그는 사업의 성공은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줄 알아야 일이 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꼭 전하라고 당부한다. 타인이 좋아하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성공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걸 위해서라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반드시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는 모든 일에 해당되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본질이 그러함에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인격도 원숙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런 태도는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몸에 배어야 하는데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나이를 먹어서 어느 정도 유지할 순 있으니 세월을 무시할 순 없나 보다. 사업을 한지가 벌써 23년 차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산 걸까? 소소하지만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지금 같은 강도로 일하다 그만두려고 하는데 요사이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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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구멍가게 운영을 한 것 같다. 성장보다 현상유지에 집중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 또한 의미가 상당하지만 때때로 한계를 겪는다. 숱한 사업가들이 회사를 키워 가는데 왜 나는 작은 생각에 갇혀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만 유지하다가 은퇴할 마음을 먹는다면 인생의 피날레를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지 돈을 더 벌기 위함이 아니라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이대로 똑같이 살다 간 결말이 너무나 예상된다.


정글에서 살아남은 기업가들의 본이라도 뜨려면

나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다행인 것은 세상에 늦은 건 없고 늦은 생각만 있다는 점이다. 그걸 안다면 멈춰서는 안 될 일이다. 새로 이사 간 집은 바람이 잘 통한다. 환기가 잘되니 건강에도 좋아 보인다. 사람도 그렇게 갇히지 말고 늘 새롭게 흘러야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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