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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낯선파도

찾아서 by 낯선파도

낙원으로 가는 길

by Tov

'동물원'

어릴 적 동물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동물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동물들은 늘 지쳐 보였다. 여름 중에 동물원에 갔기 때문에 동물들도 더워서 기운이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너무 들떠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동물들은 그저 그런 구경거리였다. 한번 본 적 있는 동물을 또 지나칠 때면 '쟤는 이미 봐서 또 볼 필요 없어'라고 사람들은 중얼거렸다.


한 번 본 것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아예 쓸모가 없다는 말로 들렸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 동물들을 본다면, 또 볼 필요가 없는 그 동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동물들은 점점 지쳐갔다. 동물원에 사람들이 줄기 시작하자 동물들은 점점 아파왔다.


인기가 없어진 동물들은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다른 동물원으로 가거나, 서커스단에 들어가 묘기를 부리는 동물이 되기도 했다. 그중에는 사람이 사는 집에 가기도 했다.


사람인 집으로 간 동물은 편하고 행복했지만 팔려가거나 서커스단에 들어간 동물들은 아프고 힘들었다. 결국 죽는 동물들도 있었다.


동물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죽어가자 동물들은 다시 자기가 있던 동물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길도 험난했다. 도로가 사방을 가로막고 있었고, 도로 위의 시커먼 차들은 난폭했다. 동물들이 차마 건널 수 없는 도로들이 동물원 주위마다 얽혀 있었다


동물들은 과거를 잊기로 결심했다. 돈벌이 수단으로 재미를 목적으로 이용당하던 과거를 지우기로 ㅎㅆ다.


그리고 자기의 진짜 고향으로 가기로 했다.


고향으로 가기로 한 동물들은 길이 같으면 같이 가고, 길이 다르면 헤어지기로 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동물원 가는 길보다 훨씬 험난하고 힘들었다.


돌아가다 어떤 동물은 죽고 다치기도 했다. 어떤 동 몰은 '쟤보다 내가 더 중요해'하면서 자기만 중요하게 여겼고, 어떤 동물은 도와주려다 죽기도 했다. 어떠 동물은 마음이 안 맞아 싸우기도 했다.


결국 동물들을 고향으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고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자기들을 가두던 동물원이 아닌 자기들만의 나라, 더 이상 이용되지 않을, 낙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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